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셔야만 살아갈 수 있는, 언뜻 보기에 공포감을 자아내는 하지만 슬프고 치열할 수 밖에 없는 뱀파이어의 삶. 어둠,관,흡혈귀 같이 뱀파이어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조지나 킨케이드' 시리즈와  '조지 스완'시리즈로 이미 잘 알려진 리첼 미드의 신작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에서 로맨틱한 모습으로 재탄생한다.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는 뱀파이어 아카데미, 새드 일루젼, 섀도우 키스, 블러드 프로미스, 스피릿 바운드의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현지에는 4권까지, 한국어 번역판은 1권과 2권만 출간되었고 뉴욕 타임즈와 USA투데이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미드는 이 시리즈로 미국도서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트와일라잇과 뉴문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뱀파이어의 로맨스가 독특하고 매혹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익혀야할 '뱀파이어 용어' 몇 가지를 알아보자.미드는 뱀파이어를 모로이,댐퍼,스트리고이의 세 부류로 나눈다.

1. 모로이:선한 뱀파이어.인간이나 댐퍼의 피를 마셔야만 살 수 있다.

2. 댐퍼:모로이와 댐퍼/인간 사이에 태어난 반인간 반뱀파이어족.모로이의 수호인

3. 스트리고이:불멸의 악한 뱀파이어.인간,모로이,댐퍼의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다.

심성이 곱고 우아한 외모로 뱀파이어 아카데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로이 공주인 리사와 초보 수호인 수업을 받고 있는 댐퍼 로즈는 결속으로 이어진 절친이다. 자연 마법만 쓸 수 있는 다른 모로이들과는 달리 강한 최면 마법과 치유능력을 지닌 리사는 그녀의 본능에 가까운 마법 덕에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자해와 자살 충동을 느끼며 정서적으로 피폐해진다. 사고로 죽을 뻔한 자신을 리사가 치유한 후 우울증이 시작되었다며  자책하는 로즈는 수호기술 담당선생인 디미트리의 매력에 빠진다. 하지만 로즈는 수호인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며 디미트리의 도움을 받아 리사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로즈는 전설 속의 아카데미의 수호성인인 성 블라디미르와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늘 쫓긴다고 느끼며 불안해하는 카프선생님이 리사와 같이 최면과 치유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우울증과 자해,자살충동을 느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스스로 스트리고이가 되기로 선택한 카프 선생님은 수호인들에게 잡혀 정신병동에 갇히기 직전 로즈에게 리사가 마법을 쓰지 않도록 할 것과 리사를 데리고 아카데미를 떠날 것을 종용한다. 아카데미 비밀 파티가 열리던 어느 날, 로즈는 분노에 가득차  최면마법을 쓰는 리사를 발견하고 리사와 함께 아카데미를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모로이들을 죽이려 혈안이 되어 있는 스트리고이들이 득실대는 인간세상에서 리사와 로즈는 과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꽤 묵직한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처럼 단숨에 읽힌다. 내일 쯤엔 새드 일루젼을 손에 들고 리사와 로즈의 모험에 동참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사람이 잡식성이라는 것이 참 다행한 일’이라는 지은이의 말은 그가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더 유쾌하다.

보통날의 파스타는 파스타의 본고장 이태리 남부 시칠리아에서 연수했다는 스타셰프 박찬일이 들려주는 소박하고 유쾌한 진짜 파스타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파스타는 이미 한국에도 엄청나게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음식이다. 하지만 파스타는 우리에겐 아직도 뭔가 특별한 날에 먹는 이벤트성 음식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찾아보면 우리의 파스타에 대한 선입견은 이것 말고도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스파게티와 파스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파스타는 꼭 알덴테로 삶아야 하나?
파스타의 갯수는 도대체 몇 가지나 될까?
이태리에도 크림 카르보나라가 있을까?

요리하는 사람 박찬일은 이에 대한 답을 담담하고 가볍게 풀어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파스타에 대한 많은 잘못된 정보와 선입견들을 떨쳐버릴 수 있다. 그리고 요리하는 사람이 이토록 맛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과 시 짓는 사람도 한 편의 시와 같이 정제되고 절제된 사진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보통날의 파스타는 선입견을 교정하는 순기능만 지닌 교과서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책이려니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겠다. 여기엔 잔잔한 미소와 가슴 한 켠이 따뜻해져오는 소박함이 담겨 있다. 시끄럽지만 정열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이태리인들의 모습과 한국에는 점차 사라져 가는 재래시장과 같은 옛 것에의 향수가 느껴진다. 

이 책은 요리책은 아니지만 파스타를 제대로 이해하고 요리하고 싶은 사람은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교양서이다. 멧돼지 파스타나 오징어 먹물 파스타 같은 생소한 파스타도 만날 수 있고 가장 기본적은 볼로네제의 제대로 된 레시피도 얻을 수 있다.

목차에서 내 이목을 가장 끌었던  ’걸인풍 참치 스파게티’의 레시피는 내가 만들어낸 것과는 조금 달랐다. 지인들로부터 항상 극찬받았던 나의 창작 스파게티 ’걸인풍 참치 스파게티 알라 XXX’의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Buon Appetito!

재료

스파게티면
토마토소스/참치캔/올리브유/간장/소금/마늘
파마잔치즈/파

만드는 법

1. 스파게티면을 소금을 조금 넣고 삶아 놓는다.
2.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지거나 으깬 마늘을 볶다가 토마토소스를 넣는다.
3. 2에 기름을 뺀 참치를 취향에 따라 으깨거나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눠 넣는다.
4. 3에 간장을 조금 넣어 간을 맞추고 약불에 뭉근하게 끓여 소스의 신맛을 없앤다.
5. 작게 썬 파와 파마잔 치즈를 소스에 얹어 면과 함께 차려 낸다.

요리시간 약 5분

박찬일, 참치스파게티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책들이 참 많았다. 위인전, 백과사전, 각종 전집류를 위주로 한 어린이용 고전들이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연년생 4자매인 우리는 누가 더 빨리 더 많은 책을 읽는지 자주 시합을 하곤 했었다. 조금 더 자란 후에는 4명이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작성해 서로 자신이 발견해낸 책을 소개하며 이 책이 왜 우리의 도서목록에 올라야 하는지 열띤 토론을 벌였고 모아 놓은 용돈으로 책을 사모았다. 지금 생각하면 일생 중 가장 책을 많이 즐겨 읽었던 이 시기에 예술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내가 필요로 하는 감수성과 상상력의 토대가 다져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쟁하듯 읽어도 인간이 평생동안 읽어낼 수 있는 책의 양은 매일 쏟아져나오는 양과 비교할 때 보잘 것 없을 것이다. 한정적으로 주어진 시간에 양질의 독서를 하려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북 멘토'다. EBS '성공 책세상'에서 책을 소개하는 인문학자 김경집은 서점에 '누워 있는' 베스트셀러보다 '등 뼈만 드러낸 채 꽂혀 있는' 숨은 보석을 찾아 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와 일신의 안녕을 쫓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에 던지는 작은 돌이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와 약하고 소외된 것들을 보듬고자하는 그의 따뜻한 용기다.

그런 그가 '넘쳐도 되는 욕심'이라 칭한 '책탐' 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서재를 살짝 공개했다. 희망, 정의, 정체성, 창의적 생각이라는 4가지 주제로 분류된 총 52권의 책이 둘씩 셋씩 사이좋게 짝지워져 소개된다. 그는 뇌졸증으로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게된 잘 나가던 저널리스트 장 도미니크 보비의 치열하지만 긍정적인 삶과 죽음에서 희망을 보았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바다에서 다 같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성토하고 어느 새 유럽 중심적 제국주의 사관에 길들여진 우리를 질타하면서 정의를 외친다. 백 년이라는 긴 세월을 타협하지 않았던 부유하게 태어났으나 가난을 선택했던  경제학자 스콧 니어링의 삶과 하버드 대학 출신 교사인 소로우가 어느 날 도끼 한 자루 들고 월든 호수에 오두막을 짓고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간 얘기를 들려주면서 25년은 배우고 25년은 가르치고 25년은 글 쓰며 살기를 꿈꾸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음악과 미술을 등한시하는 한국의 공교육을 비판하며 창의적 생각으로 무장한 인재들이 넘쳐나는 문화선진국의 비젼을 제시한다.

맥 도날드를 선두로 인기몰이를 했던 패스트푸드가 슬로우푸드의 등장으로 휘청거리는 듯 하다. 각박한 삶에 여유로움을 갈망하는 바람들이 작지만 그들의 소리를 내고 있다. 김경집의 책탐은 오랫동안 천천히 꼭꼭 씹고 눌러담아야 할 책이다. 그의 끝간데 모르는 학문의 깊이와 너비에 놀라고 그럼에도 소박하고 겸손함에 부끄러우며 숨은 보석들을 대신 찾아준 수고에 감사하게 된다. 앞만 보며 치열하게 살다보면 문득 삶이 무의미하고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때가 바로 따뜻하고 휴머니스트 김경집을 만날 때이다.

'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속도를 처지지 않게 하는 보석이다' 라고 말하며 조용히 미소짓는 노장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