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뮈소 소설을 처음 접한게 "당신, 거기있어줄래요" 였다. 그리고 "브루클린의 소녀", 이 책은 내가읽은 작가의 세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의 감동이 진해서인지 브루클린의 소녀는 그 전개가 조금은 조악하다 느꼈었고 그로인해 더이상 그의 책은 읽지 않기로 했었는데.. 책이 내게 다가 오는 그 순간을 무시하지 못했다.

 

엄청난 매력을 가진 한 소녀가 있었다. 그를 둘러싼 두개의 커다란 사랑이 있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분출했다. 한명은 십대가 빠지는 열병과 같은 사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분출했고 다른 한명은 사랑과 소유욕을 적절히 썩어 그 대상을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 한소녀에 대한 두사람사이의 감정과 그들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결합되어 살인이란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는게 이책의 핵심 줄거리다.

 

남여의 사랑만을 놓고 본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신체의 화학반응이 없다고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 상상하면 인생을 논할수 있을까??

 

책의 핵심은 사랑이다. 그 처음은 십대 남녀의 불꽃같은 사랑이 었으나 그 마지막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마무리 된다. 만약 사건속에서가 아니였다면 그리고 프랑스 문화가 아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문화속에서 주인공 토마가 그 모든 비밀을 알았다면 글의 파동이 좀더 컷을 것 같다 여겨진다. 어쩌면 토마는 글을 풀어가는 매개체일 뿐이고 실제 주인공의 그녀의 어머니 "안나벨"과 친부 "프란시스"가 아닐런지..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작가의 다른 책을 몇권은 더 읽을 것 같다.

"작가들은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소설을 쓰잖아요.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과 싸우기 위해서요.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서요. 물론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하려면 현실을 잘 알아야 하겠죠." 등장인물중 한명인 플린의 대사를 통해 작가의 견해를 알아서인지 그의 글에 좀더 큰 신뢰가 가는 이유도 있겠고..  

 

내가 아는 김일성에 관한 정보는 1945년 10월 14일의 집회 연설의 한대목이 전부였다.  "어떠한 당파나 개인 만으로 이 위대한 혁명을 완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돈있는 자는 돈으로, 지식있는 자는 지식으로, 노력있는 자는 노력으로 참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민주를 사랑하는 전 민족이 완전히 대동단결하여 민주주의 민주독립국가를 건설하자. 조선독립만세..."

 

김일성이 소련정부에 의해 북한에서의 입지가 굳어졌다는 점은 부인할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후 책에선 소개되지 않지만 북한내 조성되었던 파벌을 숙청을 통해 청산하고 현재의 집권 형태를 창출해 독재자로서 일생을 마감할 뿐만아니라 현3대 세습체계를 구축 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그는 최소 일제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은 하지 않았었나. 물론 그 구체적인 사료에 있어 공과를 지적하지만 터무니 없는 허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정부는... 좀 많이 부끄럽다.

 

민중은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받아들인다는 작가의 말에 큰 공감이 갔다. 그리고 소련군 중령 게오르기 표도르프와 소령 유리 립시츠의 보고서를 읽으며 당시의 부조리했던 실상이 눈앞에 펼쳐져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약탈자가 일본에서 소련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민중의 삶에 변화는 없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인해 김일성 집권후 소련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것이 아닐까란 생각역시든다.

 

그리고 생각한다. 독립투사들이 그들의 이념에 방점을 찍어 민족을 교화시키려 하지 않고 민족의 생활에 방점을 찍어 백가쟁명식의 이념 과도기를 인정했었더라면 어떠했을까하는.. 폭력은 모두를 지치게 하지만 문화는 모두를 참여하게 만든다. 그 당시 그런 민족적 교양의 토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반론할 수도 있겠으나 원래 역사란 것이 국민의 시행착오를 격으며 때론 앞으로 또 때론 뒷걸을 치는 것이니 충분히 시도해 봄직했었다 판단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근원엔 사회적 약자(여자, 어린이, 노인)에 대한 보호가 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깃들여 있는 측은지심이 바탕이 되는 이즘이 선택되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책을 통해 알게된 김일성의 인선과정을 요약하면; "김일성이 소일전쟁 이전에는 사회주의의 조선의 후보자 중에 한 명 이었고, 1945년 8월 또는 9월부터 임시지도자로 승인되었고, 1947년에 최종적으로 북조선 지도자로 임명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띄엄띄엄 알았던 역사에 대하여 체계를 잡은듯해 조금은 유익했다고 볼수있는 책이였다.    

작가는 결코 친절하지 않다. 특히 프레드릭 베크만이란 작가는 더욱더.

전편 베어타운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 그 후속편인 이번책은 읽으면서도 책장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면 스스로를 자재시키곤 했다. 아껴읽어야지 맘 먹으면서도 돌아서면 손에 책을 들고있는 스스로를 발견할때면 이미 작가에게 중독된게 아닌가란 생각과 나역시 베어타운의 일원인가하는 생각이 문득들때가 있었다.

 

어떤 사건이 닥치면 피해자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일부의 눈엔 그가 가해자로 비치고 대수롭지 않게 던지는 작은 돌덩이들을 맞으며 견디는 시간 속에서 그 피해자의 가족은 스스로의 무덤속에 함몰되어 간다. 더 억울한건 피해자가 그 모습까지 봐야한다는 거다. 그런데 마야는 그 모든걸 견뎌낸다, 스스로를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정의 하면서.

 

그리고 마야의 동생 레오.. 무력감에 방황하며 스스로를 학대한다. 표출할수 없는 분노와 거대한 슬픔 사이에 놓인 12살짜리 소년의 심장을 너무나 가까이서 들여다 본 느낌이다.

 

아나와 벤이의 사건이 터졌을때 참시 책을 놓았다. 벤이가 격게될 아픔때문에..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는다. 그답게 맞선다. 그럼에도 힘들다, 그래서 안스럽다.

 

아나와 비다르의 사랑은..

작가의 불친절함에 진정 화가 나는 부분이다. 애뜻함과 분노가 공존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이책의 주인공을 뽑으라면 아맛이다.

그의 삶 한장면 한장면이 감동이다.

 

이정도로 감정에 휘둘리며 활자 하나하나를 읽는다는 건 기적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그 기적을 경험했다. 탄탄한 스토리였고 인물 한명한명의 개성이 두드러지지만 이책은 눈과 머리로 읽혀지는게 아니라 눈과 심장으로 읽혀지는 책이다.

 

그리고 편견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나역시 그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에 속했던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한번더 베어타운의 이야기가 들려왔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