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프랑스와 열차사업을 하게 되면서 그 대가로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온다는 기사를 본것이 꽤 큰 이슈가 된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잊혀질 무렵 2010~2011년 드디어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을때 기쁜 마음과 함께 정부가 노력을 많이 했겠구나 란 생각은 잠깐 했을 뿐,   어떻게 협상을 했는지는 관심 밖 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내가 단편적으로 알았던 과거 기사에서 보았던 외규장각 의궤이야기와 맞물려 그것이 어떻게 진행된것인지 비로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처음 프랑스와의 협상때 부터 시작해서 협상의 중간 과정과 또 협상이 중단되었던 중간에는 외교관으로서(특히 통역관으로서의 유복렬씨)의 외교생활과 그녀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후반 몇번의 결렬끝에 새로운 협상테이블에 앉은 프랑스와 우리나라 정부측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드디어 5년마다 갱신되는 영구임대의 형식으로 우리나라에 돌아오게 된것이다. 그리고 의궤의 일부분이 보여져있고, 마지막장에는 의궤와 관련된 년도별로 간단한 일지가 한장에 나와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 외규장각 의궤는 1782년 정조가 강화도에 설치를 명하고 1866년 10월 프랑스가 약탈해간후 우리나라에서는 불에타서 없어진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1975년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별관 창고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하게 되고, 3년후 국내 언론의 의궤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1991년 11월 최초로 반환요청을 하게 되고, 그 이후로 교섭이 여러번 이루어지게 된후 2011년 5월 27일이 의궤가 모두 한국으로 귀환하게 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쪽에서는 약탈된 귀한 기록물이니 당연히 무상으로 반환받아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들나라의 유명 박물관에는 약탈한거나 타국의 귀한 문화재가 많기에 만약 우리나라에게 조건없이 내어준다면 다른나라에서도 같은 요구를 해서 그들의 박물관이 텅텅 비게될 것을 우려해서 프랑스 국내법으로 절대 아무조건없는 반환은 없는것으로 제정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분통터지는 일이었지만, 그들로서는 이미 들어온 문화재를 절대 내어주지 않으려는 의도를 법으로 막아놓은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나라가 반환이 아니라 영구임대로 들어오게 된 과정은 바로 그 법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 시절 미테랑 대통령이 의궤 2권을 우리나라에 대한 신의로서 국내에 들여오려 했는것조차 '외규장각 의궤'가 있었던 프랑스국립도서관의 관장이 대통령의 명령에 불복하고서까지 의궤를 내어주지 않으려해서 미테랑 대통령은 강제로 갖고 왔을 정도로 그들은 문화재 반환에 대한 고집은 철통같았다. 자신의 신념때문이었겠지만 문화가 달라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의 명령을 어기다니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의궤는 왕실어람용 의궤로서 오직 단 하나뿐인 귀한 기록문화재여서 포기할 수 없었다. 합의할뻔 한적도 있지만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었고, 결론은 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후 우리나라에서는 아무조건 없는 반환을 하는 대신 우리 국민들의 사의(謝意)를 얻으라는 대범한 제안을 하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쪽에서는 정의로운 해결책 보다는 프랑스 국익(?)을 더 우선시 했기에 협상은 또 결렬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이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게 되었고 협상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결국 정부와 외교관들의 노력끝에 영구임대 형식으로 조건없이 의궤를 반환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외규장각 의궤를 돌려받기까지의 외교적 과정과 더불어, 프랑스측의 입장에서도 왜 그들이 우리의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았는지도 잘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결과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도저히 안될것 같은 협상이 어떤 조건으로 결국 협상이 이루어지게도 꽤 궁금하게 만들었고, 자세히는 몰랐던 외규장각 의궤의 가치도 한번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여성 외교관으로서의 유복렬씨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조금이지만 우리나라의 외교관으로서의 사명감으로 인해 느낄수 있었던 기쁨과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볼 수도 있었기에, 이 외규장각 의궤가 어떻게 돌아왔는지 궁금한 분 뿐만 아니라 , 통역관이나 외교관이란 직업에 관심이 있으신분도 읽어보아도 좋을것 같다.^^

 

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

 

 

이유는 모르지만 아주 긴 여행이 떠나고 싶어져서 북유럽으로 떠났다고 한다.

330일간의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의 여행 중 이 수필은 관광지를 위한 여행지는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북유럽 여행에 가이드북같은 정보가될 만한 책은 아니다. 다만, 양정훈씨가 그 긴 시간 동안 북유럽에서 느꼈던 사진속 경치와 백야같은 북유럽만의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북유럽에서 와서까지 생각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과 감정이 고스란히 간접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근래에 읽은 어느 홀로여행한 작가분의 북유럽에세이를 떠올려봐도 어쩌면 혼자하는 여행과 북유럽은 왠지 그리움과 외로움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그런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분만의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여행 속 만난이들은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할 거리가 많은 인상깊은 만남들이었다.  그리고 머나먼 나라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 생각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알게 된 것도 좋았던것 같다.

 

스웨덴에서 만난 에릭은 한 구절을 노트에 적었다고 한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다른 사람의 가슴에 나무를 심는다' 라는 문장은 에릭이 이혼한 그의 누나에게 전해주고 싶어 하는 말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사막화되지 않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심어준 나무덕분이라고 하니, 곰곰히 떠올려보면 맞는것도 같고, 다른 사람을 대할때 한번씩 되새겨 보면 좋지 않을까한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편에서 보면 해변과 뒷산을 뒤져서 찾은 예쁜 돌들을 슈퍼마켓 앞에서 파는 귀여운 꼬마가 있었는데, 책에 귀여운 꼬마와 함께 실려있는 돌들을 보면 해변가에서 그냥 주울수 있는 평범한 돌이었는데, 저자분이 팔릴까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와중에서도 몇몇 어른들이 흥정을 하고 사갔다는, 그런 왠지 아이슬란드에서는 가능할것 같은 귀여운 일화도 있었다. 그리고 역시 북유럽에서 오래 있었기에, 북유럽하면 빠지면 안될 오로라의 체험도 실제로 했는데, 다른 것보다 가장 부럽기도 했다. 일본에서 온 한 아가씨는 처음 오로라를 볼 때 소원을 한가지 빌면 이루어진다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기억해 둬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이슬란드의 고래를 먹지 말자는 캠페인이었다. 고래를 먹지말고 보자는 구호를 외치며 고래인형탈을 쓴 그들은, 실은 아이슬란드의 포경사업이 현지인들의 음식문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관광객들의 수요기에 더 금지해야하며, 게다가 고래는 크기때문에 단숨에 죽이지 못하고 오랜시간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배에서 육지로 끌려오게 된다고 하였다. 거기에 똑똑하고 겁이 많은 고래는 이런일이 계속되면 사람을 무서워해서 배 주위에는 절대 오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 고래고기는 일본의 고래고기 문제처럼 이 곳에서도 여러가지 논쟁을 일으키는 문제같았다.

그리고 여행을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긴 여행에는 가족들이 소중한 사람들이 보고 싶지 않을 수가 없는데, 북유럽에서도 역시 글쓴이의 부모님은 항상 그리움이 대상이었는데 노르웨이를 여행할적 아들이 보고프신 어머니가 그의 곁으로 오기도 했었다. 이렇게 이 책에는 오랜기간 동안 북유럽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져 있고, 우리나라와는 머나먼 거리에 있는 그들과의 일상속에서의 조우는 아름다운 겨울이 떠오르는 북유럽을 생각하면서 저자분의 감성에 동화되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p204~205, 아이슬란드편

 

 

p225. 노르웨이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