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읽게 된 '엘시와 카나리아'..........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왠지 모를 마음떨림이 밀려 왔었다.
바람부는 초원을 새 한 마리와 달리는 여자 아이를 보고서 말이다....
나에게만큼은 그 한 장면이 너무나 인상깊었다.
엘시는 보스턴에서 살고 있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랍니다.
보스턴항구는 언제나 조용할날 없이 여러가지 소리들로 가득차 있는
활기넘치는 곳이였지요.
그 곳에서 엘시는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기도 하고, 새소리가 들리면 새 이름을 맞춰가며
노래도 불렀어요.
언제나 즐겁고 행복했던 엘시곁에서 어느 날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답니다.
엄마를 잃은 슬픔에 아빠는 많은 고민 끝에 다른 곳을 찾아야 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아빠마저 잃기 싫은 엘시는 아빠와 함께 떠날 곳이 어디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네브래스카로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되지요.
아무것도 없이 너른 벌판만 계속 이어지는 서부의 저 기차길을 따라서 몸을 움직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엘시가 저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어요.
보스턴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서부 네브래스카에 도착한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단지 아빠가 사 놓은 땅에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었지요.
엘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너무나 외롭다는 편지를 쓰면서 아빠 몰래 침대에서 자신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만 듣고 있었답니다.
보스턴에서 살았을 때는 엘시 주의의 모든 소리들이 다 행복하게만 들리고 느껴졌었는데,
네브래스카의 소리는 엘시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같이 이사 온 티미만이 엘시의 유일한 벗이였지요.
티미와 같이 초로롱 초로롱 노래를 하고 집안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함께 노래부르곤 했답니다.
하지만 집 밖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는 엘시!!
아무리 아빠가 밖으로 나오게 하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새장 밖으로 나가게 된 티미를 찾으러 엘시는 드디어 집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자신보다 훨씬 더 큰 풀들이 빽빽한 초원으로 얼마나 애타게 티미를 찾으러 헤맸을까요?
큰소리로 티미를 애타게 부르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가늘게 티미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그토록 찾아헤맨 티미가 엘시의 머리 위에서 맴돌았답니다.
둘이는 서로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찌르르 찌르르'하는 소리를 듣게 되지요.
엘시는 그 소리에 '찌르르'하고 불러 주었어요.
그 순간, 엘시는 서부 네브래스카의 수많은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엘시의 얼굴이 하늘을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그 곳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가슴벅찼습니다....
벅찬 마음으로 엘시가 집으로 돌아 왔을 때는 이미 엘시의 집은 고요한 집이 아니었답니다.
초원의 소리 말고도 다른 소리들이 귀에 들렸기 때문이지요.
엘시의 집 마당에서 암탉의 울음소리, 거드름을 피우는 수탉의 울음소리, 또 씩씩한 사냥개는
엘시를 보자마자 엘시의 얼굴을 핥으며 귓가에 대고 낑낑대는 소리~~~~
티미도 이 모든 일들이 너무나 행복한지 초로롱 초로롱 함께 불렀지요.
이젠 엘시의 집은 늘 시끌벅적하답니다.
하지만 엘시는 그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 엘시의 집은 정답고 참다운 초원의 집이
되었다는군요.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어른들이 감당하기에도 분명 벅찬 일들일 것이다.
하물며 이제 여덟살이 된 엘시에겐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불안들이 끊이질 않았겠지...
하지만 이런 힘든 일을 스스로 부딪쳐가며 이겨낸 엘시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른인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기 그지 없다는 것을 마음깊이 느끼게 되었다.
나 역시 시골에 살고 있지만 엘시처럼 주변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던 내 닫혀져 버린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열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우리 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주변의 소리, 자연의 소리에 많은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엄마인 내가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
아~~~~순간 바람이 되어 엘시가 있는 네브래스카로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