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들꽃

                                                                                                                                                                                                                                  
기억이 아프다.
아직도 흩어지지 않고 남아 수시로  마음 속에서 자맥질하는 기억의 파편들이 나에게 돌 팔매질을 하는것이다. 
윤흥길의  <기억속의 들꽃  >에 담긴 세 편의 단편은  그 기억의 파편들을 외면하지 않고 일일이 주워  모았다가   유년의 뜨락에  돌탑을 쌓고자 애쓴 흔적으로 와 닿는다.

드라마<완장>에서 조형기가 알량한 완장하나 믿고 거들먹거리면든 연기가 인상 깊었던 작품의 작가이다.

기억 속의 들꽃은 주인공의 의식 맨 아랫층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들꽃으로  다가오는 명선에 대한 기억이다.  시퍼른 분노의 기억은 분명 아니다. 다만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처럼 수시로 다가가 만져 보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때로는 대낮의 종소리처럼 현기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억의 끝자락이 죽음에 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명선, 전쟁 통에  홀연히 마을에 나타난 아이의 야무진 말투와 행동은 절박한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주인공의 엄마와 아버지가 명선에게 취한 행동에 대한 주인공의 시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명선이가 가진 금반지에 대한 욕심과 명선의 원초적인 자기방어가 대치한 기억은 내내 아프다.  대 낮에 날아든 전투기의 굉음과  동시에 일어난 명선의 추락은  책을 읽다  쉬어  가야한다.   책의 표지화  (삽화 허구 )에 가득 담겨 있다 .그림은 천 마디의 말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 명선이가 사라진 후 , 까마득한 곳에 매달아 놓은 금반지 주머니를 발견한 소년, 그 주머니를 다시 까마득한 곳으로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 . . .. 
만약에 금반지 주머니를 가져 왔더라면 주인공은 명선을  들꽃으로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우연히 손에서 미끄러진 것이지만,  나는 무의식에서 그 것을 밀어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주머니는   전쟁통에 혼자  남은 자신를을 지켜 줄  유일한 수단이었던 것이 결국 죽음과 닿아   버렸기에  . 오랫동안  바람속에 흔들리는 하얀 들꽃, 명선.
만약 그  금반지가 든 주머니를 집에 가져와서 엄마 아버지께 갖다 주고 쌀을 사고 생활비로 썼다면 소년은  명선을 기억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섯 살 아이의 기억은 하얀 도화지를 스친   떨리는  첫 붓질의 흔적으로 남아 그 이후의 기억들에 덧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기억의 돌탑  맨 아랫 돌,  그 돌탑 틈새로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은  기억에게 말을 걸고. . . .   명선이는  들꽃이 되어 아스라한 절벽에서 내 유년의 저편에 있다. 꽃으로 기억 된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