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조계종 출판사 , 지안 강설

 

금강경을 이야기한 책들은, 보통 사람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많은 불교 서적 중에서 그나마 친절한 경우가 많다. 워낙 금강경이 대승 불교의 기본서로서 질박한 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깊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그 내용이 크리스트교 성서의 예수 설교 부분처럼 자상하다는 특징도 이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른 두 꼭지[分]로 엮인 간단하다면 간단한 금강경은, 실은 불교의 공(空) 사상을 위시한 깊이 있는 철학적 개념들로 무장된 만만찮은 경전이다. 본서는 금강경의 지식적 세련됨과 높이는 유지하면서 친근감있는 언어로 다시 풀어 낸 성공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지금까지 볼 수 있었던 금강경 혹은 그 풀이 중 불제자가 아닌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쉽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짜여진 작품이라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어 가며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한자와 음을 달아 놓은 금강경 원문과 상세한 풀이 사이에 어느 정도의 여백을 마련한 편집 기교였다. 이는 전문가의 해설 이전에 원문에 대해 읽는 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숨돌림’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어, 원문과 해설이 바로 붙어 한 눈에 들어옴으로써 해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던 기존의 편집과는 차별화된, 읽는 이에 대한 정성과 배려를 찾아 볼 수 있었다. 또한 불경 자체의 풀이 뿐 아니라 풀이 과정에서 언급하게 되는 관련 지식들에 대해 이야기 형식으로 짚어주고 있는 점도 다른 금강경 풀이 서적보다 친절한 이 책의 강점이라고 생각 한다. 이렇게 따로 덧붙여진 이야기들은 금강경이라는 경서에 읽는 재미와 이해를 더함은 물론이요, 또한 원문에 대한 풀이가 지나치게 가지를 많이 쳐 읽는 이의 호흡을 늘이는 것보다 훨씬 산뜻한 독서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설 부분에서 어느 정도 시도되긴 하지만-- 산스크리트를 써서 원전의 뜻을 전달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아직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도 북부에서 발생한 불교의 가르침을 중국어 표기를 바탕으로 풀어쓰고, 연구한다는 것은, 그 뜻이 올바름과 이어지는 연구가 일종의 와전을 겪을 것이라는 걱정을 불러 일으킬 뿐 아니라, 믿음 체계, 철학, 문학, 문화의 총체로서의 불교가 우리 얼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더욱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 안에서 뿐 아니라, 종파를 벗어난 우리 나라 불교의 마당에서 이 같은 아쉬움을 풀어줄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리란 믿음을 가지며 다음, 또 다음의 금강경 풀이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흔히들 과거를 알아야만 현재를 제대로 살 수 있고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고 계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도 역사 관련 전문 서적 뿐 아니라 역사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나아가 TV 드라마나 영화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베일에 쌓인 과거에 대한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역사를 꼽았고 한 때 대학에서 전공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내 삶에서 음악이 역사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하고 난 후에도 각종 역사 관련 서적은 내게 항상 흥미를 불어일으켰다. 서양 음악사, 종교사,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 영화사, 철학사, 역사의 史 자만 붙으면 무조건 좋아라 했었다. 그런데 유독 경제사만은 손에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아마도 경제 문외한인 내게 어느 사전을 찾아야 할지도 모를만큼 생소한 전문용어들이 넘쳐나는 경제 분야의 역사를 읽는 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이런 내게 두리미디어의 '청소년을 위한 역사 교양 시리즈'가 눈에 띄었다. 역사를 통해 꿈을 이야기하는 대안 교과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시리즈는 한국사, 미술사, 수학사, 철학사, 문학사, 과학사 등을 세분화한 역사 바로 알기 시리즈다. 다른 책들도 흥미로웠지만 그동안 읽어보지 못했던 세계경제사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청소년을 위한 책이니만큼 읽기 쉬운 문체와 전문용어의 간단한 해설, 그리고 경제 초보자에게 어울리는 수준의 깊이만을 다뤘을 거라는 기대감에서였다. 두리미디어의 대안 교과서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게다가 눈을 즐겁게 하는 삽화와 사진, 도표들이 적절히 삽입되어 있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문자로 나열된 내용을 환기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특정한 지역, 시기, 국가, 인종, 종교에 편중되지 않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편성이 맘에 들었다.  총 8부로 구성된 '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사'는 농경생활의 시작으로 인한 잉여생산물로 인간의 경제활동이 시작했다는 것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까지를 망라하는 세계경제사를  이해하기 쉽게, 읽기 쉽게 하지만 진지한 어조로 풀어 놓았다. 마지막 8부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 경제에 할애해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 근대사와 그에 따른 부작용 그리고 오랫동안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바를 함께 생각하고자 한다.

각 장에는 '쉬어가기' 코너를 만들어 '인류 최초의 음료, 맥주',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김치를 먹었을까?', '고용 없는 성장' 등 재미난 토막상식을 들려준다. 이 책의 끄트머리에는  경제사 연표와 참고문헌을 집어 넣었다. 이는 경제사의 큰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별도로 관심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도 가능토록한 출판사와 지은이의 세심한 배려로 보인다.

역사가 선택 과목이 되어 버린 한국의 교육이 다시 바로 서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두리미디어의 '역사교양시리즈' 권하고 싶다.

나무를 곁에 두고 나무를 다듬으며 나무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조각가가 있다. 하지만 그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는 15년간 창조해 낸 작품들과 함께 할 자신의 영혼과 정신을 주옥같은 글로 풀어낸다.

멀바우 나무 조각가 정상기의 조각과 글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거기에는 그의 조각품만이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창조 작업을 가능케 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망치, 끌과 같은 연장들이 세월의 깊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등장한다.

그 의 글은 조각 작품과 짝을 이루며 간혹 20030709와 같은 긴 숫자를 제목으로 건 채 홀로 또는 무리를 지어 등장한다. 때론 작업을 할 때의 생각을 담은 듯이, 때론 소소한 삶의 일상을 담은 듯이, 때론 그의 꿈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단 듯이 그렇게 시인 정상기의 글은 조각가 정상기의 미술과 만나 조화를 이룬다.

15년만에 연다는 정상기 개인전. 그리고 준비를 마쳤다고 단언하는 자신감을 주저없이 드러내는 예술가. '멀바우 나무에 새기는 사각의 시간'은 그의 개인전을 한 눈에 보는 듯 한 책이다. 그의 개인전 뿐만 아니라 가히 그 성공도 점칠 수 있을 법하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멀바우 나무의 결을 품은 네모반듯한 크고 작은 조각들,  거기에 어우러지는 싯구! 책은 정상기를 조각가이자 시인이자 신 이상주의자라고 소개하지만 그는 꿈꾸는 완벽주의자임에 분명하다. 정상기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그의 사전에 만족이란 단어는 없어보이니 말이다.

'나무는 항상 살아있다.

나는 조각을 할 뿐.

어 떤 모습으로 재탄생 될지는

그건 나무들의 마음이다.

나는 나무를 항상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