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서 오랜만에 향수에 젖어볼까 싶어 구매한 책인데, 되려 생각만 더욱 깊어졌다.

 

대통령께서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구별하기 위해 일반시민들이 가장잘 체감할수 있는 경제를 들어 그 경계를 나눠보고자 하신것 같다. 그렇다고 경제학자들의 책처럼 읽기를 결심한 순간은 전의에 불탔으나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잠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 책이 아닌 조금만 노력하면 이해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하셨구나라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책 전반부는 어떻게 집필할지에 대한 메모이고 후반부는 그 책내용에 들어갈 육성이였기에 책 모두가 그분의 말씀으로 이뤄져 노무현 대통령만의 독특한 화법을 느끼는건 그분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마치 보너스를 받은듯한 느낌이였다.

 

국가란 무었을까?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신다. 그럼 진보는 무었이고 보수는 무었인가? 많은 사람들이 가치, 사상을 들어 둘사이를 나누는 시도는 보았으나, 실생활에서의 차이를 나누려는 시도는 좀처럼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책의 골자를 경제로 두기에 이 개념에 대하여 나눠보려 애쓴다. 그리하여 나름 도출한 결론이 보수의 주창이 성장이란 개념이고 진보의 주창이 분배(복지)라는 개념으로 까지 진화된다. 팬심을 접어두고 되도록 비평하며 읽으려 노력했음에도 이런 주장에 대하여 마땅히 반박할 근거가 없다.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를 내세운 정당의 정책을 봐도 이렇게 나누는 부분이 당연하다 여겨진다. 여기까지 읽었을때 자문했었다 그럼 나는? 진보에 가까운것 같다.

하지만 사상적으로 난 항상 보수라 생각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보수는 민주당이다. 자한당은 단지 친일과 독재의 부산물일 뿐이다.)

 

그렇게 경제를 논하자니 권력, 관료주의 등등에 대하여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권력을 여론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움직일수 있는 힘이라 정의하신 부분과 관료제에 대한 병폐는 와 닿았다. 언론이야 현제 유투브오 팟케스트 등으로 그 환경이 점차 바뀌고 있다 생각하지만 관료제는 너무나 공고하다. 되려 그들에게 신자유주의의 이념을 들이대 노동유연화와 같은 걸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 철밥통이란 단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라 생각된다.

 

경제 중요하다. 대통령시절에 전정권및 그 후 정권과 비교해도 나쁜 성적을 거두지 않았건만 경제에 실패한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아직 지워지지 않았으니 그 고통이 오죽했을까 만은, 아직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를 이야기 하는건 다만 현실의 팍팍함에 대한 투정과 자기 좀 봐 달라는 치기라 여겨진다. 그런 감정을 이용하는 언론에 부화뇌동하는 부분도 있고.. 이러한 시도로 만들어지는 책이 꼭 필요하다란 생각이 드는 한편 대통령께서 그의 별명답게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하시는건 아닌가란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시기를 지배하는 것은 국민들의 보편적 생각이고 그 깨어있는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 진보의 가치인 민주주의로 나가는 첫걸음이란 뜻이 전해지자 "역시..."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책을 통해 그분의 향수에 젖으려는 생각은 부질없었고 되려 머리만 더욱 아팠다. 하지만 시민으로서 한번쯤 해봐야 하는 생각을 훌륭한 가이드와 서로 교감하는 뿌듯함은 충분히 있었다.   

도올 선생님과의 비교가 마땅한지는 모르겠으나 그 흐름은 비슷한듯 한데 글을 구사하는 초식에 차이가 있다. 도올 선생님의 경우 온갖 무술을 섭렵한뒤 한꺼번에 시전하는 듯한 느낌이고 유홍준 선생님의 경우 그가 책에서 말하는 바와같이 정재된 알토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각각의 특징이 있으나 공통적인 부분은 두분의 글 모두 어렵게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대한 독자의 입장에서 배려해 글을 쓰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중국서안은 꼭한번은 가야지 하며 버킷리스트에만 올려놓고 아직 짬을 내지 못하던 곳이었다. 그러던 차에 서안부터 돈황까지의 답사기를 읽으니 한편으론 눈이 즐겁고 또한편으론 부러운 맘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나 장액의 칠재산과 가욕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물론 돈황의 월야천 명사산이야 두말할 필요도 업을것이고..

 

하지만 그곳을 방문하기전 들른 천수의 맥적산 석굴은 왜 작가께서 그렇게나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였는지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들었던 우리나라는 왜...?란 생각에 대하여도 친절한 코멘트 까지 남겨 주셨다.

 

"문화란 그나라 자연환경에 맞워 구현된다. 불교는 인류가 낳은 위대한 종교로 이를 이대올로기로 받아들여 짐으로써 동아시아 민족들은 고대 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리였고 신앙의 형태는 그 나라 그 시대, 그리고 자연환경에 맞게 만들어져 갔다. 인도와 중국의 석굴사원은 굴착이 용이한 사암 절벽에 굴착된 것이였고 우리나는 화강암의 나라이기에 석굴사원 대신 마애불을 조성했다. 그럼에도 석굴사원에 대한 염원이 있어 인위적으로 만든것이 세계적 수작인 불국사 석굴암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불교의 신앙형태는 山寺다." "왜"란 자조적인 물음이 아!"라는 수긍의 의미로 바뀌는 대목이였다.

 

글이 망가질까봐 술조차 절제하신다는 분이시기에 그 글의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읽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신기한 문물을 보여주며 이야기하듯 풀어주시니 마치 재미난 애기를 겨울철 화톳불 옆에서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여름철 냇가 평상에서 밤하늘 바라보며 듣는것 같기도 했다.

"혜초 왕오천축국"역시 꼭 한번 읽어봐야 겠으나 그보다 서안을 거쳐 맥적산, 장액, 가욕관, 돈황중 한두곳은 조만간 꼭한번 다녀오고 싶다.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 지는건 잠깐이더군"으로 시작해서 "꽃이 지는 건 쉬워도 / 잊는 건 한참이더군 / 영영 한참이더군"으로 끝나는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가 책의 도입부 부터 가슴을 약간 가렵게 했다. "그래 그렇지.."란 동의가 나도모르게 쏟아졌음은 당연한거고.

하지만 선운사 이외의 최영미 시인의 시는 어려웠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읽을땐 무작정 읽혀졌다 하지만 그 속편에 해당되는 이 책은 조금 난해하다. 아마도 입문편과 심화편의 차이정도이겠거니 싶다. 어쩌면 아직도 시인의 언어를 대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고..

 

책을 읽는 중간에도 느꼈었는데, 책을 다 읽을쯤 다시 회상했던 "죽은시인의 사회"속 키팅선생을 만났을때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치듯이 시를 가르쳐 주면 안될까?? 왜 시는 심미적 공감각적 이런 표현들을 써가며 암호해독 하듯 가르쳐주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안간다. 내가 그의 글을 읽고 느낀점이 사랑이면 내겐 그시가 사랑인거지 왜 답지에 애국이라 마킹하지않으면 오답처리가 되는지.. 그러니 어떻게 시가 쉬워지겠나. 차라리 시를 가르치지나 말지 그럼 K-pop과 같이 사회속에서 살아날지도 모르는거 아닌가?

 

위의 궁금증을 풀진 못했지만 시인의 고달픔 그리고 시를 읽는 태도에 대해서만은 큰 조언을 얻었다.

"시에서 이야기만 추려 읽는 것은 충분한 일이 못된다. 우리는 시인의 목소리를 읽고, 침묵마저 읽어야 한다. 말한 것과 말한 것 사이, 말로 하지 못한 것 까지, 아니 시인 자신도 모르는 것까지, 보이지 않는 암흑까지 경청하며 읽어야 한다." 가능할까?? 그래도 조짐이 보이는 것은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다. 여태껏 이런 맘은 먹어본적 조차 없었는데...

 

이문재 시인의 소금창고 마지막 부분 "예날은 가는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가 참 좋았었는데 작가의 덧붙힘을 읽곤 격한 공감에 휩쓸렸다. "가장 좋은날 부모님은 안계시는 법. 사랑을 알 만할 때 사랑은 떠나 가는 법. 옛날이 그리운데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법. 그걸 간절하게 알게 될 때가 마흔 살인 게다."

 

짧은 글속에서 큰울림을 얻는다는 점에 있어 시의 크기는 그 어떤 문학/비문학 보다 크다 여겨진다. 하지만 독자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고 조금만 덜 딱딱하게 다가올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