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었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쓰신 주역서역시 재미있게 읽었었고.. 근래들어 읽었던 책중 기억에 많이 남는 책은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란 책이다. 그 내용도 좋았으나 소개된 글중 역사서를 읽을땐 내용만큼이나 중요한게 누가 어느시대에 기술하였나를 생각해야 한다는 문장이 오랬동안 머리속에 남아있어서다.

당분간 시오노 나나미 작가의 책을 읽지 않을것 같다. 일본인으로서 극복하기 힘든 제국주의적 생각이 글에 많이 남아 있었다는걸 동시대의 역사를 기술하는 다른 분들의 글을 통해 느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방대한 유럽사를 통독해 충분한 지식을 얻었다 생각함으로 후회는 없다.

 

아직 2권이 남아있지만 책이 무었을 다루고 어떻게 다룰지가 느껴진다. 이책은 "성경 - 복음서"의 내용을 주인공 마티아스란 인물을 통해 다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 건가?? 도올 선생님의 마가복음강해와 같이 읽게 된건..

요한복음과 마가복음을 통해 알게된 예수의 사역이 글의 뼈대를 이룬다. 현실주의인 마티아스는 비록 억울한점이 있으나 로마 백인대장을 살해하여 사형에 처할 위기에 처해있어 우연히 발생한 연쇄살인의 해결을 통해 그 죄를 사면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사한다. 그 사건의 단서를 수집하는 과정중 계속 예수와 관련된자들이 죽거나 의심받는 상황이 연속된다. 기적을 믿을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런환경에선 얻기 어려운 지혜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유대인 특유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뭉쳐진 마티아스란 인물의 감정변화가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를 준다. 아직까진 그의 눈에 비친 예수는 거짓선지자 이고 율법학자들은 신을 섬기는 올바른 사람이나... 조금씩 그의 생각과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2권 역시 지금의 페턴으로 읽혀진다면, 신적예수가 아닌 역사적 예수의 삶을 알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형태의 복음서가 될듯하다. 기존의 복음서와 다른점이 있다면 목사나 신부와 같은 매개체가 필요없다는 점이다. 읽고 그냥 느끼는.. 그리하여 깨닫게 되는 그런 복음서... 내용은 추측이 가능하지만 그 결말은 작가의 몫이라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재미를 느낄수 있을듯하다. 

 

새벽 오로지 나만의 시간.. 하고싶은 공부를 하려고 보던 유튜브를 잠시 멈춘순간 한곳에 떨어져 있는 책이 보였다. 가지런히 정리만 하려했다. 그러다 몇페이지 정도만 읽어야지... 프래드릭 배크만의 책을 볼때면 항상 되풀이 되는 데쟈뷰와 같은 일이다. 다읽어 버렸다. 정확히 책의 글 한자한자가 내눈으로 들어왔다, 손은 단지 거들뿐..

더욱 억울한건 너무나 짧은 시간에 일독했다는 거다. 이렇게 짧은 스토리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수 있나란 생각이 들정도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감동적이진 않다. 아마 몇시간전에 집사람과 "동백이.."드라마를 보며 훌쩍거려 그런거일수도 있겠지만.

 

맹자께서 말씀하신 인간의 참모습, 선한존재로서의 희생이 글 전체에 녹아있다. 모든걸 다이룬 중년남성이 주인공이지 싶다. 그를 안스러워 하는 사신 그리고 강하게 키우려 했으나 다정하게 커버린 아들이 주위에 있다. 스스로를 잘모르는 사내여서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따윈 허락하지 않는다고 믿으려 노력한다. 그러다 암에 걸린 한 소녀를 병원에서 만나고 뜻하지 않게 소녀의 가디언을 자처한다. 스스로도 많이 놀랐던것 같다.

 

인간은 슬픔을 아프다라고 느낀단 사신의 말이 와닿는 순간이 있다. 존재가 사라지는 일.. 누군갈 위해 희생이 필요할때 육신의 소멸이 아닌 존재자체가 부정당한다면 과연 그 희생을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무뚝뚝한 사내가 어린 소녀의 가디언을 자처하고 사신을 막기위해 스스로를 던진 보상이였을까?? 마지막이된 그의 방문은 아들이었다. 손끝이 스친 1초 그 시간이 주는 여운이 크다.

 

스토리가 흐뜨러진 퍼즐같다. 하지만 조각이 많지 않고 다채로운 색채로 채워져 그리 어렵게 맞추려 노력하지 않아도 절로 맞춰진다. 그리곤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썩 괜찮은 그런 퍼즐같은 소설이었다. 유일한 단점은 너무 빨리 읽힌다는 점뿐이다.

 

 

유시민 작가의 글은 언제나 쉽게 다가온가. 아무리 어려운 철학이라도 그에 의해 재해석되면 선뜻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주제에 벗어난는 것도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촛점을 흐트리지 않기 위해 부연설명은 필요한 부분만큼만 한다. 이 정도를 알고 조정하는 것이 유시민 작가 글의 매력일것이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데스 두 역사가로 부터 시작해 다이아몬드와 하라리로 끝나는 여정이였다. 혹자는 시대순으로 역사를 정리했고 혹자는 문명으로 구분했으며 또 혹자는 사피엔스란 종으로 구분지었다. 개인적으론 토인비와 이븐할둔 두역사학자의 책을 읽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다. 나름 역사책을 좋아해 중국과 그리스 로마서적 일부는 탐독했다 생각했으나 이책을 통해 반추해 보니 깊이가 충분하지 않았구나란 일종의 자괴감이 든다.

 

유홍준 교수의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는 다를것이다."란 글이 다시금 각인되는 순간이다.

글을 지적허영의 충족으로만 읽으니 세월이 지났음에도 깊이가 부족하지 싶다. 좀더 사랑해야겠다...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를 읽을때 그분의 음성이 느껴져 역사서로서의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수 없었다.솔직히 그 책역시 개인적으론 역사학자로서의 단재가 아닌 독립운동가로서의 단재가 쓴 책이라 여겨 객관적 태도를 견지하며 읽지 않았었고 오로지 팬심으로만 대하다 보니 글자 하나하나에 의해 감정이 지나치게 울렸다. 그만큼 역사를 대함에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에드워드 카가 주장하는 역사서를 대할땐 그 글을 쓴 학자의 시대와 상황역시 고려해야한다는 부분이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책을 읽는다는건 지나치게 편한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다가오면 취하고 동의 하기 어려운 부분은 흘리면 그뿐이니...

 

작가의 바램처럼 역사책에 관한 패키지 여행을 마친 기분이다. 그리고 부분부분의 명소를 다시찾아 자유로이 여행할 맘의 준비도 마친것 같다. 아마 첫 여정은 총.균.쇠이지 싶다. 너무많이 회자되는 책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어 몇번이나 눈에 걸려도 무시했던 책이었다. 이런식의 패키지 여행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멋진 여정이였고 즐거운 경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