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교수를 좋아해 읽은 그의 첫번째 책이 "리더라면 정조처럼"이다. 이후 "장용영"을 읽고 그의 첫 책인 "화성"을 읽은 것이니 역순으로 탐독한 셈이다.

그러나 되려 그런점이 오히려 글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 점역시 있다. 화성은 정조와 다산 정약용에 대한 평이 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등장한다. 두분 모두 익히 알고 있던 분들이라 특별할게 있겠나 싶었지만 작가를 통해 다시 접한 그분들의 생은 또다른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筆力이란게 이런거지 싶다.

그렇기에 너무나 아쉽다. 위정자가 위민이 아닌 사욕을 추구할때 국가에 어떠한 폐단이 발생하는가.. 정조의 죽음과 다산과 같은 분들의 은퇴가 세도정치로 결국 망국으로 까지 이어졌다. 그런것이 봉건주의의 맹점이겠으나 우리의 역사였기에 너무나 아쉽다.

 

수원은 몇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화성을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젠 걸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수 있듯이 대략이지만 이 책의 도움으로 충분히 즐기며 둘러볼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의 또다른 장점은 정조와 다산 외에 채재공 권철신 등등의 정조와 더불어 정책을 펼쳤던 당대의 인물들이 열전형식으로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특히나 박재가란 분의 강도 높은 개혁정신은 놀라움을 넘어설 정도다. 그리고 그 모든 사상을 받아들인 정조의 현실감각 역시 알면 알수록 경이롭다. 그는 분명 인지했다. 국가의 경쟁력은 백성에게 있고 그 모든 백성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가난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허울뿐인 士,農,工,商의 신분제에서 탈피해 주변국들과의 통상으로 경제가 바탕이 되는 국가로 그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그런 깨어있는 리더를 그렇게 허망하게 잃은 것이 그리고 그자리를 권력욕에 사로잡힌 노론 세력에게 잠식당한 것이 이후 조선 백성, 그들의 끝없는 고통의 시작이었다 판단된다.

 

사람을 깨어있게 해주는 글을 써주신 김준혁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읽기 전 無爲自然은 노자의 사상이고 仁,禮,恕는 공자의 사상이며 法家는 상앙으로 부터 출발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 보다 몇백년 앞선 시대를 살았던 관자는 나라를 다스리면서 때론 法을 때론 仁과恕를 그리고 때론 無爲自然을 설파하여 때와 장소에 맞게 구사한다. 그렇기에 알수 있었다. 하나의 사상이 자리잡을 때 당시의 대다수 사람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글이나 말로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그 근간을 알수 있어야 그 시대에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관자가 노자나 공자의 사상과 다른점은 철저한 실용성에 있다 느꼈다. 그는 정책을 이대올로기에 근거를 두고 펴지 않는다. 철저히 抑强扶弱에 목적을 두고 두루 잘사는 사회 어찌보면 大同사회를 구현하려 했던것 처럼 보인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병권을 강화시키지만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한발 앞선 경제정책으로 주변국의 백성들이 제나라로 몰려들게 하고 그렇게 약해진 주변국의 제후가 자연히  무릎꿇게 만들뿐이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말의 의미를 알수있었다.

取人以己 成事以質 - 사람을 자신에 빗대어 구하고 일을 재물로서 이루어지게 한다는 한마디 문구에 그의 경제정책의 정수가 들어있는듯 하다. 인사와 재력의 중요성을 항상 설파하였고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아름다운 재상.. 그렇게 나에겐 관자가 기억될 것 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언급되는 노장사상과 공자의 사상 그중 자사에 의해 좀더 구체적으로 역인 恕 - 己所不慾 勿施於人의 초창기 개념을 볼수있는 기대치 않았던 수확까지 있었다.

 

관중은 그의 친구 포숙아보다도 훨씬더 많이 환공을 좋아했던 듯 하다.

환공역시 관중을 대함에 온 정성을 들였던 듯 하고.. 相生은 그렇게 이뤄졌다 생각한다.

그러나 참모의 입장에서 윗사람을 대함에 그의 안전과 그가 꿈꾸는 야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현실을 살피고 과거의 사례를 살피며 하늘과 땅과 때론 귀신과도 소통하며 적재적소에 맞는 지략으로 覇業을 이루게 한다는 건 목숨을 다하는 성실함이 아니고선 이뤄내기 힘들 것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과로사가 아닌 천수를 다한 그의 죽음역시 일종의 미스터리 같고.. 누군가를 그렇게 까지 좋아할수 있을까?? 그런 불가능한 사랑과 우정을 환공에게 보여줬으며 忠이라 가볍게 쓰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를 제나라에 배풀었다.

이런 큰 역사의 기초가 된 관중의 친구 포숙아 역시 함부로 크기를 가늠 할 수 없는 인물임에 분명하다.

 

너무나 화려했던 관중과 환공의 세월이 진뒤 역아 무리에 의해 유린당한 제나라를 본 관중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이라지만 너무나 허무하다. 어쩌면 그런게 역시이겠지만... 분명 참모의 위치에서 능력치가 배가되는 사람과 리더의 자리에서 능력치가 배가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나의 자린 어디가 어울릴까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거의 1년에 걸쳐 읽었으나 결코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

 

    

누군가의 팬이 되긴 쉬우나 그사람의 편이되는 길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더욱이 그 대상이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면 그 대상의 위치에 따라 스스로가 짊어지어야만 할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용민PD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大同世上 

대동법은 조선시데 문란한 세금정책을 계도하려 충청관찰사였던 "김욱"이란 분이 세금을 가구가 아닌 토지에 부과하자 주창한 법이다. 물론 당시 주류였던 노론세력에 밀려 시행을 커녕 오히려 죽음을 맞이했으나 당시 백성들은 그의 진심에 깊이 감사했었다.

그런 대동법을 계승해 다같이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이재명 지사는 노력한다. 부의 재분배가 이뤄 지지 않으면 사회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 될 뿐이고 그럼 가진자 또한 더이상의 수익을 창출 할수 없는 지경에 몰리게 되니 "기본소득"이란 어찌보면 과감하고 생소한 정책을 주창해 그러한 틀을 깨려한다.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이었으나 COVID-19의 여파로 체험한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 그 정책의 이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Complex

이명박의 성장기와 이재명의 성장기는 흡사한 점이 많다. 가난이란 컴플렉스가 그 배경일 것이다. 하지만 극복하는 방법에 있어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이명박은 돈의 노예를 넘어 돈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르러 결국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이재명은 그 가난에 대한 컴플렉스를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격는 사람이 없도록 기존의 제도와 때론 기득권과 싸우며 해소해 나간다. 마시는 물일 뿐인대 그 대상이 누군가에 따라 차이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재명 도지사가 생각하는 정치 - "전쟁의 축소판이고, 초과이익 누리며 지배하는 소수 기득권자와 기회를 잃은 다수 서민의 투쟁" - 를 읽곤 그의 치열함과 삶의 무게가 느껴져 안스런 맘이 생기기 까지 했다. 그를 좋아하니 그의 삶을 알고 싶어 책을 읽었을 것인데, 이 책을 통해 이젠 그저 한명의 팬이 아닌 그의 편이 되어가는 스스로를 느낀다. 그리고 그에게 바란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치지 않고 완주하기를.. 우리에겐 그가 필요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