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이란 작가를 너무 늦게 알았단 생각이다. 그런데 일전의 동물농장도 그렇고 이번에 읽은 1984역시 지금 읽었기에 작품의 크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점도 있다.

 

1984년 세계는 세개의 큰 축으로 재편된다. 영어권의 오세아니아, 러시아를 주축으로하는 유라시아 그리고 중국이 주축이 되는 동아시아다. 이미 과거의 핵전쟁으로 공멸을 피하기 위한 암묵적 합의가 이뤄져 핵을 배제한 구식무기로만 서로가 서로를 타격한다. 또하나 세축중 한곳이 강성해 진다 싶으면 상대적으로 약세인 두 국가가 연합하여 나름의 질서를 유지한다.

유라시아나 동아시아 역시 마찬가지 일거라 유추할수 있지만 오세아니아의 경우 빅브라더로 대표되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내부당원, 외부당원, 프롤이란 구성원으로 국가가 운영된다. 내부당원은 최고 지도층이며 외부당원은 프롤과 내부당원의 허리 역할을 한다. 그리고 국민의 85%를 차지하는 프롤은 그저 국가의 기만술에 이용만 당하는 개/돼지의 역할만 한다.

국가의 존속이유는 모든 구성원의 생각을 통재하여 당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여 생활전반에 걸쳐 모든것들이 감시된다, 심지어 가족관계에 있어서도 자식이 부모를 감시하는 것이 찬양 받아야 하는 미덕으로 자리잡게 된다. 

 

소설속 주인공 윈스턴 역시 마찬기지다. 외부당원으로 생활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는 삶을 살아가지만 생각 이란걸 하게 되면서 마음속에 의심이 싹트게 되어 방황하던 차에 줄리아란 여인과 당에서 금기하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숙청과 그보다 더한 고문이 있을거란 걸 알면서도 둘은 서로에게 다가가고.. 그렇게 당에 대한 의심과 미움의 감정이 커지던 찰라 함정에 걸려 잡히게 된다.

 

철저한 고문과 세뇌를 통해 개인의 머리속에 있던 모든 생각들이 부인된다. 2+2=4란 명제 조차도 "이중사고"라 불리는 장치에 의해 부인된다. 그러면서 "이해력이 더 뛰어날수록 더 크게 착각하고, 더 똑똑할수록 제정신에서 더 멀어져간다."고 설명한다. 반복되는 고통을 통해 스스로의 인격을 내려놓게 한 후 달콤한 생활을 맛보여 주다 상상할수 있는 최악의 공포를 심어줘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을 증오하게 만든다. 그렇게 당에게 대항하려던 마음을 없앤 후 그들 나름의 기준으로 바라던 시민으로 만든후 그들의 판단에 따라 제거한다. 그렇게 오세아니아란 국가가 유지된다.

 

전쟁은 우매한 대중을 공포와 자극으로 선동 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다. 희생은 전쟁의 공포를 확대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만 당에서 원하는 시민을 생산해낼수 있다. 그럼에도 당은 인간의 감정과 사유에 대해 항상 경계하여 그 단초를 없애는데 결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1,2,3부로 나뉘어진 소설의 대강이다. 1984에 등장하는 오세아니아가 박정희 시대의 대한민국이라 생각되는건 나만의 착각인건가?? 하여 어렵게 찾은 자유의 진가를 느끼지 못하고 국가에서 심어준 사상체계에서 허우적 거리는게 보수를 자처하는 극우집단의 실체라 느끼는게 과도한 생각인가?? 아직도 독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세상을 바라볼 용기조차 못내는 망상가들이 꼭 한번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당대 치고의 현악기제조사인 세바스찬은 7년전 아내 니키와 이혼했다. 둘사이 쌍둥남매인 제레미와 카미유가 있었음에도 이혼을 막을순 없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인 니키를 빼닮은 제레미는 니키가 맡아 키우고 아빠를 닮아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는 딸 카미유는 세바스찬이 양육하기로 합의하고 그렇게 네식구는 떨어진채 살아간다. 

 

꾸미지 않음에도 매력이 넘쳐 항상 남성들의 동경이 되는 니키가 20살 시절 현실에 안주하는 직업모델일때 찰영차 방문한 파리에서 세바스찬과 두번째로 마주친다. 부모님께 드릴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려 방문한 백화점에서 세바스찬은 니키를 만나 한눈에 반하고 나름 구애를 시도하다 역으로 놀이개(?)가 되는 사건이 그들이 첫만남 이었다. 그렇게 강렬한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루지만 남편에 대한 컴플렉스로 인한 니키의 일탈이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되어 결국 이혼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게 7년의 세월이 흘러 제레미와 카미유의 시나리오로 두부부는 아들이 위험에 처했다 판단해 파리로 떠난다. 하지만 때를 같이해 제레미의 일탈행동이 원인이 되어 브라질 마약조직의 표적이 되어 실제로 카미유와 제레미가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물론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니키를 추종하는 남자친구 경찰의 허무한 죽음이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혀지는 소설이다. 특히나 1부와 2부 까지는 사건 전개개 너무나 빨라 긴장감에 책장을 쉽사리 덮지 못하게 만들 정도다.

가족.. 평범하지만 너무도 특별한 소재로 역었기에 재미가 배가되었다 느낀다.

 

    

시험기간중 공부잘하는 친구의 노트를 빌려본 느낌이었다.

특히나 천재 소년 왕필 부분에서 공자와 노자를 비교한 언급은 책의 백미인듯 하다.

"공자께서는 無를 체득했고 無는 또한 말로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無를 말하지 않고 有를 말했지만, 노자와 장자는 有의 단계에 머무르고 無를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부족한 無에 관해 말했건 것입니다." 당시 유가풍의 사회를 탈피하지 못한 한계가 보이긴 하지만 채 20살이 안된 소년의 경지라 생각하기엔 너무나 깊다.

 

20대 까지만 하더라도 동양 철학보단 서양철학에 대한 동경이 깊었었다. 서양철학에 대해 무언가를 알아서 마음이 끌렸던게 아닌 추상적인 언어보단 직접적인 언어로 정의 내려지는 그 단순함(?)을 세련미로 느껴서 인듯하다. 하지만 四書를 비롯한 도교, 불교, 유교의 동양철학에 대한 경전과 성경 및 서양 철학자들의 책에 대한 독서량이 많아지면서 서양철학은 사유의 깊이에 있어 동양철학을 결코 넘지 못함을 느꼈다. 

 

개인적 견해이겠지만 서양철학의 정수는 유물론인듯 하다. 또한 그 유물론에 갇혀 더이상의 발전역시 없다 생각한다. 仁,義,禮,知 등등 으로 대표되는 유가의 철학만 해도 하나하나 인간의 인간다움을 위해 존재하나 서양철학은 그 존재이유가 자본주의로 발전해 가는 디딤돌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반대급부로 자본론과 같은 사회주의 철학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큰 흐름은 자본의 축척과 괘를 같이 한다 느껴진다. 더욱이 책에서 언급되어 있진 않지만 자신의 철학을 주창했던 대다수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론을 발전시켰던 부분을 알았을때 학창시절 기를 쓰고 마치 황금율인냥 암기해 시험쳤던 스스로를 생각하면 부끄러움을 넘어 당시 선생님들에 대한 배신감 마저 느낄정도였다.

 

미래세대를 위해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언급은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철학이란 말이 주는 무게감 또는 거리감 때문인지 인문학의 根本이라 할 수 있는 철학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느낀다. 비록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하나하난 알지 못하면 무슨 말인지 갈피를 못잡을 수도 있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익숙한 사상가들의 주창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는 의미에서 책의 가치를 폄하하고 싶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요약이란 한계를 뛰어넘진 못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