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벽두부터 "인간의 자유의지와 말(언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새해맞아 연내 통독을 목표로 펼쳐든 [성경]의 창세기를 읽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성경의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의 천지를 창조하시다가 하느님 자신과 닮은 인간을 만드시고, 그들에게 자유의지와 언어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동식물과 지구상의 만물을 다스리도록 하셨다는 대목에서 떠올랐다. 그리고 두번째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웃음]을 읽다가 인간의 무궁무진한 창의력에 감탄사가 줄잇게 된다.

 [웃음]은 주인공들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스토리 라인, 웃음을 유발하는 조크들, [유머 역사 대전]이라는 가상의 텍스트 등 세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스토리 중간중간 삽입된 유머들과 [유머 역사 대전]이 스토리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중반이후 자연스럽게 내용의 하나로 이해되는 재미가 있다. 
 먼저 스토리의 시작은 프랑스 최고의 코메디언 다리우스가 어느 날 공연을 마친 뒤 큰소리로 웃다가 죽은 채로 발견된데서 시작된다. 경찰은 과로로 인한 돌연사로 결론을 내리지만, 여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와 전직 과학 전문 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가 '여자만의 직감'에 의해 진실을 추적, 그 과정에서 범죄조직화한 유머프로덕션의 실체를 밝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머인 '살인소담(殺人笑談)'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고, 특수한 목적을 갖고 조크를 생산해 유포하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비밀 결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두번째로 조크들은 다리우스와 그의 동료들의 스탠드업 코미디 등으로 표현했고, 세번째 [유머 역사 대전]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허무맹랑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익숙한 역사속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어-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 잔다르크 등- 허구라는 사시을 잊고 진실여부를 의심하게 만드는 '공식 역사서'로 표현하고 있다.

 

 [웃음]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늬 작품들처럼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우리들로 하여금 창의력의 지경이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보여지는 현대인의 문제, 현대사회의 문제와 더불어 해결책과 방향을 공동체에서 찾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즉 두 주인공인 뤼크레스 넴로드와 이지도르 카첸버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 선한 유머를 세상에 퍼뜨리려 노력하는 비밀결사체가 구해주는가 하면, 두 주인공이 각자의 상처를 보듬고 사랑으로 맺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웃음짓게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사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 시대에 이뤄진 모든 기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 흐름에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를 이끌어 준 원동력이다“

위 글은 스티브 잡스 자신이 남기고 싶은 유산에 대해 쓴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생겨난 모든 생명체들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고 남기고 가는 것을 일종의 의무라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브 잡스는 그 누구보다 탁월한 존재감을 이 세상에 남기고 간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사람임에 틀림없다. 30여 년간 세상을 변혁시킨 수많은 전자기기들,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단순 기계가 아니라 인문학적 감수성과 과학을 접목시킨 결정체들이라 더욱 의미가 부여되는 것 같다.

<스티브 잡스>는 각종 인터뷰, 참고문헌, 인명사전 등을 포함해 모두 925쪽에 이르는 양장본이다. 아파트 경비실에서 생각보다 큰 택배박스를 건네받을 때는, “책보면서 다른 선물도 주나보네?”라는 생각으로 잠시 즐거워하다가 막상 포장을 뜯고 펼친 책을 보니 반가움반 놀라움반의 감정이 뒤섞였다. “무슨 자서전이 이렇게 두껍나~~언제 읽지?”

그런데 이런저런 기우가 모두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해진다는 것은 책을 펼쳐보면 금방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TV광고에서 보던 것처럼, 다른 것을 생각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끝에 세상을 바꾸고, 결국 우리를 바꾸기 때문이다. 

전체 41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스티브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췌장 도세포종양이라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의 일생을 주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친부모에게 버려지고, 기계에 대한 열정이 높은 폴과 클라라 부부에게 선택받아 사랑으로 키워졌으나 출생 직후 버려졌다는 사실이 스티브 잡스에게도 큰 상처로 남았다는 것, 기독교의 유일신과 맞닥뜨리면서 선불교에 심취하게 하고 명상과 영성을 중요시 했으며, 심지어 환각제인 LSD를 즐기면서 히피문화로 통칭되는 자유분방함을 즐기는 등 자신의 특별함을 창의성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스티브 잡스의 주변인 약 120여명의 생생한 인터뷰로 전달된다.

물론 예민한 성격이 어떤 때는 ‘못 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못됨으로 표출되는 그의 특별함이 좌절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그러한 일련의 일들을 읽는 독자는 어느 순간부터 그 누구보다 연약한 사람이었고, 예민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으로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게 되고, 심지어는 측은함에 마음 아파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버려진 데서 오는 허전함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인가 만들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에게는 부와 명성을, 이세상 사람들인 우리들에게는 다른 세상, 다른 생각을 보여준 사람임을 인정하게 된다.

지난 11월 10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날이다. 성적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일부는 낮은 성적과 자신감을 상실해 자살을 택하기도 하고, 또 수많은 청소년들이 시험 이후를 예측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미래가 두렵고, 세상이 무서운 우리 십대 청소년들이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읽는다면, 스티브 잡스도 방황 끝에 자신을 찾았고,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해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 청소년들도 자신감을 찾고, 진로를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신과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 일반 신자로서 『예수를 가슴에 새긴 남자』라는 제목만으로도 가슴 뛰었다. 서둘러 책장을 넘기면서 익숙한 신앙고백서임에 잠깐 실망했지만, 천일동안 새벽예배를 거르지 않은 그 신실함에 마음이 저절로 움직여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예수를 가슴에 새긴 남자』는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시애틀에서 유학하던 저자가 어느 날 저녁 기도 중 “내가 너를 새벽에 만나리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천일 간의 새벽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영접함으로써 목회자가 된 과정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1부「새벽에 나를 부르시다」에서는 저자가 예수를 가슴에 새기기까지 한 인간이 가진 세속적 욕망과 하나님을 영접함으로써 겪게 되는 갈등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법학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결행한 한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하나님의 뜻’ 사이에서 일어나는 인간적 갈등을 비교적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즉 ‘하나님의 뜻’은 자신이 생각하고 계획하는 세속적인 삶에 대한 미련과 아집인  ‘자신 속의 나’를 버리는데 있음을 깨달음으로써, 이 책의 제목처럼 마침내 예수를 가슴에 깊게 새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자신이 ‘하나님을 위한 내가 아니라 나를 위한 하나님’을 기대하면서 살아 온 자신의 어리석은 인생이었음을 깨닫고, 마침내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하기 위해 천일 간이라는 긴 시간의 새벽예배를 시작하였다.

  2부「천일의 행복한 구속이 시작되다」에서는 천 일 기도를 시작하면서 500일 동안 새벽예배를 통해, 저자는 인간 자아에서의 해방과 함께 하나님과의 만남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새벽 체질이 아닌 저자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차로 한 시간이 걸리는 교회로 가서 새벽예배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예배에 참석한 자기희생적인 여러 사람들의 경건한 모습에서, 기도는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할 수 있게 된 권리이자 특권’임을 기도 40일 째에 깨닫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엉덩이뼈가 부러지도록 치열한 싸움을 한 야곱을 자신의 머리 속에 항상 그리면서, 야곱처럼 천일 제단을 쌓고 기도에 악착스러울 정도로 매달리기로 결심하게 된다. 또한 저자는 로스클 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 한편으로는 가난한 유학생으로서 남들이 기피하는 클럽의 지저분한 화장실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로스쿨 졸업논문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던 중 저자는 새벽기도에서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가운데, ‘너는 이곳에서 나의 일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된다. 이로써 저자는 ‘순교라는 실천을 향해 날마다 죽어야 하는 연습’을 하는 치열한 도전과 ‘하나님이 원하는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을 통해, 목표는 ‘자기가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헤아려 그것들을 수용해서 가는 것’임을 깨닫고, 마침내 신학을 선택하기로 결정하였다. 저자의 이러한 결정은 새벽예배 500일이 되던 때였다.

  3부「천일의 꿈에서 소명으로 달리다」에서 저자는 신학을 공부하는 목회자로서 사람은 ‘자기 실망을 통해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하나님을 만나고 소명을 알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따라 저자는 1) 하나님은 먼저 부르시고 나서 능력을 주신다는 사실, 즉 성령을 받은 사람을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부르셔서 성령을 주시고, 성령을 주신 후에야 재능을 부여해 준다는 사실,  2) 하나님은 ‘이미 할 줄 하는 사람’을 부르지 않으시고, 특정인을 지명하여 부르셔서 그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 3) 하나님은 감동을 주셔서 일을 하게 하신다는 사실, 4)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그 사람에게 특별한 은사를 부여하셨고, 이제 이 은사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느냐의 여부는 본인의 의사에 달려 있다는 점, 5) 하나님은 이미 부여하신 재능을 한껏 활용하는 이에게 더 큰 재능을 부여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로써 저자는 목회자로서, ‘네가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라’는 하나님의 소명을 향해 날마다 전진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마침내 새벽예배 1040일이 되던 날에, 담임목사가 외유한 탓에 저자가 그를 대신하여 처음으로 설교를 하면서, ‘때가 되면 네가 서리라’는 기도 중에 들은 하나님의 응답이 이루어짐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천일 간의 새벽예배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자아를 버리고 ‘예수를 가슴에 새긴 남자’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고 소명을 실천하는 목회자로 거듭 태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가 기독교인들이라면, 신앙인이자 목회자로서 저자가 겪는 인간적 고뇌와 하나님과의 접합을 잘 이해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독자라면 이 책은 지나치게 저자의 기독교적인 신앙 고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영적 체험을 잘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가 유학생활에서 체험한 가난과 신앙적 체험을 보다 인간적인 고뇌의 과정을 좀 더 충실하게 그려냈다면, 일반 독자들에게도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저자가 천일 아침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영접하는 과정에만 국한하여 고백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독자의 일상과 삶의 영역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도 더러 엿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통 인간이 삶에서 고민하게 되는 보편적이고도 일반적인 경험과 고백, 예컨대 욥이 하나님을 찾아가는 한 인간의 솔직한 원망 등을 담은 고백이라면 더 더욱 실감나고 감동적인 글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