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안계셨으면 나는 어떻게 됐겠어요?" 신을 부정하는 라스콜니코프에게 소피아가 절규하듯 건넨 말이다. 부의 편중이 심해 몇몇의 부자를 제외하곤 사회전체가 가난에 허덕여 남편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아내와 자식은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냉소와 자조로 생활한다. 그런 삶속에서 허기가 닥쳐오고 추위가 닥쳐오며 사회적 질시가 닥쳐올때 가난한 자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두 단어가 희생이다. 가족을 위해... 그렇게 소냐는 자신의 몸을 팔았다. 전혀 알지 못했던 로지온, 그와 얽혀있던 아버지가 떠날때 격은 라스콜니코프의 강열한 인상 그리고 자신의 신분으로 인해 감히 자신의 감정조차 직시하지 못하는 그녀가 의지하는 유일한 대상인 하나님을 비난하자 피 흘리듯 외친 이 한마디를 읽은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힐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나폴레옹, 시저와 같은 인물을 꿈꾸며 인간에 대한 희생은 위인이 격어야만 하는 숙명이란 사고에 사로잡혀 자신의 기준에서 기생충이라 여길수 있는 고리대금업자를 죽이지만 죄를 묻기 힘든 우발적 살인까지 하게된 라스콜니코프.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위인이 되기엔 자신을 바라보는 선한 눈동자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너무 늦게 깨우쳤다.
무었이 그에게 참된 용기를 주었을까? 어머니와 누이동생, 친구인 리주미히한 아님 만난지 얼마 안되었음에도 그녀의 눈물을 때론 절규를 갈구하는 소피아?
살인자와 창녀의 사랑.
진정한 용기는 살인의 순간 찾아 온것이 아닌 자수의 순간 찾아왔다. 하지만 로지온은 그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이 꿈꾸던 이상을 저버린 패배자란 낙인을 스스로에게 새겨 스스로의 처지를 더욱 곤궁하게 했을 뿐이다. 로지온을 따라 시베리아 형장까지 온 소피아 만이 그런 로지온을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혹사와 굼주림 정신적 고뇌로 인해 병을 얻어 몇을을 입원한 후 다시 나간 노역장. 이른 아침이었으며 주위 사람들의 방해 없이 자신만의 감상에 젖어 잇던 그 순간 너무나 갑작스럽게 소피아가 조용히 옆에 앉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깨닳았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사랑이 그들을 부활시켰고,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을 위해 무한한 생명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살인자의 심리, 그 심리를 이용하려는 또다른 살인자가 등장하며 로지온의 죄를 직감으로 파악해 그를 추궁하는 예심판사 역시 등장한다. 하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그 전부가 부수적일 뿐이다. 묘사하기 힘든 결핍과 거기서 잉태된 살인과 매춘 그리고 사랑으로 인한 그들의 부활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줄기일 것이다. 쓰라림과 감동이 맘속에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