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를 위하여
  
형이 아우에게  정겨운 느낌이 들어 무슨 얘기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아우를 위하여 형이 편지형식을 빌어 쓰고 있지만 내용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형은 자신은 형이 없어 어깨너머로라도 알지 못했지만 동생에게는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알려 주고  또 당부한다

 동생이 입대를 한 나이니까  서로 어린 처지도 아니고 또 각자의 정신세계가 뚜렷할텐데 굳이 편지 형식을 빌어 쓰는 까닭은  친밀감이나 진정성을 전달하기 가장 좋은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나 어머니보다도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며 경쟁까지 하면서 밀거니 당기거니 하면서 키재기를 하면서  우애를 다지진 못했지만  집을 떠나 군대라는 또 다른 사회생활을 할 동생에게  일생 동안 가장 순수한 한 시기 동안에 겪었던  일이니만큼 소중한  깨달음을 전하고자 한다  

  교실, 교사의 직분에 충실하지 않고 부업에 정신이 팔려 수시로 자리를 비우는 별명이 메뚜기인 담임과 그반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그리고 있다 .       
집단에도 엄연히 힘의 구도가 잡혀  있어    영래를  중심으로한  줄서기가 있고  몰려 다니고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급우들에겐 실력행사를 하면서,  새로 등장한   그들이 말하는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어린 교생,   반듯한  참신한 교생에게는 돈을 거둬 선물을 마련하는 , 뭔가는 숨기고 잘 보이고 싶어도 한다.

 위와 같은 행태는 강물이 저홀로 이루어지지 않듯 골짜기를 지나 개울 ,개울이 샛강, 큰강...하구에 이르러 바다가 되 듯 어린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를 저도 모르게 모방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제일 나쁜 점은 자기 잘못을 애써 감추려 하는 것입니다. 천박한 속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겉으로만 번지르    하게 내세우는 건 스스로 자신이 없기 때문이에요. 나는 여러분들이 이 본을 받아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선생님은  선생다워야 하며 어른은 어른다워야 하고,어린이는 어린이 다워야 합니다어려운 시기에 이런 창고에서 책상도 없이 공부할망정 배우려는 자세가 소박하고 고울 줄로만 여겨 왔습니다.여러분은  못된 어른들의 .
      
  담임이 아닌 교생의 등장은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겉으로는 비릿비릿하고 움츠려있던 한 켠으로 밀려  기죽어 있던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줌으로써 눌려 있던 가슴에 새바람이 싸아하게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느끼고 하고 싶던 말을 누군가가 했을때 그는 바로 나의은인이고 선생이 되어 가슴에 새겨지는 것이다.

주인공은 막연히 어떤 상대나 현상에대해 품고 있던 두려움을 몰아내는 용기를 교생에게서 얻고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자신의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말하는 또 다른 자신에게 답장을 보내듯 동생에게 긴 편지를 쓰는 것이다.

 여럿의 윤리적인 무관심으로 해서 정의가 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거야.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애써 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무서워만 하면 비굴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겁장이가 되어 끝내 무서움에서 놓여날 수가   
없는 거예요

 형은 동생에게 당부하면서 자신을 추스른다

  저녁의 이 도시엔 쓸쓸한  찬바람만이 지나간다. 그이가 봄과 함께 오셨으면 좋겠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어, 그이가 오는 걸 재빨리 알진 못하겠으나, 얼음이 녹아 은연중에 올 것이다. 그분에 대한 자각이 왔을 때 아직 가망은 있는 게 아니겠니. 너의 몸 송두리째가 그이에의 자각이 되어라.

형은 이제부터 그이를  그리는 뉘우침이 되리라.

        작가는 이 쯤에서 원고에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렸을 것같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작가는 미리 엎어지고 자빠지며 저만큼 걸어가 어린 아우 대하듯 독자들에게 손짓하고 있었던 것.오롯이 그 아픔에 몰입해 토해낸 절규이리라. 읽으면서  엉성한 상태에서 책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많이 무뎌지고 형식적인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어쩌리 나는 지금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 많은 겨울바람처럼 바쁘다.표지 안쪽 작가 작가사진을 한 번 더보고 눈 인사를 보낸다. 

(인간은 각자의 일상에서 행복할때 목소리도 차분하고 글도 편안할 것이다. 그렇다고 일상의 나만의 행복이 어디 저절로 익은 호박이 지붕에서 그 무게를 못견뎌 떨어지듯 하껬는가. 참 여럽다 남에게 우리 같이 잘 해보자고 달래듯 보채듯해야 하는것이.  춥고 어두운 밤 길을 걸어 가 불   거진 창을 보고 문을 두드리는 것 만큼 어렵다.) 

황석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 책은  제목만으로는 이미 읽었던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누군가의 책꽂이거나 도서관 서가에서 너덜너덜해진 책표지에다가
깎머리 소년들의 세계를 그린 삽화가 먼지 바람에 눈을 부비듯 편치 않은 자세로  그림을 본다..

   마치 같은 학교 동급생이면서도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알지만 한 번도 서로 이름을 부르거나 해서 말을 주고 받은적이 없이 졸업한  동기동창 같은 느낌이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너무   뻔한 제목 때문이었고 편치 않은  제목 때문이라고 구차한 말을 늘어 놓고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영웅 일그러지다 아니다 일그러진 영웅이지 . 영웅이라...

   열서너 살,열대여섯 살     그 들의 세상에다가 CCTV를 구석구석 설치 해놓고 있는 듯하다. 중2학년의 교실 무기없는 극도로 건조한 공기가  그 들을 감싸고 있어 저절로 마른 기침이 난다. 가끔 등장하는 담임의 실루엣은 교실 뒤 청소함 속의 몽땅.우리들의 빗자루보다 더 허술하다 엄석대 그는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내내 궁금했다.   한 병태의 의식구조는 바로 너와 나,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오히려 심심하다.     이쯤에서 쫄아가는  군상들의 비열함을 보여줌으로써 당해도 싸다고 미워하고 있다.   알면서도 어쩔수없는 상황이었다고 자기합리화는 늘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교실이라는 공간에 설정된 사회에 투영된 우리사회의 자화상

   새로 부임한 담임,공기를 훔치듯 예리하게 파악하고  부욱 그 세계를 찢어 각자의 몫만큼 수치를 안긴다.
이쯤에서 작가는 아마 심한 몸살을 앓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 후 호흡이 느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절을 살아왔던      것이다.책을 읽으면서 심한 피로감에 싸였다
 
   고단하다. 합리적 이성이나 절절한 감성이  스스로 자신을 배반할 때 우울증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영웅을 만들지 말자. 영웅은 없다 . 영웅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해 연말에 오랫동안 벼르다 한빛문고에서 펴낸 우리명작 20권 1질을 구입해  박스채 머리맡에 두었다  .



   단편집     돌다리에는  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어린 수문장,점경, 돌다리,달밤, 외로운 아이, 마부와 교수, 불쌍한  소년 미술가,눈물의 입학 순으로 읽으면서 쉽게 다음 작품으로 가지 못하고  문 밖의 바람 소리를 들었다. 긴 겨울밤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중의 호사인 책읽기와  늦잠자기 둘 다  누리면서.지난 세월의 애환의 삶을 읽는다는 것이 마안한 생각마저 든다.일제 강점기와 1차세계대전,만주사변,2차대전 ,6.25사변,...그새를 살아오신 세대가  이작품을 읽는다면 아마도 책장마다 눈물로 얼룩지게 할 것이 분명하다.나는  책장마다 펼쳐진 홍성찬 선생님의 삽화 속에서 당신들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그 인물들 속에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강아지  소 말 그리고 산과 강 들판 그들 사이에 부는 바람결을 살피며 .
 
`돌다리`에서 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에서 땅에대한 개념의 차이,농지를 의사인 아들에게 주지 않고 진정 땅을 아는 농사꾼에게 넘겨 주곘다는 아버지의 유언 같은 선언은 바로 돌다리가에서 세수 모습에서  ㅅ막힘없이 흐르는 물소리에서 더욱 확고해진다. 

이 단편집은 글의 구성력도 대단하지만 만 가지 인간의 심사를  한 폭의 그림에 담아낸 홍성찬 화백의 시선에 감탄했다.

나는 어르신들께서 이책을 보시면 회상에 잠기시기도 하고 위로도 받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듯하다.   신산했던 삶의 여정을 걸어 오신 어르신들께  빨간 홍시, 따끈한 군고구마로 위로해 드리고 싶다 .

 땅에대한 아버지와 아들의개념차이를 뚜렷이 보이면서 부자지간의 정보다 오히려 땅이 어떤 것인지 알고  지켜 낼 만한 진정한 농사꾼에게 선대부터 물려받은 땅을 넘기겠다고 유언처럼 못  박는다.다리밑 발치에 얽힌 나뭇가지 거기에 온갖 찌거기가 감겨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해 결국 기뚱 비뚤어졌던 돌다리를   제자리에 반듯하게 자리에 놓은 것처럼. 돌다리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어디까지나 내가 본세상  어느 한 쪽의  시선에 어리는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이리고 가난하지만 재주가 있는 소년. 점경 외로운 아아 눈물의 입학식에서 작가의 초상화가 보인다.

젖도 떼지 않은 강아지와 어미개, 짐을 나르다 꺼꾸러진  말과 마부 지켜보는 여학생과 교수, 보조신문 배달원 황수건의 애환을 담아낸 구성력이 마차 철가루가 자석에 끌려 당겨진듯 하다.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이다.
 작가 이태준의 푸르고 쓸쓸한 옆모습.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세 찬 바람 불어와 그 더운 가슴에 안기면..., 으~ㅡ~ㅁㅁㅁ...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책속의 글과 삽화의 절정... 보고 또 보고... 그림의 힘...특히  `달밤`의 황수건과 선생.  한 번 더 쓰야겠다.

                                                                                                           1/52 그리고...4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



어두운 빛 내려오면 
처마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 고운 두눈에 빗물 고이면
아름다운그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오면
벌판에 한아이 달려가네
그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새하얀 눈 내려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 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그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이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