유투브를 뒤적거리다 우연히 발견한 채널에서 소개된 영상이 흥미로워 구매한 책이다. 이런경우 대부분이 낚시인데 이번경우는 달랐다.역사서를 읽을때 마다 매번 아쉬웠던 점이 좁은 땅떵어리에 한정되어 조사한다는 점이었다. 하여 정작알고싶었던 고대국가의 대외무역은 좀처럼 알기가 어려웠다. 헤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읽으면서 뱃길을 이용해 인도 최남단에 도착해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 중국까지가며 거쳐간 지역의 불교상과 기후, 풍습등을 기록한 승려가 신라에 적을 두고 있었다면 당연히 그와 같은 사람이 더 있어야 상식에 맞을 것이나... 우리의 역사에선 그런 인물에 대해선 알기 어렵다. 책에서 등장하는 소그드 상인과 함께 동쪽의 끝에서 서쪽으로 여행한 인물은 없었을까? 그 어느 민족보다 여행가기 좋아하는 DNA가 있는 민족인데 우연히 생겨나진 않았을듯하다. 또한 見物生心 돈이 된다는걸 보고도 도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을까? 그 모든 의문점에 이 책이 속시원한 해답을 주진않는다. 하지만 역사를 탐구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유물과 유적, 무덤과 인골을 과학적으로 활용해 답을 구하는 과정은 읽는내내 흥미로웠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 세계속의 한국, 단일민족주의에 대한 폐해, 세계시민으로서의 고고학에 대한 투자 등등의 주장은 점점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서적을 탐독하면 좋겠지만 여건이 어렵다면 역사서가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민족주의에 경도된 작가나 식민사관에 찌든 작가들이 주류를 이뤘었기에 옳바른곳에 기준점을 두고 치우침없이 쓰인 글을 찾는것 자체가 쉽지않았다. 그런면에서 이런 책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 같은 뜻을 가진 작가들을 응원하길 바란다. 아울러 이책의 또다른 매력은 사실을 말하면서도 재미있다는 점이다. 하여 가독성이 뛰어나다.  

 

 

 

강보에 휩싸여 죽을 고비를 넘겼던 담덕이 어느새 소년이 되어 스승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 재상과 태학박사를 겸하였던 을두미는 다시 하가촌으로 내려와 인재를 양성하니 태제 이련과 동궁비 연화의 선택은 하가촌뿐이다. 추수는 업복이를 키우며 스승 을두미를 대신해 말갈마을에 남아 사람들과 어울려살며 그들에게 무술을 가르쳐 일당백 정도의 전사들로 만들었다.

 

소수림왕과 백제의 전장에서 비록 고구려가 이겼다하나 뒤따른 기근을 피할 방도가 없어 고구려인 대부분이 처참한 생활에 시달려 식인, 약탈이 일상화 되어간다. 그러한 피폐는 하가촌도 예외일수없없다. 이때 을두미가 다시 하가촌에와 백두산의 소나무를 전진과 교역하려하고 추수를 책임자로 명한다. 그렇게 추수는 일목장군으로 다시 부활하고 그가 키운 업동은 담덕의 호위무사로 성장한다. 

 

불이 타올라 위태해지면 불의 근원을 없앤다. 하지만 사람이 타올라 위태해질때 대부분의 실수는 그 근원을 없애지 않음에 있다. 이련의 장인 하대용의 종형인 하대곤과 그의 아들 해평이 그런경우다. 하대곤은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아닌 동생 "무"가 고구려를 이어받아야한다는 정당성에서였다. 철치부심의 세월중 존경하던 왕제 "무"가 그의 아들 해평을 고구려의 무사로 키워달란 말과 함께 하대곤에게 보낸다. 역모의 절반이 완성된상태다. 하지만 사유는 죽었고 그 뒤를 이어받은 구부는 성군이었다. 구부의 뒤를 이을 이련역시 왕으로서 자질이 넉넉하다. 세월을 읽지 못하는 혁명은 역모가 된다. 그렇게 하대곤은 반역자가 되어 죽고 해평은 왕제무의 또다른 제자인 우적의 주선으로 일본으로 망명한다. 

 

역모는 국내성에서 시작되었으나 실패의 여파는 하가촌에 미쳤다. 왕손 담덕의 안녕을 위해 을두미가 전사하고 무수한 호위병들이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더욱이 불어난 물살을 뚫고 땟목에 몸을 싫은 담덕과 그의 호위무사 마동(업복)의 생사여부를 모르는 상태다.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중 시련은 필수다. 담덕의 경우 타고난 자질이 있어 맘의 크기와 육체의 성장이 빠르다. 그러나 왕손이란 틀에 갖춰 그 자질을 닦을 기회가 제한되었다.

어떤 경험을 통해 성장할지 벌써 후편이 기대된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시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카뮈라는 이름에도 그렇게 크게 그의 글에 공감할수 없는 이유는 글의 시대가 지금 내가 살고있는 세상과 괴리되어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죽었다. 마땅히 슬픔을 느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다. 하지만 내겐 어머니와의 정이 깊지않다. 어머니 역시 그렇다. 책임과 의무 그리고 그 바탕이 되어야하는 사랑. 그사이의 불균형은 차치해 두고 수학공식처럼 종교적 관습에따라 행동하라한다. 그리고 강요한다.

회계하라...

 

아마도 현대인의 판단기준에선 "아스퍼거증후군"일듯한 주인공에게 이런 관념들은 너무나 어렵다. 스스로에게도 귀찮아 생각하길 포기하는 주인공이 변론을...  그럼으로 그는 자신의 재판에서 철저히 고립된다. 

이방인.. 살인이란 행위는 거들 뿐이다. 그에게 죄 주는 기준은 관습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십자가를 무서워 했다면.. 사제에게 자비를 구했다면..

그러나 주인공은 그 모두를 모순이라 여긴듯하다. 단지 그의 행동 그리고 결과만을 받아들일뿐이다. 그러니 살인을 인정하고 처벌을 기다린다.

 

도덕이란게 시대에따라 변해선 안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변하는것이 도덕이다. 공핍이 만연한 사회일수록 법에 부조리가 심해진다. 때론 가쉽이되고 때론 슬로건이 되는 그러한 상황이 주인공에게 닥친다. 

우발적 살인.. 그리고 당사자가 철저히 배제된 재판. 단두대란 판결이 지워진 죄수.

주인공에겐 부조리한 사회가 당시의 대다수에겐 정의로 결론지어진다. 그리고 회계할 기회를 주려 등장한 종교인... 현생이 아닌 다시 태어남의 기회를 얻기위해 회계하라는...

 

모든게 엉터리다. 진실은 조그만 창문으로 만끽할수있는 하늘과 상상할수있는 자유...

그 시간마저 종교란 이름과 사회적 통념으로 온전히 누릴수 없어진다.

항고... 가능했을까..

 

누구나와 친구가 될수있다 가르치면서 나뿐 사람을 멀리하란 틀에박힌소리의 부조화가 벌겨벗겨진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런글을 두고 갑론을박하긴 싫다. 허무와 기만으로 가득찬 글을 읽는다는것 자체가 어느정도의 고통이었으니 그걸로 "위대한 작가"에 대한 부고는 충분하다. 

젠장.. 책이 가진 명성에 비해 내가 느끼는 감동과 지식이 일천하다 생각되어 혼란과 억움함이 동시에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