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모나서인가 너무많이 화재가 된 책은 오히려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중고생이 읽어야할 필독서 이런게 붙거나 학교추천도서 등등의 수식어는 재미없는 책이구나란 말로 해석이 된다. 이상의 모든조건에 부합되는 책이 이문열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서울에서 나름 자존심세우며 초등학교를 다니던 주인공이 공무원인 아버지의 좌천으로 시골로 전학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대상황이 4.19의거 이전이니 초등학교지만 선생님의 권위가 지금과는 많이 다르고 채벌이란 명목으로 구타가 성행하던 시절이다. 더욱이 민주, 자주 이런 단어보다 규율,질서 등의 단어에 무게가 실렸던 시대이기도 하다. 그 시대에 적확하게 부응하는 학생이 엄석대다. 또래아이들보다 일단 주먹이세고 힘을 가진자(담임)가 필요한 것을 제공하여 그 힘을 자기가 양도받아 스스로의 권위를 세울줄 아는 초등학생이라 믿기지 않는 처세의 달인이다. 그러니 동급생들에게 선생의 권위보다 엄석대의 권위가 훨씬 크게 자리잡아 견고한 나름의 왕국을 만들어 그곳에서 군림한다. 그런곳에 서울내기인 주인공 한병태가 왔으니 당연히 모든게 불합리해 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대립한다. 하지만 대립이란 단어가 성립하지 않는다, 운동장이 기울어져도 너무나 많이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반항과 그 반항을 길들여 가는 과정의 일련의 시간이 흐른후 병태는 석대의 품으로 귀화한다, 그리곤 그의 측근이 되어 나름의 권위를 유지하며 학교생활을 한다. 그러다 새학기가 시작되 담임이 바뀌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변한다. 권위가 사라진 엄석대를 향해 가해지는 학생들의 폭로, 그런 친구들을 응징하는 석대 그에 맞서는 또다른 결집 이 모든게 새롭게 담임을 맡은 선생의 지도력으로 이뤄진다. 주인공인 병태가 그 오랜기간 꿈꾸었으나 결국 스스로가 굴복해 버린 변화를 선생은 불과 몇번의 채벌로 말끔히 해치워 버린다...

 

이 소설을 10년 전에 읽었었으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 지도자가 중요하지.. 사람은 누구나 계도란게 필요해라 스스로에게 말하며..

하지만 지금 소설을 읽고난 느낌은 좀 다르다. 왜 엄석대란 기형적인 인물이 만들어졌을까 구조적 모순은 뭐였을까?? 아이들은 왜 스스로 깨우치지 못했을까?? 가해자와 피해자가 엄석대와 동급생으로 나뉘는게 맞나 등등의 질문이 남는다.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려는 의도가 짐작되어 그런지 좀 괫심하다.

그리고 석대도 병태도 그 밖의 아이들도 그냥 애처러운 감정만 드는건 나만의 관점인건가?? 시대를 두고 해석의 여지가 많아지는 책이라 여겨진다.

어렵게 쓴책 같은데 너무 쉽게 읽어서 미안함 맘이 든다. 그렇다고 빨리 읽었다는 뜻은 아니다, 글 읽는 느낌이 좋아 아껴가며 읽었다.

 

아련, 순수, 연민, 사랑의 감정이 어느것 하나 튀지않고 최상의 배합으료 어우러져 마치 포근한 겨울날씨와 같은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아픈사람은 등장하지만 악한사람은 그 존재가 미미하다. 상대의 악을 나에 대한 미움을 대수롭지 않게 느끼는 남자주인공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이 알진 못하지만 주변모두는 이미 알고있는 여자주인공이 가진 사랑의 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수정이란 분이 여주인공에게 보낸 짧은 글이 잔잔하면서도 묵직히 가슴속에 남겨진다.

"살면서 교훈같은건 안 받아도 돼. 좀 슬프잖아.. 교훈이 슬픈게 아니라 그걸 얻게 되는 과정이.." 힘들때 이런 글로 위로받을수 있다면.. 한편 부럽기도 하다.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빠가 어느순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다. 그런데 그 차를 운전한사람이 엄마다. 그렇게 아빠는 죽음으로 엄마는 교도소로 향한다. 15살 그때부터 7년의 기간동안 엄마의 동생인 이모와 같이 생활한다. 하지만 그 7년동안 그녀만을 바라본 남자역시 등장한다. 학창시절의 오해로 隔이 생겨버린 친구도 등장하고.. 그렇게 세월이 흐른 시점속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도시생활에 지쳐 엄마같은 이모를 찾아와 위로를 구하지만 이모도 집도 주변도 모두 서걱거린다.

하지만 그 서걱거리던 질감속에 유독 하나의 감정이 그 크기를 키워나가는데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고 빠르거나 느리지도 않게 산등성이 눈이 쌓여가듯 켜켜이 쌓이는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들의 사랑이 힘들때 연민이 생긴다.

 

작가의 다음글이 빨리 나왔으면 싶다. 이런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힐링이지.. 재미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읽었다. 

한글자 한글자 읽어나가는게 참으로 어려웠다. 너무나 슬펐고, 그만큼 아팠으며 화가났다.

그렇게 읽어나가다 보면 책 제목이 다시금 머리속에 맴돈다. 이렇게 까지 몰랐었단 말인가?? 누구의 잘못이지 분명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의 잘못이다.

 

광주사태가 없었으면 전두환이 없었고, 4.3과 여순이 없었으면 이승만이 없었다는 도올선생님의 논평이 참으로 와 닿는다. 공포.. 그 거룩한 힘에 대하여 이 세상 존재하는 가장 더러운 오물을 던지고 싶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오물이 그대들 스스로가 아닌가.. 아이러니다.

 

4.3과 여순을 무의식중에 반란과 연결시켰었는데 그게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 비통할 정도로 절감했다. 그리고 서북청년단 - 영락교회 - 경찰 - 군인 - 기득권 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직 까지 그 힘을 탄탄히 받고 있다는 것에 무력함을 느낀다.

 

한챕터를 읽을때 마다 유투브를 통해 연관된 도올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생생한 강연과 더불어 읽어서인지 역사의 깊이가 좀더 깊게 가심속에 각인된 느낌이다.

그리고 부록에 실린 연표를 통해 다시한번 역사의 흐름을 정리할수있어 억압과 항쟁에 대한 기억과 그에 대한 감정이 좀더 오래 지속될것 같다.

 

거룩한 사기꾼이라 지칭한 이승만에 대한 평이 너무나 관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회주의자가 시류에 편승해 왕이되려 했고 그 권력을 찬탈하려 동족을 말살하다 시피 해가며 공포를 조성한자에게 단지 사기꾼이라... 그리고 그런 사기꾼에 붙어 동조한 자들이 지금까지 존경받는다는건 그만큼 우리가 세뇌되었다는게 아닐런지, 이제 좀 깨어날 때가 된것 같다.

 

이책을 통해 민족 각성의 카이로스가 도래해 과거 잘못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과 그리고 그에 적합한 항쟁의 명칭이 추서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일부의 허영된 야망을 위해 나라전체에 죽음을 드리운 자들의 잘못된 서훈역시 취소되었으면 한다.

 

현대사의 많은 난재들을 풀어낼 시야를 갖지 못한자는 사상을 구성할 자격이 없다시는 일갈에 대하여 개인의 무지를 반성하며 도올 선생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