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5점을 준 책이 있었던가? 솔직히 4점을 주고 싶었으나 편견에 사로잡혀 늦게 읽은 속죄의 별 하나가 더해져 5점이 완성되었다.

 

사회의 첫발이 중소 조선소였다. 당시만 해도 현대, 대우, 삼성의 대기업을 비롯해 자체 선박 제조기술을 가진 조선소가 활황을 누리던 시절이었으니 종사자들 모두의 머리속에 황금빛 미래가 그려질 시기였다. 그런 시기 단 하나의 변수이자 스트레스적 존재가 있었으니... 그리스 선주들이었다. 가문사업이기도 한 그리스의 선박업은 매우 두텁다. 물론 그에 따른 노하우도 있을 것인데 그 노하우중 하나가 상대(비지니스 파트너)를 대할때 이성과 상식의 논리는 철저히 접어두고 자신의 이익에 최대한 힘쓰라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인의 情따위가 들어설 공간은 없다. 대형 조선소도 어려움을 격는데 인프라면에서 모든것이 부족한 중소형 조선소는..

 

조르바란 인물에게 도덕이 적용될수 있을까?

"카르페디엠"의 현신처럼 보이는 그에게 선과 악, 하느님과 악마의 존재는 하나이다. 그렇게 믿는것이 아닌 그렇게 아는것이기에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조국을 사랑하면 독립을 위한 레지스탕스가 되고 여인을 사랑하면 그 여인과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일을 할땐 육체를 돌보지 않는다. 그러다 실패하면?? 죄책감 후회 따위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된다. 되려 짊어진 짐의 무게가 줄어 세상을 더욱 가볍게 볼수 있다고 주변사물 모두에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행위에서 거짓, 위선등등의 단어가 떠올려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조르바가 선택한 인물이 카잔차키스다. 크레타로 향하는 항구의 술집 다가올 배를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는 그에게 조르바가 다가온다. 자신이 스푸를 잘만드니 데려가 달라고...

산투르 하나가 전부인 그를 카잔차키스는 어떠한 조건도 없이 받아들이고 그들의 크레타 생활이 시작된다. 갈탄 채굴사업을 위해 도착한 크레타에서 조르바는 오르탱스란 노파와  뜻하지 않은 약식 결혼까지 올리고 카잔차키스는 스스로의 금도를 벗어나 육감적인 과부와 하룻밤을 나눈다. 그리고 그 두명의 여성이 죽는다. 한명은 신께향하는 길목에서 예수가 없었다면 운명이었을 창녀 "마리아"와 같이 다른 한명은 삶을 위해 죽음과 투쟁하다가...

그 죽음과 직후의 모습속에 평범함을 가장한 惡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그러니 善惡의 개념이 불리될수 없다는 조르바의 말은 진실이지 않을까..

갈탄 채굴의 수익이 목표치에 다다르지 않자 생각해낸 사업이 도르레를 이용한 벌목사업이었다. 무시무시한 재앙이 있었으나 어떤의미로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오롯이 조르바와 그에 동화된 카잔차키스의 입장에선.

 

신, 조국, 자연, 여자, 술, 우정을 뜨겁게 사랑한 순수한 원시인의 일대기다.

카잔차키스와 마찬가지로 야만을 통해 순수를 경험할수 있었던 그리고 현재의 아름다움을 격하게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다.

조르바를 위해 그리고 연약한 글쟁이를 위해...       

어느곳에 있든 무었을 하건 항상 사건이 뛰따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모든 사람을 합친다 해도 "잭 리처"인생의 10%도 안될것이다.

동부 버몬트주와 뉴햄프셔주 어디쯤 레코니아란 소도시가 있다. 2차대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주석공장이 있었었고 모두가 가난했던 시기라 우정이란 단어의 깊이가 훨씬 컷던 시기였다.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모르는 두소년사이의 우정역시 이성의 경계를 벗어날 정도로 깊었다. 윌리엄과 스탠이 각각의 이름이었고 성은 리처...

그시기에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현상은 존재했었고 아버지의 돈이 저지르는 실수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아들도 등장한다. 문제는 윌리엄과 스탠이 너무나 정의로웠다는 것이고 그런 정의감에 어울리는 싸움실력이 있었으며 악당을 용서할만큼의 관용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윌리엄은 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해병이 될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2차대전 종전의 여파로 자신의 나이보다 한살많은 스탠의 신분으로 입대한다. 아버지 스탠 리처의 고향이기에 잭 리처가 방문한 레코니아에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그에 의해 밝혀진다. 그리곤 덮어둔다, 누구에게도 피해가 없을 것이고 그런 과거가 그에게 미치는 영향도 없으므로..

 

인간의 본능중 하나는 단연코 사냥일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총을 선호하지만 그런 취미에 탐닉하면 점점더 원시적인 사냥에 흥미를 보이게 된다. 물론 처음은 크기가 작은 동물에서 시작할 것이고 점차 그 크기가 커질것이다. 그런데 그런 부류의 사람에게 주체하지 못할 재산이 있으며 도덕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사냥감은 인간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거다.

이런 사람들의 본성을 자극해 자연 사냥터를 만든 네명의 인물이 있었고 그중 주동자가 마크였다. 인적이 드문곳에 모텔을 차리고 우연히 걸려드는 사람중 적당한 신체조건이 있으면 10호실의 게스트가 된다. 그 게스트가 사냥감으로 변하기 까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운없이 걸려든 게스트 한쌍이 있었다. 케네디언 커플 25살 플로리다에서 서핑사업을 하며 인생2막을 시작하려는 감자농사꾼 "쇼티"와 육체노동을 꺼리지 않는 용감한 여성"패티"가 그들이었다. 그렇게 원치 않는 사냥감이 된 그들의 상황속에 리처가 휘말린다. 누군가가 보내는 구난신호를 본능적으로 알아내는 능력이 있는 리처이고 그런상황을 결코 피하지 않는 그의 성품 그리고 용감하고 영리한 사냥감 커플이 만들어내는 반전이 그려진다. 

권선징악이란 단어가 리처에게 적용되면 그 색갈이 달라진다. 결코 밋밋하지 않은 강력한 색채로 날바꿈된다. 그래서 그의 여행을 응원한다.

 

ps. 영어로 읽을때 걸리는 시간에 비해 한글은... 

    세종대왕 그리고 위대한 번역가들에게 감사한다.    

"역사의 표면에 드러난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는 것만으로는 세계사의 전개과정, 즉 왕조의 흥망과 문명의 성쇠를 올바로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역사적 변화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결과케하는 원인을 알지 않으면 안 되고,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문명이라는 것이 과연 무었인가 하는 점부터 구명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해설편에 나오는 역자의 언급이 없었다면 책을 읽었음에도 작가가 쓴 글의 목적을 알지 못했을것같다.

 

애당초 첨부터 이 책에대한 오해가 있었다. 난 그저 이슬람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읽어가며 당시의 주요한 사건들을 알고 싶었을뿐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슬람판 논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에게 "仁"과"禮"의 철학이 있다면 이븐할둔에겐 "무함마드"가 있으며 그분의 말씀인 "코란"이 존재한다. 또한 공자가 당신의 철학을 포기하면 공자가 아니듯 이븐할둔의 경우도 그의 믿음을 포기하면 정체성이 없어진다는걸 보았다. 책에서 언급된 내용중 논리학의 모순을 비판한 내용 - 신을 인간의 기준으로 재단할수 없다. 그분에겐 그분 나름의 뜻이있다 - 란 뜻의 글을 읽을때 미친놈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인정해야만 할듯하다. 나의 신념을 이슬람인들이 재단할수 없듯이 나역시 그들의 신념에 옳고그름을 논할 자격이 없는것이니... 그렇게 한다면 폭력이라 판단된다. 그럼에도 무조건적인 믿음엔 동조하기 힘들다. 이러니 내게 종교가 없는것이 아닐까?

 

개인적 생각으로 이븐할둔의 종교관을 책에서 발췌한다면 p199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소하고 무익하며, 결국 죽음과 소멸로 끝나고 만다. 인간의 목적은 종교인데, 종교는 그들을 내세의 행복으로 인도한다.- 와 p420 - 신의 유일성에 대한 선언이 반드시 판단에 근거한 확신으로서의 신앙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모든 행위와 종교적 숭배의 목표는 복종과 굴복의 습관을 획득하는 것이고, 숭배의 대상인 주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집착에서 마음이 벗어나는 것이며, 그렇게 해서 신을 향한 길에 들어선 새내기가 마침내 성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라 판단된다. 두 부분모두 동의 하지 못한다. 그러나 왜 그런 주장을 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나름의 추론이 있었다.

 

책의 많은부분을 작가는 야만이라 할수있는 田野생활과 문명이라 할수있는 도시생활을 비교한다. 그리고 권력 투쟁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 연대의식에 대해 폭 넓게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하려는 말을 풀어쓰면 아랍인의 시발점은 전야라 할수있는 사막이어서 생존을 위한 약탈에 도덕적 기준을 적용할수없다. 하지만 이슬람의 발전과 더불어 그들의 문화도 문명화 되어간다. 비록 도시문화의 사치에 세월이 더해지며 왕조가 세습되면 쇠퇴기를 맞이 한다하더라도 그런것이 문명이기에 피할수없다. 그럼에도 문명은 전야생활에서 도시생활로 이전되어 간다. 야만과 문명이라는 괴리의 차이를 막을수있는 수단은 절대자의 존재이고 그의 부름을 받아 아랍인 앞에 나타난 이가 "무함마드"란 것이다. 이븐할둔에게 선지자의 존재를 부정하면 문명에서 야만을 도려낼 수단이 없어진다 판단된다. 그의 큰 뜻을 생각이 일천한 개인이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을것이나 개인적 생각으론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며 공자가 많이 떠올랐는데 해설편을 통해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 두분의 경험이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 정립된 그분들의 철학이 괘를 같이 한다란 생각이 들었다.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논하는 장에선 순자의 사상과 오버랩이 되었고.. 종교란게 사람을 편안케하기 위한 도구라면 그분들의 말씀역시 하나일 것이다. 다만 공자를 팔고, 무함마드의 이름을 이용하는 자들이 그분들을 욕되게 만드는 자들일것이다.

그렇게 느끼기에 이븐할둔이란 巨人을 우러러볼수있다. 

 

중간중간 이슬람에 대한 상식을 넓히려 유투브를 통해 그들의 역사를 공부 하면서 책을 읽어 이해의 폭이 좀더 컷던것같다. 힘든시간이었으나 왠지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