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을 읽을때 돈황에서 프랑스인 펠리오에 의해 왕오천축국전이 출토되었고 또한 그에 의해 왕오천축국전이라는게 확인 되었다란 구절을 보았을때 혜초란 분이 인도를 여행한 기록을 남겼다란 기존 지식에 어떻게란 호기심이 겹쳐져 별 고민없이 읽기로 결심했다.

 

책을 읽어가며 든 느낌은 대단하다란 감탄이다. 그 넓은 인도, 여러 국가로 나눠져 각기 언어마저 통일되지 않은 곳을 오로지 불법에 대한 호기심으로 4년여를 탐방하고 정치상황 및 지역적 물산까지 기록한다는 것은 생각 하는것 조차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그 불가능을 723년 20세의 나이로 해낸 사람이 있었다는게 한편 신기하기도 하고 그의 사무치는 고행에 대한 연민이 생기기도 한다. 아마 종교에 대한 사명이 없었으면 이루지 못했을거라 판단 된다. 

 

페르시아와 아랍이 다른 계열이란건 알았으나 그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지식은 없었는데 책을 읽는 과정에서 주석을 통해 보다 상세히 알게 되었다. 또한 불교를 비롯한 천교(조로아스터) 및 이슬람교까지 대강의 생성과 포교과정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국가간의 힘의 역학 그리고 지역적 성격과 종교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보는 계기 역시 되었다. 

 

소리문자가 과학적이며 그 기록의 적확성에 있어선 으뜸이란데 이의를 제기할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자를 배워가며 느낀점이 있는데, 뜻 글자 나름의 낭만에 대하여다..

소리를 축약할수있으니 글자와 글자 사이에 행간이 생겨 읽는 맛을 느끼게 한다. 신라시대 였으니 한글이 없어 한자로 기록 했겠지만 읽어 나가는데 별 이질감이 없었다. 또한 여행했던 지역의 한자를 중국식발음으로 읽었을때 그 지역의 원음과 비슷한점을 알가가면서 영어권 상품이 중국에 가면 왜 중국식으로 개명되나(예,cola-可樂)에 대한 역사적 유래를 찾았단 느낌이 든다.

 

페르시아와 아랍에 대한 호기심역시 더해졌다. 일처다부제, 근친혼, 殺父 등 지금의 상식으론 이해가 안되는 부분에 대하여 알고싶은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짜라투스투라를 읽곤 포기했던 조로아스터교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생겼고 이슬람에 대한 호기심 역시 커졌다. 조만간 관련 책을 읽을 것 같다. 잊혀질만 하면 등장하는 고구려인 고선지 장군에 대한 추억 역시 책을 통해 들춰볼수 있었고.. 지금의 인도 뿐만아니라 이란, 그밖의 아랍국가들 로마까지 당시의 상황을 조금씩 맛보는 계기가 되어 가치있는 시간을 보냈다.

 

我國天岸北 / 他邦地角西 / 日南無有雁 / 誰爲向林飛

향수의 고통.. 아마 이런것이지 싶다. 

오래전 신라에서 태어난 세계인 - 그렇게 혜초에 대한 정의를 개인적으로 내린다.        

대통령 연설을 귀담아 듣는 경우는 없었다, 워낙 화제였던 독도 연설의 경우 유투브 채널을 통해 몇번이고 돌려 봤었지만..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은 어디선가 들어 봤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아마도 "짤"이라 표현되는 하이라이트 부분 영상이 뉴스메체를 통채 전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엔 "짤" 부분에 대해 그렇게 큰 생각을 가지진 않았는데, 읽다 보니까 강조된 부분으로 인해 실제 연설을 통해 주장 하려는 부분을 가렸구나 하는 점을 몇번이나 느꼈다. 

 

연설문을 통해 그분 삶을 어느정도 돌아볼수 있었다. 

명문장이 아닌 부분을 추려 내는게 어려울 정도인데 내 가슴을 때린 일성은 "친일 세력이 독재에 빌붙었던, 기회주의 세력이 지배해 왔던 이 땅에 눈치 보지 않고 줄 설 줄 모르는 정치인이 대통령까지 되어 버리면 이것은 또한 정치혁명 아닙니까?" 였다. 존재 자체로 이정표를 세기려 그렇게 열심이었던건가.. 

 

"민주주의는 자기 이론의 근거, 자기 가치의 근거에 대해서 스스로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대합니다. 그리고 그저 관념의 세계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 역사의 현실로서 업적을 남기고 있기 때문에 위대합니다."

 

"권련이라는 것은 행사하는 것만이 권력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가 필요한 것을 이루어 나가는 영향력과 힘, 그것이 권력 아니겠습니까?"

 

몇몇 단어는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그 단어를 사용하는 개인과 연관된 사람의 가치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하여 민주주의, 권련 이런단어는 언급 자체를 꺼린다. 그 너저분한 감정에 달라들어 이게 민주주의고 권력의 뜻이다 라 소리치는 느낌을 받았다.

 

"대통령 단임제와 일반적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선거법, 당정 분리와 같은 제도는 고쳐야 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책의 말미에 노무현 대통령을 "지사적"인물로 정의 한다. 아마도 이런 발언들이 뭉쳐져 그런 유형의 인물로 투영되었을거 같다.

 

언론에 대해 말씀하시는 대목에선 그 분노를 이젠 충분히 공감할수 있었다.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아간다는게 만만치가 않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노무현이란 사람을 통해 갖혀있던 의식의 일정부분이 깨어지는 경험을 했지 싶다. 누군가는 아팠을 것이고 누군가는 어리둥정했을 것이나, 지금의 시대정신에 대한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할수 없을 것이다. 그 분 삶 전체에 경의를...   

1권을 읽었을때는 약간 딱딱한 느낌을 받았었다. 아마도 fact위주로 기술한 정보지 느낌이 들어 그랬었던 것 같다. 하지만 2권은 글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문화재를 중심으로 연관 이야기를 녹여 좀더 친근감 있게 읽혔다. 

 

한곳한곳이 다 주옥같지만 가장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곳은 사북편이였다. 

 

<막장> 

나는 지옥이 어떤곳인 줄 알아요.

좁은 길에다 모두가 컴컴해요.

오직 온갖 소리만 나는 곳이어요.

 

초등학생이 쓴 한편의 시와 황재형 화백의 앰뷸런스가 책 속의 정서를 대변 하는 듯 하다. 더욱이 작가의 처가애 대한 미안함과 아련함이 곳곳에 묻어 그 아픔의 깊이를 조금더 깊게 느낀 것 같기도 하고..

 

석굴사편을 읽을때 일제의 수탈에 대하여 많이 아팠고, 군사정부의 만행에 대하여 깊이 분노했다. 문화에 무지한 자들이 권위를 내세워 위한다 함이 되려 害가됨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 생각된다. 문화제 보전 문제를 논할때 선행학습이 얼만큼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의 과학과 옛날의 과학 그 접근법에 대한 다름을 알게 되었다.

 

변산은 낙조가 아름다운 곳 정도라만 알고 있었는데 반계 유형원 선생의 생을 짧지만 관조 할 수 있었고 분청자기에 대한 이해와 내소사란 절을 알게된것은 큰 수확이였다. 내소사의 정경을 볼때 대웅전의 자리란 불자가 바라볼때 존경이 일고 부처의 입장에선 보기 좋은곳 으로 선정되는 것일 거라 생각했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그토록 운치 있는데 꼭 한번 직접 봤으면 한다.

 

청도는 갈기회가 여러번 있었으나 소싸움, 온천욕 등만 즐기고 운문사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새벽예불의 경건함은 꼭 한번 동참해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그곳의 위세에 놀랐고 일연의 삼국유사 집필지 였다는 점을 알게도 되었다.

 

글을 읽을땐 작가와 더불어 여행하는 기분이였건만 읽고나면 "가야할 곳"의 목록만 하나하나 쌓인다. 아마도 이번 휴가는 고창, 청도, 변산중 한곳의 답사가 될 듯 하다.   

 

고부 편일 읽던 중 한 대목은 기억을 위해 발췌한다.

"농민전쟁의 현장에 대한 답사는 역사탐방길이다. 거기에는 문화재가 아무것도 없다. 있을 리도 없다. 산이 있는것도 아니고 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수려한 풍광을 찾거나 기대하는 자는 여기 올 필요가 없다. 오직 드넓은 들판과 바람, 언덕 위의 솔밭과 시뻘건 황토만 있을 뿐이다. 호남의 황토 중에서도 가장 붉은 빛깔을 많이 머금은 황토, 특히나 초봄에 갈아엎은 밭고랑의 뒤집어진 흙들이 아침이슬을 머금어 홍채를 토하고 있을 때 우리는 100년전 농군의 가슴에 조금은 다가설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