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었으면 좋았었을거 같다, 파폐포포같은.. 어쩌면 없었기에 행간 사이사이를 그림으로 채웠던 것이니 되려 안도해야 할 것도 같고.

 

책을 읽어가며 정유정 작가의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이 의아해 했다. 전혀 어둡지도 않고 악인이 대두되지도 않을 뿐더러 유머코드 까지 있다, 딱 좋은 강도로..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진이와 지니의 예기치 못했던 만남뒤로 진이는 순간의 망설임때문에 방황하고 지니는 우여곡절끝에 한국까지 팔려와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전혀 조우할 것 같지 않은 인간과 보노보는 소설이기에 가능한 확율로 다시 조우하고, 사고를 당하고 지니의 몸에 두영혼이 함께 갖히는 상황에 몰린다.

 

누구나 어릴때 한번쯤은 수재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그 순간이 "기대"라는 억압의 시작이란걸 느끼진 않는다. 운좋게 느끼지 않는다면 다른 차원의 삶으로 도약이 가능 하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기대란 주변의 억압이 실망으로 그리곤 다시 특별할것 없다는 깨닮음으로 변하는 과정을 거친다. 민주가 그렇다.. 다만 특별한 것이 있다면 보통보다 조금더 겁많고 조금더 가볍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타입은 아니다.

 

진이에겐 남다는 눈이 있다. 그 눈으로 그녀는 동물과 교감한다 느낀다. 민주에겐 남다른 귀가 있다. 그 귀로 상대방의 맘까지 읽는다 느낀다. 보노보(지니)의 몸속에 들어온 진이와 민주의 만남부터 지니를 벗어나 진이로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까지가 대략의 이야기 인데 장면 장면마다 그 모습이 상상되 한참이나 속웃음을 지은게 몇번인지 모르겠다. 고작해야 원숭인데 이기지 못해 낑낑거리는 모습 그 원숭이에게 지도 편달 당하는 모습 등등.. 책을 읽은게 아니라 잘 만들어진 에니메이션을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렇게 웃다 해피하게 끝났었으면 하고 몇번이나 바랬었다. 하지만 정유정 작가는 결코 스스로를 배신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겠으나.. 작별.. 아무리 노력해도 친숙해 지지않는 그 두 글자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동화같은 글을 써놓고 고전으로 마무리하는 이런 불친절은 도대체... 읽는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작별의 무게 사이에서 누구나 방황하게 만들 글이지 싶다. 물론 작가의 큰 그림이 있겠으나, 독자로서 난 받아들이기 싫다.  

1894년 6월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을 기억해야 할것이다. 그 때가 우리민족 수치의 시작이였다. 더욱 맘 쓰이는 점은 아직 그 잔재가 남아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점이고..

 

전봉준 장군등등의 평전을 읽을때면 언제나 그렇지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그의 사상, 봉기를 위한 준비기, 봉기 때의 이야긴 쉽게 읽히나 결론 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상처이기에 다시 느끼기 싫어서인지 책 한장 넘기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읽기를 결심한 이유는 드라마 녹두꽃의 몇장면이 인상적이여서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 가슴에 남겨진 한구절은 "爲國丹心誰有知"다.

 

아무도 알아주길 바라지 않았고 그 무었을 위하지도 않았다. 다만 하늘아래 모든 인간이 평등하기를 바랬고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피해당하는 이가 없기를 바라며 스스로 먼저 깨우쳤고 뒤따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격려해 함께 봉기했다. 성공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혁명이라 칭할만 하다. 다만, 시대가 무르익지 않아 왕을 계도한다는 등등의 어설픈 사상이 보이지만 그 당시 상황에선 충분히 파격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볼때면 언제나 기득권에 대한 환멸이 생긴다. 그들 스스로 비틀어버린 儒家의 사상을 고수하며 이용해 벽을 세우고 온갖 도덕률은 그들 만의 것이지 그들 무리밖의 사람들에겐 적용이 안된다는 파렴치함이 독이되고 암이되어 나라 곳곳에 박히니 망하는 건 당연한 처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암떵이를 제거 하는 것도 우리민족의 손에 의해 이뤄 졌어야 한다. 그런 국민의 거국적 시도가 존재자체가 악인 일본놈들과 이미 썩어버린 권력의 힘에 의해 처절히 깨져버려 아직 그 아픔이 잊혀지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죽음..

사람은 죽을 자릴 가려야 한다는 말은 살면서 잊힐만 하면 들려온다. 하지만 죽음 앞에 당당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초심을 지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겠다.

전봉준을 이용하려은 일본군의 계략에 스스로 비굴해지지 않은 그의 큰 모습에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그 분 삶에 대한 기개가 보인다.

 

문득 그런생각이 든다. "완전한 혁명의 완성은 죽음이지 않을까?"라는 예수가 그랬었던거 같고 전봉준 역시 삶의 길이 비슷한 것 같다. 그분 삶이 해피엔딩인가를 판가름 하려면 지금 이순간을 봐야 하는데.. 글쎄다, 물론 좋아진 세상은 맞지만 당신께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떳떳한 세상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ps. 최시형 교주 등등과의 관계를 이 책을 읽고 논하는 건 아니라 생각된다.

확실히 스스로가 주관한 답사와 준비된 곳에 일행으로 참석한 답사의 차이점은 있는것 같다. 글을 통해서 그 여정의 두깨가 느껴진다. 더욱이 두번째 돈황, 막고굴 답사에 동행한 각 부분의 전문가들의 설명을 책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들었음에도 문화에 스며든 이야기의 힘이 주는 크기를 절감하게 만든다.특히나 관무량수경에 관한 고사는 그 울림이 아주 컷었다. 그런 스토리를 알고 그 그림을 보는 것과 그냥 보는것의 차이는 분명 클것이다.

 

돈황의 도보자들과 수호자들을 소개한 부분에 있어서 왕도사란 인물의 어처구니 없음에 한탄이 한참이나 나왔다. 하지만 오렐스타인, 폴 펠리오 등이 없었다면 돈황에 대한 연구가 알려졌을까를 생각하였는데 랭던 워너의 작태를 보곤 다시금 분노가 치밀기도 했었다. 고고학 연구의 필요성과 인류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선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 정신이 물욕과 개인의 명예욕으로 변질될때의 폐혜에 대하여 그 밑바달을 본 것 같다.

 

또한 돈황의 수호자들에 대하여선 그들의 열정에 감탄과 탄복이 순간순간 교차했다. 상서홍이란 화백이 그중 으뜸이었으나, 가정사에 있어선 그분의 편을 들어 줄 순 없을것 같다.

그리고 한락연이란 분을 안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소득이지 싶다.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 확실히 국내 답사기 보다 중국의 답사기가 훨씬더 재미있게 다가 온다. 국내 답사기를 읽을땐 숙제를 하는 기분이었는데, 중국 답사기를 읽을땐 미지의 세계계를 떠나는 혜초가 되고 현장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유홍준 교수님의 글이 그런 감정을 심어준 부분도 있었을 것이였고...

 

"국경선이란 내 나라 터전을 보존화고 내 나라 사람의 삶을 지켜주는 울타리이면서 동시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출구이다. 옥문관과 양관을 통해 중국과 서역 문물이 교류 되었다. 이를 후대 사람들은 실크로드의 두 관문 이라 부른다. 그래서 옥문관과 양관에 가서 저 황량한 사막을 바라보면 역사의 무수한 전쟁이 남긴 슬프고도 뼈아픈 이야기와 이곳을 오가던 사람들의 엄청난 용기와 고난의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나는 그것을 느끼기 위해 찾아간 것이지 볼거리가 있어 간 것이 아니다."란 구절을 읽었을때 솔직히 멋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느낄수 있는 내공이 부럽기도 했다. 그분의 답사여정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버킷리스가 되었고 그분의 답사에 대한 생각이 나의 로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