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데커와 그의 친구들이었다.

 

데커에게 수사는 그의 인생 그 자체다. 그래서 사건에 대한 객관적 기준의 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건이 개인화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점을 그의 매력으로 볼수도 있겠으나 FBI의 상관 입장에선 우순순위의 틀과 마찰을 빚는 그를 계속 옹호 할 순 없는 입장이다.

워싱턴에서 근무하지만 일년에 한번은 가족이 잠들어 있는 벌링턴으로 돌아온다. 죽은 딸의 생일에 맞춰서.. 경찰로 근무 했을 당시의 친구들도 만나며 우수에 젖은 시간을 보낸 후 FBI에 복귀 하려는 찰라 형사로서 그가 처음 맞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악성 암에 걸릴채 가석방되어 데커 앞에 나타나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너무나 증거가 분명했기에 재론의 여지가 없었으나 혹시나 자신의 실수가 있었던건 아닌가 하는 맘에 애기나 들어보려 방문한 범인은 이미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죽이지 않아도 살날이 며칠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데커는 과거 자신이 했던 수사를 다시 한번 검토 해보기로 결정한다. 물론 FBI본부측에선 허락하지 않지만, 사건에 대한 그들의 우선순위와 데커의 우선순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데커가 감춰진 진실앞에서 발길을 돌릴 케릭터도 아니기에 홀로 사건을 파해친다. 이미 FBI요원이 된 재미슨 알랙스는 팀에 합류하며 걱정되어 그들의 친구인 멜빈 마스를 그의 곁에 머물게 조치한다. 

 

냉전은 이미 끝났지만 소련과 미국의 싸움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 미국의 자본주의 문화 핵심에 그들을 조정 하려는 세력을 심으려 러시아는 간첩을 심는다. 물론 그들만의 힘만으론 무리가 있으니 미국인들 중 돈에 대한 미련이 남다른 자들을 매수해 바지사장 역할을 시키고 핵심적인 사업은 그들이 한다. 조직의 노출이란 위험이 감지되면 살인으로 비밀을 유지하고 매수되어 바지사장 역할을 하는 자들에겐 과분한 당근과 모진 채찍으로 올가미를 쳐둔다.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통제 하지 못하는 한가지가 있으니 그게 양심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 그리고 체념, 공포, 분노 등등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 터지기 직전 데커가 사건의 중심에 뛰어든다. 그리고 해결한다.

그 해결이 과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일지라도 그는 망설이지 않는다. 이 점이 그가 격는 개인적 고통을 공감하며 응원하게 되는 주요 원인일 것이다.

 

작가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더 많은 데커의 활약을 들려 줬으면 싶다.   

인계철선.. 

전편에도 등장했던 가버가 죽음을 맞는다. 사고가 아닌 지병으로 인한 죽음이나 그 역시 리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인지라 약자를 보면 돕고자 노력하고 불의를 보면 바로잡고자 최선을 다했던 듯 싶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빅터 호비란 용사가 있었다. 헬기 조정사였던 그는 누구 보다 용감했었고 누구보다 능력있었으며 전장의 복판에 있는 전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염치를 갖춘 인물이었다. 아마도 부모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실종이란 이름으로 방치되었고 전후 사정을 모르는 그의 부모는 아들을 찾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오직 살아있을 거란 믿음으로.. 그런 피해자들만을 노리는 사기꾼들에게 피해까지 당하지만 결코 아들을 포기 하지 않는다. 그렇게 오랜세월 아들을 찾아 헤멘 아버진 이미 죽음을 앞두고 있고 어머닌 그런 아버질 간호하며 어려운 형편을 이어간다. 죽음을 앞둔 빅터의 아버지와 가버가 같은 병원에서 우연히 인연을 쌓아가고 이상함을 느낀 가버는 빅터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시간이 그 끝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계철선 그의 부재와 동시에 그의 일을 넘겨 받는 존재. 리처가 그 일을 대신 받게 된다. 

 

마이에미의 끝 키웨스트에서 하루하루를 나름 평온하게 보내던 리처에게 낮선이들이 찾아오고 그의 이름을 들먹이며 찾아다닌다. 휘말리기 싫은 탓에 무시하려 했지만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그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가버의 죽음을 알게 되며 그의 딸인 조디와 만나게 된다. 가버란 존재 때문에 항상 큰오빠와 동생 또는 막내삼촌과 조카 같은 겉모습이었으나 그들의 가슴속엔 서로에 대한 애뜻함이 항상 있엇다. 그런 조디가 아빠를 잃은 슬픔에 더해 살해 위협을 받는다. 당연히 리처는 보디가드의 역할을 자청하고..

 

그렇게 리처와 가버, 조디, 호비가 얽히게 된다. 

"I will exchange the whole rest of my life, just for one more day with him." 가버를 대신해 나타난 리처에게 건넨 호비의 진심이다. 

호비의 헬기엔 부조정사와 사수 그리고 헌병들과 범죄자가 동승했었다. 사고로 헬기가 추락했으며 폭발했을때의 유일한 생존자는 범죄자였다, 비록 심한 화상과 손목을 잃었으나 그는 살았다. 그리고 군번줄을 바꿔치기 함으로 빅터 호비로써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당시의 군대는 치료중인 빅터가 보초를 사살한 후 탈영했다 여기고 그를 실종자 리스트에 올린채 사실을 은폐했던 것이다. 그렇게 죄인은 더욱더 많은 죄를 더해가고 호비가족은 고통과 부질없는 희망 속에서 살아간다. 

얽혀있는 실타래는 빅터를 가장했던 범죄자 알렌의 욕심과 조디의 현명함 그리고 리처의 활약으로 풀린다. 아쉬움이 있다면 비교적 편한 죽음이었다는 점이다. 좀더 고통스럽게 죽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있다. 

"I can die happy now." 모든 일이 제자리를 찾은 후 리처와 조우한 아버지 호비의 마지막 진심이었다. - 사후세계가 있었으면 한다. 그토록 그리던 아들과 만날수 있도록..

 

다음 책에선 조디와 리처의 생활이 이어질 것이다. 그토록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두사람이 왜 헤어졌을까?? 리처의 평범한 생활을 바라는 펜의 입장에서 다음 번 책을 읽기도 전에 작가가 원망스러워 진다.

조디 - 너무나 사랑스러운 케릭터다. 그리고 Hi, jack 이라 말함으로써 스스로가 납치되었음을 알릴 정도로 명석한 여인이다. 이런 딸이었으니 가버가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고 아꼈었을까.. 

 

영문 소설을 계속 들고 다니니 사람들이 의심한다,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고.. 번역본이 없어 출판사를 얼마나 욕하는지는 모르고.. 리처 시리즈는 계속 영문판으로 읽어야만 하는건가!!     

  

각각의 다른 주해로 노자를 세번째 읽었다. 처음 노자를 접했을땐 그의 사상에 대한 궁금증이 앞섰다기 보단 그저 지적 허영을 뽐내고 싶어서였다. 그러니 당시의 수준에 맞는 경구 그 수준으로만 노자가 다가왔었다. 두번째 노자는 같은 김용옥 선생님의 책 "노자와 21세기"였다. 비록 덕경이 아닌 도경만의 주해를 통해 배웠지만 당시의 느낌이 좋았었다. 하지만 내게 김용욕 선생님의 책은 검의 양면과 같은 면이 있다. 글의 맛이란게 있어 그분의 글을 읽다보면 너무도 매료되어 책속에 묻혀 버린다. 책을 통해 고전을 읽으며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건 기적과도 같다 생각한다. 하지만 때론 선생님의 글에 취해 본글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하여 문장을 곱씹느라 진도가 영 지지부진 했었다.

그러나 이번 노자 주역서는 선생님 강의의 정수를 지키면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또한 글의 번역을 보며 노자가 한글로 풀어썼더라면 아마 이러했을 거라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맹자를 읽을때도 아름다움을 느꼈고 노자를 읽으면서도 글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아마도 그건 그분들의 세상에 대한 특히나 민중에 대한 사랑이 글에 담겨 있어서일거다. 그런 한자가 한글을 통해서도 오롯이 전달 될수 있다는 건.. 기적이자 선물이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의 구절이 항상 모호 했었는데 시간개념의 재정립을 통해 다시 정의 내려 주셔서 머릿속이 한결 정리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33장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간단한 구절이나 누군가 내게 한장만 취하라 하면 그 선택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80장 甘其食 美衣服 安其居 樂其俗을 통해 노자가 꿈꾸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알수 있었고, 81장에서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를 한번더 언급하며 책을 읽을 정도의 수준이 되는 사람에게 2500년전 스승이 무얼 주문하는지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글이 끝난다. 

 

문장에 취해 빨리 읽고자 하는 스스로를 억누르며 하루에 2장이상 읽기를 주저했었다. 정확히 독서라기 보단 필사였던것 같기도 하다. 몇장정도 소위 도가 찰학적 냄새가 짙은 장을 재외하곤 전부가 내겐 아름다운 시엿으며 삶의 지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