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춤추는 고래에게 뭍으로 올라와 해바라기하며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싶은 꿈이 있듯이, 산기슭 깊은 계곡에서 하늘만 바라보며 오래 서 있는 나무에게도 고래처럼 넓은 바다로 뛰어나가 파도를 헤치며 달리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고래의 꿈’, 229쪽중)

“어쩌면 이런 상상력이 펼쳐질 수 있을까?” 하는 감탄과 저자의 필력에 경외감이 드는 대목이다.

우리는, 아니 나는 그저 막연히 현실과는 다른 뭔가를 기대하는 내가 싫다거나 현실과 다른 허황된 꿈을 꾸며 현실탓을 하곤 했다. 그래서 이책저책 뒤적거리며 잠시잠깐이나마 생각과 관심을 돌릴 수 있는 도피처를 삼곤했다. 그런데 제목부터 궁금함을 불러일으킨 <달나라 도둑>을 읽고는 ‘마음가짐과 생각’을 달리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맞아! 그동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하고 싶은, 혹은 바라는 일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거야!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전화기도 예전에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는데 현실이 된 예잖아~~’

이렇게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무릎쳐지는 책이 김주영 작가의 <달나라 도둑>이었다.

<달나라 도둑>은 5개 주제, 62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길, 소년과 소녀, 이야기, 인생, 꿈을 주제로 한 가운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갖가지 상상은 물론 누구나 한번쯤 부모님의 지갑에서 어린시절에는 상상치 못한 돈을 훔쳐 마음껏 쓰고는 몸져 누운 기억에서의 추억과 상상,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로만 가능할 수 있는 상상, 그리고 소원하는 바를 이루는 상상의 나래가 62개 이야기에 가득 펼쳐있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즐겁다.
작가의 상상에 내 상상을 더할 수 있고, 현실을 비틀어 얹을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삼, 세상살이가 힘들어 잊고 지냈다는 핑계가 얄팍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상상력이 단순한 상상에 지나지 않고 현실의 ‘핑계’를 은근히 비판하고 꼬집어주는 바람에 뜨끔해지기 때문이다. 또 상상력에서 비롯된 여러 이야기 속에서 ‘역지사지’의 입장을 들여다보게 되고, 나 아닌 타자를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김주영 작가의 우화집, <달나라 도둑>은 만약 현실이 괴롭다면, 그 괴로운 나는 결국 내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만든다. 그래서, 몇날 며칠 잠자리에 누워 이리뒤적 저리뒤적...자꾸 뒤적이게 된다.
“오늘은 너무 가까이 있어 그 존재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간 것들을 떠올려봐야지...뭘까??”
“내일은 365일 방안에서만 살아가는 히키꼬모리가 되는 상상을 해볼까?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나를 기억이나 할까??” 등등...상상하는 동안, 저절로 몸가짐을 정리하게 되고, ‘나’라는 존재를 다잡게 된다.

역시....이래서 꿈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한 우화라고 했나보군!

몇 달째 아침 출근준비가 늦어지고 있었다. 한동안, 동료들과의 즐거운 일과를 보내며 문득, ‘이런 즐거운 일들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이 욕심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행복한 출근길>을 바라게 된 것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아우성을 치는 즈음, 법륜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을 만났다. <행복한 출근길>에서는 직장에서, 또는 직업적인 문제로 여러 가지 고뇌하는 문제에 대해 11개 주제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다.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한 마음가짐, 마음에 안 맞는 사람과 일하기, 자신의 화를 다스리는 법,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할 때, 승진의 압박이나 불안한 마음 극복하기,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하여, 의지와 실행력을 갖춘 나를 위해서 균형있는 가치관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자기실현을 위한 삶으로서의 직장에 대한 조언까지가 바로 11개 주제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하며 엿본 스님의 조언이 매주 듣는 신부님의 강론과 같아 한편으로 허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한번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된다. 결국 세상과 그 안의 모든 것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내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로구나....

법륜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스님의 직설적인 화법이다. 그리고 수많은 상담이 책 속에 녹아져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고민을 쉬운 예를 통해 답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
쉬운 문장과 익숙한 답. 그렇잖아도 복잡한 직장인의 머리 속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려는 스님의 ‘배려’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사람이 왜 사는가?” 이런 질문을 많이 하죠. 왜 살까요? 사는 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는게 아닙니다. 그냥 사는 것입니다. 사는 게 그냥 사는 것이라면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요?

지금이 바로 복인 줄 알아야 합니다... 생각을 바꾸십시오.

좋아하고 싫어하는 나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괴로움이 생깁니다....그 사람을 내 마음에 맞게 고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십시오.

 이는 지금 내 관점에서 나의 삶에 대해서 옳으니 그르니, 맞니 틀리니 하며 시비분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따라서 이 괴로움은...내가 만든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를 화나게 했다는 것은 나의 경우에 견주어 볼 때만 일어나는 착각일 뿐, 진실은 아닙니다.

 참회기도는 “내가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당신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겠네요. 그런데 내가 너무 내 입장만 고집해서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신을 미워했으니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생각을 돌이키는 것입니다....참회한다는 것은 상대편 입장에서 이해하기의 일환입니다. 이것이 내가 옳다는 것을 내려놓는 방법입니다.

<행복한 출근길>에서 법륜스님은 돈이나 칭찬에 구애받지 않는 보살의 마음을 가지라고 하신다.
‘보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1 부처가 전생에서 수행하던 시절, 수기를 받은 이후의 몸. 2 위로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제도하는, 대승 불교의 이상적 수행자상”이라고 한다. 스님은 결국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를 생각하도록 일깨우고자 하신 것이다. 더 많은 생을 돕지는 못할망정 겨우 직장생활에서의 몇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느냐 꾸짖는 느낌이라 뜨끔하다.

자! 이제 당장 내일 아침의  <행복한 출근길>을 위해 오늘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고구려 침략 전쟁을 계속하는 바람에 경제가 피폐해진 수나라에서는 농민봉기가 이어졌고, 귀족과 호족들까지 봉기에 가담하면서 결국 618년 멸망하고 말았다. 당시 고구려군의 수장이자 행정직의 우두머리인 대막리지였던 을지문덕은 태원의 유수 이연이 혼란에 빠진 수나라를 추슬러 당을 건설해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중원을 차지하는 나라가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당나라가 막 건설되는 혼란한 이 시점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천혜의 기회였다. 그는 영양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영류왕에게 중원을 공격하자고 건의했다." 그러나....
역사판타지소설, 일곱 명의 소년 무사들이 그리는 ‘고구려판 해리포터’라는 문구가 현실이나  역사적 사실과 다른 뭔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고구려 국선랑 을지소』에서 소설가 정지아는 역사를 뛰어넘어 신화에나 나올 법한 터무니 없는 환상을 불어넣어 주지는 않았다. 대신에 민족이나 한 나라의 역사를 뛰어넘어 지켜야할 보편적 가치를 다시 생각게 한다.
‘자생공생’과 천하라는 요물의 그물 속에 얽혀 신음하는 백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