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책은 읽기가 어렵다." 내가 경제학 책 읽기를 고집하지 않은 대표적 이유다.

그럼에도 지적허영이라는 꼬임에 빠져 몇년전 큰맘먹고 도전했었으나 이책은 책장에 꽃히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치이며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고있었다. 

 

제1편 상품과 화폐가 가장큰 난제였다. 몇번을 읽어도 겉돌기만 하는듯한 주장에 도무지 동화가 어려웠다. 그랬던 책이 읽히기 시작했다. 1편을 읽으니 나머지 부분들이 어렵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제10장 노동일 부턴 가독성마저 들었다.

산업혁명 이면에 있는 노동자들의 처참함과 그런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자본가들의 맹목적 욕심이 이책 "자본론"의 탄생배경이란걸 알게되었다.

 

상품은 그자체로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교환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게된다. 그런 상품의 교환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화페가 발생되지만 화폐는 상품교환의 도구로 사용되어져야 하는데 스스로의 양태를 바꿔버린다. 하여 화페가 스스로를 복제하게 되는데 단순복제가 아닌 "잉여가치"란 놈을 첨가해 복제해 버린다. M = M'란 이론이 형성하게 되는 원리다. 이때부턴 화폐자체가 상품화되기 때문에 더이상 화폐고유의 교환이란 목적보단 잉여가치창출에 그 방점이 찍힘으로 자본이 된다. 자본이 욕심을 부려 더 큰 잉여가치를 지닌 모습의 복제를 하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 희생이 노동인것이다. 하여 하루15시간 주6일의 노동을 당연히여긴다. 7일이 아닌이유는 기독교의 영향때문이지만.. 과도한 노동이 인간의 수명을 줄어들게해 과로사의 비율이 늘어나니 노동시간을 12시간으로 줄이기 위한 노동자들의 주창이 계속되니 자본은 다시 룰을 바꾼다. 아동과 부녀자를 노동현장에 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대근무라는 것을 병행해 24시간 공장을 가동시킨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는 유아가 공장에서 실을 만지게 강요하는것이 자본의 힘이다. 폐해가 계속되니 자본은 새로운 방식으로 잉여가치를 창출하려 한다. 노동력의 극대화 협업이다.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당시의 기준으로 협업이란 "인권말살" / "인간의 기계화" 란 구호와 궤를 같이한다. 대량생산을 위한 분업이 메뉴팩쳐화 되면서 노동자는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 낼순없다. 하지만 단순노동의 결과 제품의 질적향상과 양적증가는 이뤄진다. 물론 이런 질적/양적 증가에 따른 잉여가치 상승분은 자본의 몫이다. 

 

책을 읽어가며 노동법이 제도화 되기 이전 우리나라 70~80년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책에 억지라 여겨지는 부분이 있지만 당시의 상황을 살펴가며 읽으면 이 책으로 인해 노동자의 인권이 지금의 수준까지 올라왔구나라 느껴진다.

 

최저임금을 낮춰도 일할사람은 많다는 국힘당 대선후보의 말을 들었을때 18세기 자본의 무자비한 횡포가 재현될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제발 이땅에서 더불어사는 사람들의 시대정신이 타인의 희생에 의한 자신의 쾌감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케나다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에 대해 전혀 몰랐었다. 유투브를 통해 그레이스란 영화를 알게 되었고 영화보단 책을 좋아해 읽기를 선택했다. 책의 내용보다 작가의 문체가 먼저 나를 매료시켰다. 나와 상대가 썩여가며 1인칭으로 자신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려 한다. 또하나 가난이란 질곡을 너무나 덤덤하게 묘사해 격지않은 사람에겐 상상의 부재를, 이미 격었거나 격고있는 사람에겐 감정에 짙은 색채를 입힌다.

 

아일랜드의 한가정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엄마는 병약하고 아빠는 가족보단 자기자신과 유일한 벗인 술을 우선시한다. 가난이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인지 술이 가장의 의지를 꺽는것인지 대부분 그런가정에서 폭력과 폭언 그리고 학대는 일상이다. 맏딸의 역할을 하는 그레이스는 그런 환경속에서 생활했다. 유일한 희망이자 의지처가 이모였으나 그런 이모의 임신이 이모부를 각성하게 만들어 비록 큰돈이 들지언정 그의 가정을 위해 그레이스 가족을 케나다로 이민보낸다. 한번씩 영화에 등장하는 중국 밀항선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레이스의 가족들이 케나다로 향하던 배의 모습을 이해할수 있을듯하다. 하지만 하루나 이틀의 여정이 아닌 한달넘는 기간이란 점이 더욱 지옥같을 뿐이다. 위생이 철저해도 전염병이 돌것같은 상황에서 병약한 엄마의 죽음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 곡절속에 그레이스 가족은 케나다에 도착한다. 어머니의 역할은 그레이스에게로 넘어왔다. 빨래, 요리, 동생들을 돌보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고통은 술에절어있는 아버지의 행패가 엄마에서 그레이스에게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동생들 입장에선 슬픔이겠으나 어찌보면 그레이스에겐 행운이 찾아온다. 숙식 하녀로의 취업이다. 그곳에서 메리 휘트니란 친구를 만나 어찌보면 인생 최초의 행복을 느끼지만 주인집 아들의 무책임이 메리를 불법 낙태시술로 죽게만든다. 친구의 죽음과 자신을 거북하게 느끼는 주인때문에 반강제 이주를 하지만 그녀의 일솜씨 덕분에 몇군데를 거치는데 가는 곳 마다 환영받는다. 그러다 조건이 좋아 가게된 곳이 "토머스 키니어"댁이었고 그곳 가정부가 "낸시 몽고메리"였다. 맥더모트란 잡일꾼을 제외하곤 그레이스가 유일한 하녀이니 총 4명이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는 샘이다. 이웃 소작농 집안의 윌시란는 그레이스 보다 1살 적은 소년정도가 이웃이라 할만하다.

 

맥더모트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피해자는 "낸시 몽고메리"와 "토머스 키니어"다. 그레이스는 방조자로 입건되었다. 맥도모트와 그레이스는 미국으로 도망쳤으나 케나다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고 맥도모트는 교수형을 그레이스는 종신형을 받는다.

 

그레이스의 미모때문인지 그녀를 향한 여론은 두가지로 형성된다 - "희대의 악녀" & "이용당한 불쌍한 영혼".

그녀를 탄원하려는 "사이먼 조단"이란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면서 책이 시작된다.

"사건의 진실이 무었인가?"란 질문은 결말부분까지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통해 그리고 30년 넘는 수용생활을 통해 "벌"이란 개념은 독자에게 충족시켜준다. 그리고 생각하게해준다. 상대적으로 핍박받는 여성의 처지에 대하여... 왜 애트우드 작가가 대표적 페미니스트로 불리우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이런식의 페미니즘이라면 당연히 영역을 넓혀야한다는데 동의한다.        

최선을 다해 천천히 읽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허무하다. 맛잇는 음식을 먹어가며 그 줄어드는 양에 서운함을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거다.

입사1년이 지난 페니는 꿈 종사자로 인정받아 민원국이란 곳에 다녀가게 된다. 1,2,3단계로 나눠진 민원중 가장 난해하다는 3단계 민원을 해결하며 자신과 주변을 한층더 성장시킨다. 그리고 이어지는 파자마축제.. 추억이란 테마로 치뤄지는 축제속에서 목표를 읽고 현실에 방황하는 사람들이 일상이라는 사소함을 통해 다시한번 활력을 찾는 장면을 보면서 "즐거운편지"의 싯구절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댈 불러보리라~"

 

꿈백화점의 모든 상품에 대해 사람들에겐 후불로 판매된다. 그리고 그 금액은 꿈을 통해 느낀 감정의 일부를 나눔으로 치뤄진다. 그래서 "페니 우리가 받아들인 돈은 손님들의 귀중한 감정과 맞바꾼것이니까 무개를 잊지않도록 해야한다."란 달러구트의 말이 크게 다가온다. 작게도 크게도 보이는 말이어서 곱씹을수록 향이 짙어진다.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하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는 성향테스트 카드 케이스 바닥면에 세겨진 문구가 책전체에 퍼져있다. 막심과 페니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까? 3권을 빨리 읽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추측건데 작가는 당분간 혹은 오랫동안 꿈백화점에 묶여있어야만 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