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용서가 되나요 ? 글쎄요 !
은호와 수호에게 물어 봐야죠.
이순원의 강릉 가는 옛길은 책을 다 읽고 덮어도 덜 읽은 듯 계속 물음표가 가슴과 머리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정말 그게 용서가 될까요? 글쎄요!
시내에서 산골학교로 부임해온 이관모 선생은 담임을 맡게된 4학년 교실에 들어 오자마자 이 이 반에서 누가 제일 부잣집 아이인지 묻는다 학급살림에 보탬이 되는 아이를 반장으로 뽑겠다고 대놓고 말할때 부터 그 선생이 왜 이관모가 아닌 그냥 관모여야 하는지 짐작이 간다.
6.25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옥수수죽이 구호물품으로 학교에 공급되던 시절에 공짜로 먹는 대신 강냉이죽을 끓 일 때 쓰일 땔감을 갖고 오게 하자 4학년인 동생 은호가 창피하다고 장작을 가져가지 않자 6학년인 형 수호가 제법 큰 장작을 동강 내서 동생에게 쥐어 주자. 부자 영감의 소실의 아들인 석주가 담임인 말대가리 이관모 선생에게 일러 준다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지만 미술시간에 두 장에 10원하는 도화지도 준비 못해오는 은호와 자신이 지도하는 글짓기 특할시간에 자신이 시키는대로 동시를 고쳐 쓰지 않은 수호를 제대로 벌 줄 작정을 하는 선생의 태도는 정말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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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와수호를 마주 세운 후에 서로 뺨을 때리도록 유도하는 일은 수치심을 안겨주고 기를 죽여 놓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지만 선생이 하는 처사가 잘못된 것임을 모를리가 있겠는가. 그런 선생의 의도와는 달리 수호는 선생에게 뺨을 얻어 맞아 퉁퉁 부운 얼굴이 되어도 결코 동생의 뺨을 때리지 않는다
은호 ` 형아 아프니까 내가 형을 때렸으니까 형도 나 때려 ` 한 기막힌 일을 그 들은 결코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6학년 수호의 담임인 김유선 선생은 비록 옥수수죽일망정 공짜로 먹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아이들의 속내를 알기에 자존신을 지켜 주기 위해 장작을 갖고 오게 했다.
그냥 먹고 살기 위해 선생질을 하던 말대가리 관모가 오늘 새벽에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연상스레 이관모 선생님께서 돌아 가셨다고 이수호에게 한경주가 전화를 할 일은 아니잖은가. 참 질긴 인연이다 .
그런 사연을 안고 구비구비 강릉 고갯길을 넘어 가면서 운전하는 형래가 김유선 선생님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장면은 관모의 죽음은 관심 밖이다,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알게하고 재능을 발견하고 사비를 들여가며 글짓기 대회에 데리고 다닌 선생님을 추억한다. 구비구비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양지 기특하고 화사한 기분이 들때처럼 그들은 김유선 선생님, 바로 우리 담임 선생님을 그리워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은호와 수호 형제가 선생으로 부터 수모 당한것을 알면서도 비록 적은 잘못이라해도 큰 장작 하나를 둘로 나눈 것은 아이들에게도 잘못한 점이 있다고 한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버리던 아버지가 아이들의 순수열정으로 올린 성적을 도둑질을 해 석주에게 준 사실을 알고 학교에 다녀오신 날 밤 점심도시락은 못 싸줘도 중학교에 보낼려면 한줌이쌀 모으기를 계속 해야한다는 소리에 두 형제는 한쪽 귀 밖에없는 아버지의 별명, 그리고 그 아버지가 참 좋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이렇다보니 <강릉 가는 옛> 길은 옛날 그 선생님의 나이가 된 지금 그 때 그 산골 아이 만한 아들들을 기르고 수호는 고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소설을 쓰고 동생은 검사가 됐다. 전화를 한 경주는 장사를 하고 동생 석주는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지방신문에 교사일지를 연재하는 하고 있으니... .죽음이 어떤 행위를 용서하고 화해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산골 아이들에게 보여준 선생의 행위는 그 죽음 앞에서도 이관모 선생은 그냥 관모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 내가 담임이었더라면 장작을 동강내서 동생과 나눠 낸 형 , 그 형제에게 담임을 속이고 나라를 속이고 또 바다 건너 멀리 미국에서 옥수수를 보내준 미국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고 다그치지는 않았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 본다.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서럽다가 웃다가 해 맑다가 천둥 번개치다가 따뜻하다가 역겹다가 분노하다가...
오후 한 나절 동안 맛 본 구비구비 넘어가는 강릉가는 옛 길 멀미가 심하다.
그냥 ` 관모` 관모라고 해야 알아 듣지.
그렇지.
그게 관모에 대한 예의지. ~ 요 .
이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