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가 죽었다. 무수한 싸움을 이기고 정작 필요한 한번의 싸움에서 패배했으나 戰神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을정도의 이야기를 남기고 그답게 생을 마감했다.

戰神으로서의 모습도 뇌리에 남지만 우희를 대하는 남자로서의 그의 모습역시 깊은 잔상을 남긴다.

覇王別姬 - 항우와 우희의 마직막을 구술한 장면은 그 어떤 영화보다 깊은 여운이 있었다.

 

천하를 지탱하던 한축이 없어지면 나머지 한축으로 균형이 잡힐것 같지만 때론 없어진 그 축의 공허함으로 위태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유방은 그 특유의 정치적 감각으로 기울어지기 쉬운 균형의 추를 안정시킨다. 대표적인예가 제왕이었던 한신을 무력화 시킨것이 그렇고 도읍을 안정화 시키며 장수들 보단 살림을 맡았던 소하에 대한 논공행상이 그러했다.

또한 논공의 행열에서 뒤쳐진 자들을 위해 존재 그 자체가 스트레스였던 옹치에대한 포상역시 그러했다. 그뿐아니라 이전에 없던 항병들의 처형역시나 이전의 유방과 한고조로서의 유방이 달라져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극심히 싸운탓일까?? 항우에 대한 증오가 깊은 만큼 상대에 감정역시 깊어 그마지막 장례때의 모습은 인간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것 같다.

 

전쟁이 끝나면 장수는 그 쓰임이 다한다. 대신 국가의 안정화가 필요하기에 행정가들의 쓰임이 크게 되는데 이때 유방은 손숙통이란 儒家를 크게써 나라의 체계를 제정립한다. 이때의 체계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그러다 손숙통이란자의 처세를 다시 생각하면 기득권의 표리부동에 다시금 분통이 터진다.

 

권위란게 참 이상하다. 느끼지 못할땐 거추장스러운데 그것을 느끼면 차츰 젓어들어 어느새 그것과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가 이뤄진다. 유방의 모습에서 그 권위의 부정적 모습이 보이는게...  

유방이란 인물에 도무지 매력을 느낄수 없었던 이유를 알았다. 그가 무장이 아닌 정치인이였기 때문이란걸..

책의 말미에 항우와 유방 진채의 기운이 전해진다. 싸움으론 상대가 되지않을 항우이지만 갈수록 힘이빠지고 육신이 말라가는 것과 같은 패전이 거듭된다. 전투가 아닌 전쟁이기때문에 항우나 유방의 전면전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각각의 제장이 얼마나 잘 싸워주는가가 관건이다. 이점에 있어선 항우의 완패다. 또한 범증의 죽음이후 항우의 곁에서 brain역할을 해줄 인물이 사라진다. 장량이나 진평과같은 책사 한명정도만 부렸었어도란 생각이 들지만 사람을 부리는 것 자체가 "爲政在人 取人以身" 즉 정치의 영역이니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는 항우의 결말이 당연하다 판단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이 한신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제나라를 평정해 유방을 도왔으나, 스스로가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天下三分之計의 주장을 물리친다. 한신의 책사 "괴철"의 주장을 읽을때 왠지 삼국지의 제갈량이 오버랩되었다. 나관중은 초한의 역사에 정통했음에 틀림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깊게든다. 책사가 꾀를 낼때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일화 또한 괴철과 한신의 에피소드를 통해 알수있다.

하긴 역이기에 의해 평화롭게 수교할수있었던 제나라를 무력으로 도륙하고 같은 편마저도 삶아죽이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으니 그끝이 편하다면 그것이 오히려 역사를 거스리는 것일수도 있겠다..

 

유방의 곁에는 많은사람이 모인다. 평생을 두고 그를 괴롭혔던 옹치란 자까지 몰려든다. 하지만 그는 정치인으로서 천하인을 기치로 걸고 그 모든이들을 받아들인다.

적재적소란 말이 무색할 말큼 인사를 잘해내며 진심이 얼만큼 더해졌을진 모르겠으나 탁월한 연기까지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인물에 그닥 매력을 느끼진 못하지만 역사사가 진행되는 방향성에 대하여선 어렵풋이 알듯도하다.

 

다음편쯤에 항우의 죽음이 나올것 같은데.. 잔인하지만 왠지 측은한 맘이 생기는 인물이라 그런지 책장을 쉽게 넘기진 못할것 같다. 

 

톰과제리라는 만화가 연상된다. 당연히 톰은 항우이고 제리는 유방이다.

태산을 뽑을 힘과 세상을 덮을 기를 가진 항우가 개인대 개인으로 비교하면, 비교란 말이 수치스러울 정도의 유방에게 번번히 당한다. 물론 전투는 항우가 이기지만 큰 그림인 전쟁을 놓고보면 소모전만 치를뿐이다.

더욱이 형양성 전투에선 한때 자신의 수하였던 진평의 반간계에 걸려 유일한 책사인 범증마저 잃고많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다시 쓸수라도 있는데, 억울함에 병들어 죽게되니 이젠 항우에게 귀를 열고 눈을뜨게 만들어줄 스승이 남아있지않다. 여기서 전쟁의 승부는 사실상 명시화 됐다고 본다.

 

그밖에 많은 장수들이 죽는데 배신과 번복을 일삼던 위표는 형양성을 수비하던중 동료에 의해 그 목이 떨어진다. 평소 약하고 고집만 부리던 儒家의 기치가 발휘되는데 유방을 대신해 죽음을 맞은 기신이 그렇고 그의 동료들로 끝까지 항우에게 저항했던 형양성의 수비장군들이 그랬다.

 

항우에 맞선 수차례의 전투에서 단 한번을 이기지 못한 유방은 또다시 패해 조나라에 있는 한신을 찾아가는데, 그 만남에선 유방이 왜 왕인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생긴다.

수레모는 하후영과 유방 단 둘이 한신의 군대를 찾아가 대장군인 한신이 설혹 딴마음을 먹었을지라도 그 마음이 실행되기 전에 온전히 군권을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

항우에게 당하는 모습이 부곽이 되긴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그역시 나름의 카리스마는 출중했었던거 같다.

 

회를 거듭할수록 항우의 폭정에 거리감이 생기고 유방의 비겁함에 눈살이 찌푸려 진다.

그럼에도 책을 덮지않은 이유는 그 두명을 따르는 인물들의 기상과 의리 등등때문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