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동안 천리를 3만의 군사가 이동해 56만의 적과 맞서싸워 이겼다 하면 신화라 여기지 사실이라 믿을 사람은 없을것이다. 이런 허무맹랑한 일이 실현된다, 3만의 주장은 항우이고 56만의 패장은 유방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일이 뒤따른다.

이런 믿을을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어차피 승패는 끝이나는게 동서고금을 비롯한 대부분 이야기의 끝맻음이된다. 하지만 유방은 재기한다. 흩어졌던 군사들이 제발로 뒤따라 그의 품으로 다시 뛰어든다는거다. 뿐만아니라 그싸움으로 그와 그의 장수들은 몇단계 뛰어넘어 진화한다. 유방은 겸손과 신중 그리고 정치감각으로, 한신은 병법으로, 장량 및 모사들은 신중함으로..

 

삼국지의 장면중 개인적으로 가장좋아하는 장면을 고르라면 조자룡이 이름을 떨친 장판을 꼽는다. 이때 유방의 아들 유선을 구해내 유방에게 안기게 하니 유방이 되려 장수를 잃을뻔했다는 이유로 버리는 장면이 있는데.. 처음알았다 그 내용이 허구이고 그 원형이 되는 버젼이 패주하는 유방을 호위해 수례를 모는 하우영이라는걸. 한번도 아니고 제가 살고자 자식들을 몇번이나 수례및으로 떨어뜨리려한 유방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한때 진나라 최고의 장수였던 장함이 죽음을 맞는다. 장수로서 싸움터에서 죽는게 아닌 장량의 지략에 의한 수공전략으로 그 끝을 맞는다. 20만을 거느리는 진의 장수이나 투항해 항우의 사람이 되고 그 댓가로 자신은 안녕을 얻었으나 수하였던 20만 전부는 생매장되는 "신안의 坑" 을 생각하면 그의 삶은 무었을 위한 것이였나 반문하게 만든다. 하지만 知囊으로서의 장량은 한층더 명성을 쌓아간다.

 

한신의 동방정벌이 대미를 장식하는데 한때 서로를 위해 목숨도 나눈다는 현인 장이와 진여의비극이 보인다. 수십년의 고생을 같이 했어도 부귀영화의 경중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상해 시간이 보태어지면서 그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안달랐던 그들..

결국 진여의 어리석음으로 20만 군사를 한신의 3만 군사에게 패퇴당하게 만들어 그 역시나 귀신이 된다. 이 사건으로 장이는 다시 왕위를 복권하며 한신은 책사인 이좌거와 괴철을 얻는다. 제나라만 남은 듯 하다. 그 뒤 다시 일전을 벌일 초와 한의 전쟁에선 좀 더 진화된 병법을 볼수있을 것 같다.  

 

 

 

 

 

   

옛날 사기를 읽었을때의 기억을 되돌려도 항우가 서초패왕이 된뒤의 에피소드는 유방과의 전투를 제외하면 그닥 떠오르는 것이 없다.

하지만 소설을 다시한번 읽으니 이때의 시기를 항우 & 제나라 "전영" & 한나라 유방의 시대라 해도 될것같다. 항우야 어차피 천하를 통일하고 논공행상까지 했으니 실권자이고 유방은 나름의 전공이 있고 또한 유일하게 항우에게 맞설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해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제나라의 전영은 좀 특이한 케이스다.

그의 이력을 읽다보면 야심과 욕심이 보이고 자존감이 높아보인다, 그래서 대의명분보단 개인의 이해가 앞선다 느껴졌다. 그래서 모두가 합심해 진나라를 공격할때도 복지부동하며 제나라만을 지킨것이라 보여지고..

하지만 항우의 논공행상에서 소외감을 느낀 그는 스스로 일어나 항우가 심어놓은 봉건영주들을 죽여가며 자기의 땅을 넓히고 이게 빌미가 되어 항우와의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때를 놓치지 않은게 유방의 어부지라라 할수있고 그 어부지리에 날개까지 달아주는 사건이 둘있으니 하나는 소하의 강권에 의해 대장군으로 받아들인 한신이고 둘째는 항우를 피해 도망쳐온 장량이다.. 뒤의 애기지만 진평까지 막하로 들어와 한 축을 담당해주니 브레인을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는 완벽하게 구축되어진다.

 

제나라의 전영이 그 패기는 좋으나 상대를 봐가며 병법을 구사해야 하는데 그면에 있어선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 결과는 당연한 항우의 勝이나 패잔병 처리 방식에 있어서 다시 "신안의 坑"과 같은 만행을 자행하니 전영의 뒤를 잇는 전횡과 그를 따르는 제나라 사람들의 반격이 심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쯤되서 느낀다 너무 강해서 부러지고 너무약해서 터지는 강약 각각의 단점이 항우에게 있다는게.. 항량이 살아 조금만더 다듬어주었다면 하는 가정을 해보지만 결과는 달라졌을 것 같지않다.

 

반면 유방은 그야말로 승승장구한다. 고도를 통과해 한중으로 나오면서 부터 때론 어려운 싸움이 있었으나 그 어려움이 기회가되어 많은 우군을 맞아들이게 되고 간간히 등장하는 인물들의 조언을 흘려듣지 않아 거병의 명분까지 확립한다, 하여 제나라 정벌로 군대가 비어있다시피한 항우의 도읍지 팽성까지 손쉽게 점령한다.

그러나 그 승승장구가 오히려 그 내면에 있는 사치와 허영을 키워 자만감에 빠지게 되니 다음편의 내용이 어느정도는 그려진다.   

조고가 죽음을 맞는다. 호혜가 허울뿐인 황제였으나 그래도 시황제의 그늘이 남아선지 황제의 권위를 겁내던 조고는 함정을 파 호혜를 죽이고 제2의 호헤를 만들 목적으로 시황제의 핏줄인 "자영"을 왕으로 세우려 시도한다. 하지만 모진 폭정과 왕족에 대한 탄압을 거친 자영역시 처세의 본능이 깨어있어서인가 되려 함정을 파 조고를 죽이고 조고의 죄를 물어 일가친척 전부를 죽인다. 그뒤 유방에게 항복하여 명을 잇는듯 하였으나 뒤에 닥친 항우를 피하지 못해 목이 잘린다.

 

항우에 비하면 유방의 함양정복행은 유람이나 다를바가 없다. 그 힘듬이 적진 안으나 항우와 비교하면 수고로움이 덜하단 뜻이다. 더욱이 장량과의 재회가 그의 운을 틔워주는 역할까지 한다.

 

반면 항우는 그의 이름을 천하에 알린 거록의 전투를 비롯해 한뼘한뼘을 피로물들이며 전진한다. 그로인해 위세와 명성을 얻긴했으나 흔히 애기하는 德을 시현할 기회는 찾지못했다.

당시 진나라 최고의 장수 장함이 20만이란 병사와 같이 투행했으나 장군만 취하고 병사 20만 전부를 생매장하는 "신안의 갱(坑)"이란 만행까지 저지른다. 물론 당시의 기준으로 병가의 常事라 하더라도 잔인하다란 평판을 피할순 없다. 범증이란 인물이 있었음에도 왜 말리지 못했을까란 의문이 들었었는데 그 답을 책을 통해 알수있었다. 아무리 亞父, 軍師라 하더라도 항우는 이미 범증의 주군이였다. 청할수는 있어도 강요할순없는... 때론 그의 직책이 되려 간언을 피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던것 같고..

 

함양은 떨어진다. 먼저 입성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유방이였으나 그 뒤를 잇는 항우의 상대가 되진 않는다. 하여 자중하며 기다리나 한번의 실수로 함곡관에서 항우의 군사를 막아세우는 사건이 발생한다. 때를 놓치지 않은 범증이 그 구실을 들어 유방을 제거하려 계획을 꾸민 것이 "홍문의 잔치"로 알려져 있다.

 

항우란 인물을 대하면 대할수록 반만 길들여진 범같다란 인상이 든다. 상대가 강하면 더욱 강해지고 유약하고 자기 밑으로 들어오면 보호본능이 생기는... 거기다 유방은 정체성을 모르겠다. 때론 자존심이 없는것 같기도 하고 때론 마음이 넓은것 같기도 하지만 사생활은 잡스러운게... 이둘 케릭터의 조화 때문인가 항우는 유방을 죽이지 못한다.

하지만 유방에 대한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여서 논공행사때 그를 지금의 사천성부근인 촉땅으로 귀향아닌 귀향을 보낸다.

 

책의 끝머리에 항우를 떠난 한신이 유방의 진영에서 일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선 소하와의 만남까지만 그려진다.

전장에서 장군의 중요성에 대하여선 말할 필요가 없겠으나, 소하란 인물은 알면알수록 장군 100명 정도의 몫은 될듯하다. 어쩌면 번쾌,한신같은 장군 장량과 같은 군사의 재능을 발현시켜준 원동력이 소하의 살림솜씨 아니였을까?? 하긴 유방을 지금의 유방으로 만든 장본인도 소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