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요즈음 부모님 세대를 담아낸 단편소설을 읽고 있다.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그 시절을 살아오신 아니 살아내신 당신들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이다.
어릴 적 어르신들의 푸념을 들었을 때에는 과장으로 들리던 이야기들이 점점 가슴으로 받아 들여진다.
1913년 생인 작가의 작품에는 .
내 나라 내부모가 남의 나라 전쟁터가 되고 총알받이가 되어야했던 그 시절의 고단한 흙내가 나고 포탄소리가 온 몸을 흔든다.
그 와중에도 인간은 자식을 낳고 또 자랐고 그 자식들은 이제 나이들어 훗날보다 옛날이 더 길어지고 있다.
인도블럭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겨울내내 얼었다 녹았다 하느라 얼얼해진 민들레 잎사귀들 속에는 팥알 만한 꽃봉우리들이 옹기종기 맺혀 있다. 자신의 삶이 남루할수록 온전한 삶에 대한 바람은 더 절절하듯이... .
<농구화> 는 옆구리가 터진 고무신과 발목까지 감싸주는 농구화 상대적인 빈곤이 아닌 절대 가난 시대에 두 물건의 의미 차이는 상당하다. 고작 신발하나를 넘어 그 신발은 제기차기 달리기 개울건너뛰기 등 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참 아이들은 그런 것을 짖굳게 즐기고 상대를 얕잡아 본다. 농구화만 신으면 다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지고만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농구화를 신고 주인공은 달리고 도 달린다.
<아버지와 아들>어린 아들을 데리고 재가한 젊은 엄마와 의붓 아버지 .그 의붓 아버지의 과장되지 않은 담담한 사랑속에서 자란 아이. 어린 여동생이 태어나고 집 형편이 어려운데도 상급학교에 다니기도 하지만 병으로 어머니가 죽고 의붓 아버지마저 병으로 누워 지낸다. 전쟁이 나도 피난도 가지 못할 정도지만 그 와중에도 일을 찾아 먹을거리를 장만해 오고 동생을 보살핀다. 결국엔 그 아버지를 이불에 감싸 지게로 지고 피난길에 나선다. 그 아슬아슬한 상황을 핑계 삼지 않고 오히려 리어카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을 자책한다. 감참외를 좋아 하던 그 아버지, 놀다 늦게 집에 온 그 아이를 위해 남겨 둔 참외. 참외 그 푸르고 푸른 덩쿨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도 의붓 아버지와 먼저 간 아내가 남기고 떠난 그야말로 데리고 들어온 아들사이 를 칡넝쿨보다 더 강하게 이어주고 있다.
김동리 작품속에서
아직은 젊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 저마다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고 또 그의 아버지들
그들은 서로의 눈동자에 애잔하게 잠긴다. 서로에게 도리를 다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한 겨울 언땅에 뿌리를 박고서도 꽃봉우리를 껴안고 별을 따는 꿈을꾸는 존재라 여긴다
. 가족의 의미
일상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어려운 생겼을때 는 더더욱 저버리지 않는 것이 인간의 도리임을 새기게 된다.
요즈음 전통적인 가족 구성원이 아닌 다양한 가족형태를 구성하여 생활하면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하게 한다.
김동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