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같지 않으리라" 문화재에 대한 눈을 키우려면 어찌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이다. 처음 들었을땐 그저 "..."였다.

하지만 책을 덮을즈음 낙산사편을 읽으며 그분의 문화재에 대한 사랑을 느낄수있었다. 낙산사란 사찰을 애기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썩었을 뿐인데 그 속에서 미안함 아련함 서운함 등등이 다 보여지니 어찌 그 사랑을 의심할수있겠나.. 그래도 다행인것은 전화위복이라고 되려 낙산사 고유의 모습으로 복원되어 더욱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강진은 다산선생 때문이라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가서 뭘하지 이미 그분은 안계시고 남은건 자취일것이데란 생각을 몇번은 했었다. 아마도 "옛사물"보는 감각이 전무해서였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책을 통해 집 문살 현판 바위에 새긴글 등등의 이야기를 접하며 그럼 나도.. 라며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올해는 꼭 갈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고창 선운사편이 와닿았다. 책의 내용이야 경주, 문경, 가야산, 수덕사 등등 하나 빼놓을 것이 없었지만 선운사편을 읽을땐 뭔가 사람을 끌어드리는 매력걸 느꼈다. 복분자 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아무리 술을 좋아하기로서니..

 

그리고 문경 봉암사를 읽으며 지증대사란 분을 알게된건 어쩌면 수확일수도 있겠다. 문화의 흐름을 막을순 없지만 무조건적인 수용의 병폐를 보아왔기에 이런분을 글로나마 뵐때면 무척이나 반갑다. 그리고 봉암사, 치사해서 안간다. 물론 오라하지도 않겠지만.. 승려의 태도에서 極端의 모습이 보여 그렇지싶다.

 

난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여 사물에대한 외관적 묘사보단 그 사물이 수용하고 있는 내력알기를 즐긴다. 이런게 아마 스토리텔링일 것인데.. 우리의 옛물건 하다못해 동내의 절에서 보이는 탑에 관해서도 그"냥 탑이네 뭐!"이렇게 흘러 넘기지 저기에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라 궁금증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게 사물을 보고 단서를 찾아 그내력을 훑는과정을 보여줘 고마움을 표한다. 유홍준 선생님처럼까진 아니더라도 어떤 태도로 옛물건을 봐야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을 배운것 같다.       

아버지의 죽음과 남겨진 세아들의 어쩌면 네아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첫째 드미트리는 부친살해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는 무죄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그렇지 않다. 둘째 이반 그는 정말 아버지 살해의 주범일까??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 역시나 이런 물음에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섬망속의 악마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걸거다. 그리고 알루샤.. "고귀한 영혼이여! 그대의 삶에 부디..."

 

표토르 파블로비치 카르마조프 살해의 주범은 그의 하인으로 알려진 스메르쟈코프로 밝혀진다. 하지만 그는 자살한다. 하여 진실된 죄는 죽음속의 그에게 묶여진체 허상속의 재판이 이뤄진다. 드미트리의 변호를 맡은 폐츄코비치가 아니였다면 책을 읽고나서도 "왜?"란 의문속에서 한참을 허우적 거렸을것같다.

 

비천한 어머니에대한 낙인 그리고 심증은 있으나 확신이 없는 아버지와의 관계. 비록 화목한 가정은 아닐지라도 신분의 벽앞에선 이복 형제들과의 만남 그 모든 상황들과 거기서 비롯된 자신의 돌파구.. 그가 이반에게 바랬던건 뭘까?? 그리고 만약 작가가 서두에 언급한것 처럼 책을 이었다면 무슨 내용이 전개되었을까?? 뭔가 가슴에 남겨진 것이 분명 있는데, 허무만이 주변을 아우르는 기분이다.

 

"양심이란-이미 뉘우침을 의미하는 것인데, 자살자에게는 아마도 뉘우침이 없었을 것이고 오로지 절망만 있었을 겁니다. 절망과 뉘우침 -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절망은 원한에 가득차 결코 화해할 수 없는 것일 수 있으며, 자살자는 자신의 목숨에 손을 대려던 순간, 그가 평생토록 질투해온 사람들을 갑절이나 더 증오했을 수 있습니다." 드미트리의 무죄를 밝히려던 변호사의 스메르쟈코프에대한 추론중 한부분인데 책을 통틀어 이 대목이 가장 기억속에 머무는 이유는 아마도 공감이지 싶다. 작가의 이런 친절이 없었다면 한참을 방황했겠다 싶다.

 

등장인물 모두는 서로에게 경의를 표하며 용서와 축복을 기원한다. 물론 그 속엔 그리스도의 분주함이 내포된다. 누군가에겐 사랑에관한 이야기일수도 있고 다른이에겐 부모됨의 도덕률에관한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겐 출생, 성장의 과정과 죽음에이르는 삶에 대한 의문이 이야기의 기반을 이룬다 여겨진다. 어떻게 살것인가? 그리고 아버지란 무었인가에대한 큰 명제 속에서 독자 스스로에 대한 자문의 시간을 가져볼수있는 충분한 계기가 된 듯하다.

 

ps. 해설이란 출판사의 친절이 없었다면 더욱 책이 크게 여겨졌었을 싶다. 어차피 읽진 않지만 독자의 획일화를 이루는 것 같아 노엽다.   

고전문학 그대로의 맛을 충분히 느낄수 있는 책이다. 앞서 러시아 소설을 읽었을때 그들의 종교관 그리고 그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여 등장인물의 성격과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없어 글을 읽으면서도 겉돈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하지만 유투브의 도움으로 러시아 역사 공부를 좀 하고나니 "아하~~"란 탄성과 인물들간의 대화가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알료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조시마 장로가 임종을 맡는다. 거인의 죽음답게 영육이 분리되는 그 순간까지 의연하였고 신과 주변사람들의 사랑으로 충만하였다. 하지만 그의 죽음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발생하는데 바로 시신의 부패다. 살아있을때 그의 선행으로 죽어 기적이 도래할것을 믿었던 신도들과 신부들은 시신의 냄새로 인해 그의 삶 전체를 거짓으로 규정지으려 한다. 이러한 시험에서 알료사역시 자유롭지 않았다. 기적이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의 이중성때문인지 몰라도 알료사는 나름의 일탈을 저지르지만 그리 오래 방황하지 못한다. 그리고 장로곁에서 잠시동안 잠든 그 순간 그리스도와 조시마 장로와 해후 한다. 아주 무겁고 큰 장면을 개인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간단한 배경묘사를 가지고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깨닮음 같은 것을 그릴수있다는 자체가 매우 경이로웠다, 작가가 러시아를 대표한다는 말을 절감했다.

 

그리고 드미트리.

표토르 파블로비치 즉 카라마조프 형제들의 아버지인 그는 죽임을 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첫째인 드미트리다. 책의 종반부까지 그 누구도 그가 범인임을 의심하지 않을것같다.

하지만 그는 체포된후의 심리과정에서 殺父의 죄를 부인한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가슴아파했었던 이유는 그레고리, 즉 어릴적 자기를 길러주었던 아버지의 하인에 대한 폭력때문이라 진술한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아서인지 아님 그의 말에 현혹되어서 인지 몰라도 드미트리보단 스메르쟈코프(표도르의 요리사)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황상의 이유만으로 드미트리가 무죄를 입증하기란 어려울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에서 당시 러시아 귀족집단의 생각과 권위 그리고 자존심 따위를 조금을 알게된것 같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의 차이가 커서인지 "무슨 이런..."등의 생각이 자꾸만 이어진다. 훌륭한 글이고 내용임에는 분명하나 현실에 맞게 각색된다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생각과 더불어 Original이란 원석을 접하는 투박한 매력이 주는 기쁨이 있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