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또르씨의 시간여행』은 작가 엑또르 때문에 읽고 싶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바쁜 정신과 의사라는 저자의 이력만큼이나 ‘시간’에 관해 그와 상담하고픈 파리지앵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엑또르씨의 시간여행』은 저자 엑또르가 ‘시간’에 관한 상담에서의 경험을 소설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초반에는 몇몇 특징 있는 자신의 환자들과의 상담경험을 통해 시간에 관한 나름의 정의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하면서 ‘시간’에 얽매인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엑또르 자신이  ‘시간’에 관한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친구와 정신적인 스승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엑또르는 ‘이 곳에서는 시간이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네. 생전처음으로 나는 더 이상 서두르지 않게 되었어.’라는 친구 에두아르의 초대를 받아들여 에스키모들의 나라로 출발했고, 전통의 삶과 현대의 무료함에서 점차 변해가는 이누이트족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시간’의 유형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시간에 관한 수많은 의문은 여전히 꿈을 꾸게 만들고, '흘러가는 시간'을 알기 위해 '노스님'을 만나러 중국을 찾는다. 그리고 선문답 같은 자문자답의 과정을 통해 마침내 ‘무위가 아닌 초연을!’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고 꿈속에서 벗어나게 된다. 

전체 286쪽의 책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어 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부분이 286쪽인데, 한여름 밤의 꿈을 통해 인생이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음을 표현한 어느 소설과 같은 구조를 발견한데서 오는 기쁨 때문이다.

『엑또르씨의 시간여행』은 우리 독자들로 하여금 저자 자신이 발 딛고 선 파리보다는 티베트부근의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과 에베레스트 산맥의 웅장한 산맥, 그리고 거대한 자연 앞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티벳인들을 기억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약한 것 같으면서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한 민족, 나라가 티베트인과 티베트라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현재와 현재의 고통은 참아 낼만 하고, 참아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엑또르씨의 시간여행』은 발 딛고 선 현재를 초연하게 살아내라 충고하고 있는 것이고, 그 이유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결국 같은 시점에 공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엑또르의 조언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 다시 갑갑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라는 현대인의 공통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존재는 결국 ‘나자신, 스스로’인 것을 새삼 발견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책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뭘까?

나의 경우, 마음이 뒤숭숭할 때 머리를 비우고 싶어 도움되는 책을 고르곤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선택은 어떤가 궁금하다.

『내 인생을 바꾼 아주 특별한 만남』은 제목부터 매력적이었다. "바로 이거야!"하는 느낌이 오는 책이었다. 

 

2009년이 벌써 2월로 접어들고 있다.

연초부터 뒤숭숭하고 어수선한 일들로 세상이 시끄러운 중이라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무감’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중이다. 그 의무감 이면에 새삼 깨닫는 것 중 하나는,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쉽지 않다는 생각이 커질 때마다, 누군가 교과서에 나온 답처럼 해법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내 인생을 바꾼 아주 특별한 만남』의 주인공 로스와 맥스의 만남은 누구나 꿈꾸는 그런 '만남'이었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주인공 로스는 가정과 일 모두에서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로 힘들어하던 중 맥스, 맥스웰 윈스턴이라는 신비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 곳에서 맥스가 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디어를 얻고,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한 이후 그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 이후 2주정도마다 몇 번의 만남을 가지면서, ‘관계맺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었고, 서서히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의 태도를 바꾸게 된다. 맥스는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예화를 들거나 직접 실천해 보임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연다. 로스역시 그러한 맥스의 태도를 통해 집중하고 자신을 변화시켜 나간다.

태도가 바뀐 이후, 로스는 선택과 더불어 ‘전념 또는 열중’이라는 관심이 필요하고,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삶의 형태 역시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믿음과 사랑 필요하며, 그 누구도 아닌 나자신이 그런 변화를 만드는 근원임을 깨닫게 된다.

 

흔하디 흔한 결론이지만, 결론을 엮어가는 방식이 소설같아 같은 이야기를 듣는 데서 오는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내 인생을 바꾼 아주 특별한 만남』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실천에는 많은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서 오히려 자기위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인생을 바꾼 아주 특별한 만남』을 읽고 또 읽는다. 그런 매력이 있는 책이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를 잘 모른다. 그냥 조금? 유명한 소설가가 여행하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삶에 대한 회고담쯤으로 치부했었다. 해가 바뀌어 신년계획으로 몸과 맘이 바빠서 시원찮을 땐데 원인모를 게으름이 발목을 붙들고 하늘만 바라보게 할 때가 많은 요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함대신 택한 작가가 ‘김영하’라는 낯선 이였고, 그가 발디디뎌 쓴 이탈리아 섬 여행기였다. 

 책크기가 마음에 들었다.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두께도 마음에 들었다. 새해들어 더욱 북적이는 사람들로 발디딜데가 없는 4호선 지하철안에서도 떨어뜨리지 않을 것 같아서. 
흐음~큰숨 한번 들이쉬면서 제목을 읽어보고 겉장을 넘기니 작가의 이력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군!. 별감흥없이 몇 장을 더 들추자 새파란 하늘 아래 자갈, 모래, 흙으로 다져지고 쌓아올려진 낡은 길과 집이 사진으로 찍혀져 있다.

그리고 작가는 “내 안의 어린 예술가는 어디로 갔는가?”라고 자문한다.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면서도 구들장을 멋어나지 못하는 내 손을 누군가 잡아끌었던 기억, 그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갔던 목포의 어느 골목길에서 본 장면인 것 같은 익숙함이 고3때를 떠올리게 한다. 19살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 때의 내게 꿈이란 게 있었기나 했었나?

그리고 몇 장을 더 들추니 작가 김영하는 “나이 마흔에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문장을 시작으로, 이제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잃어버린 것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여행지는 잘 나가던 시절, EBS 교육방송 촬영차 떠났었던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는 시칠리아와 시칠리아 인근의 역사 문화적 배경이 작가의 탄탄한 글솜씨에 의해 잘 그려진 여행기이나 고백서이자, 자기 성찰기에 다름 아니다. 특히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곳곳을 여행하며 발닿는 곳마다 그림엽서처럼 찍혀진 풍경이며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로마신화의 여러 이야기는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대한 감탄과 더불어 역사문화유적의 나라,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한번쯤 꼭 가보고 싶게 만든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내 안의 어린 예술가는 어디로 갔는가?”라는 자문에 대한 김영하 작가의 자답이 작가의 표정에서 찾아진다는 것이다. 환하게 웃는 작가 김영하는, 그 안의 어린 예술가를 찾았을까? 찾은 것 같다.



그래서 부럽고, 그의 경험에 마음과 눈길이 모아지는 바람에 자꾸 첫장을 읽게 된다.  첫장은 모든 것을 다 가진 마흔 살의 남자가 사회, 경제적 지위를 모두 내려놓고 사랑하는 부인과 함께 잃어버린 어린 예술가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그리고 새삼, 작가인 김영하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잃어버린 예술혼을 찾아 나섰듯이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삻이 늘 그랬듯이, 선택은 결국 나의 몫이니까.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고, “우리 우리 설날”의 새 아침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