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짐멜.... 솔직히 쉽게 생각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 몇몇 책들에게 보아온 이름이고, 평소 관심있어 하던 영역이어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지난하게 걸어가고 있다.
이 책은 '짐멜'에 관한 시리즈 중 첫 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문화 이론'과 관련한 내용들이다.
목차를 보면,
제1장 문화의 개념과 비극
제2장 문화의 본질에 대하여
제3장 인격문화와 물격문화
제4장 여성문화
제5장 문화형식의 변동
제6장 현대문화의 갈등
제7장 문화의 위기 - 1916년 1월 빈에서의 연설...
그리고 해제로 문화의 분질, 변동 갈등 위기 및 정책=게오르그 짐멜의 문화 이론...
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뒤에 있는 '해제'와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아~ 물론... 책의 인트로에 실린 기획 의도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기획 의도를 보면..
짐멜은 유대인이었다느니, 그는 오랫동안 정교수가 되지 못했다느니, 그는 <돈의 철학>을 썼다느니, 그의 사회학은 상호작용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을 인식대상으로 했다느니, 그는 사회적 삶에서 수(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느니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전반적인 풍경이라고 해도 그렇게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짐멜 자체에도 있다. 짐멜은 그렇게 쉽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선 인식대상의 다양성과 인식방법의 다양성 때문에 그러하다. 그 다음으로는 그의 글이 단편적이고 에세이적인 것이 많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게다가 그의 글은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 반은 과학적이고 반은 예술적이다.
기획자는 아마도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문화이론'을 제1권으로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짐멜의 문화이론을 잘 드러내는 글은 제3장에 실린 인격문화와 물격문화라고 생각한다.
편저자는 각주를 사용하며 '인격'은 인간의 품격을 가리키고 '물격'은 사물이 인간처럼, 그리고 인간의 품격과 상관없는 고유한 품격을 지닌다는 의미를 함축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물격적'은 '객관적'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고 부연한다.
그렇다면 '인격문화'란 '인간의 품격을 가진 문화'를 의미하고 '물격문화'란 사물이 인간처럼, 그리고 인간의 품격과 상관없는 고유한 품격을 가진 문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까?
흔히 '문화(文化, culture)'란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는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사상, 가치관, 행동양식 등의 영향을 받으며,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분야로 예술 분야를 손꼽는다.
그런데 글쓴이는 제1장에서 '문화'에 대해 개념을 정리하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짐멜이 사용하는 'kultivieren'(영어로 cultivate)이라는 단어를 문맥에 따라 '재배하다' '문화화하다' 또는 '문화화되다'라고 번역하기로 한다. '문화'(Kultur ; culture)는 라틴어의 'cultura'에서 유래한 말로, 그 동사인 'colere'는 '가꾸다' '육성하다' '재배하다' '경작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kultivieren'은 자연세계와 관련해 이러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에 적용되는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보다는 '문화화하다' 또는 '문화화되다'라고 옮기는 것이 적합할 듯 싶다.
각주의 형태로 제시된 위 내용은 제2장 '문화의 본질에 대하여'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그 의미를 보여준다.
재배는 재배가 나타나기 전, 재배되지 않은 - 즉 '자연적인' - 상태 속에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재배는 또, 이 주체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어떻게든 그것의 자연적 구조관계 또는 추진력 안에 잠재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 모든 재배는 그러므로 - 이 말의 의미를 그대로 이해하면 - 하나의 존재가 그것의 단순한 본성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형태의 단계를 넘어서는 발전일 뿐 아니라, 동시에 내적이고 원천적인 본질의 방향으로의 발전이다. 즉 존재는 자신의 고유한 의미라는, 그리고 자신이 가잔 가장 심층적인 충동이라는 규범에 따라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완성은 우리가 자연적이라고 부르는 단계에서는 달성될 수 없다.
자연의 단계는 발전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발전(재배)은 그것의 내적이고 심층적인 충동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재배)는 곧 '문화'라는 것으로 형상화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를 짐메른 '그 존재의 문화'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문화'의 일반적인 의미, 즉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문화라고 하는 것은 짐멜의 입장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을 듯하다. 짐멜의 입장에서 본다면 '문화'는 '양식'이나 '체계'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고 보아야 할 듯하다. 왜냐하면 자연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놔두지 않고 이를 '발전 가능성'에 따라 '재배'하는 이는 결국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짐멜에게 있어서의 '문화 이론'은 결국 '인간 이론' 혹은 '인간 발전 이론'으로 보아야 할 듯하다.
이러한 짐멜의 태도는 제3장 '인격문화와 물격문화'에서 좀더 '문화'의 의미를 분명하게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격'이란 '인간의 품격'을 의미하며, '물격'이란 '사물이 마치 인간처럼, 그리고 인간의 품격과 상관없이 고유한 품격'을 지닌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짐멜은 인간 사회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문화산물'을 들고 있다.
'문화산물'이란 우리가 흔히 문화예술이라고 하는 것과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그중
가구, 작물, 예술작품, 기계, 도구, 책 같은 것은 '물질적 문화 산물'이라고 칭하고 있다.
짐멜은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자연물(자연적 질료)를 인간이 재배(문화활동)하여 자연물이 가진 발전 가능성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인 것을 '문화산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 구성원간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언어, 도덕, 종교, 법률과 같은 문화'도 다를 바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은 '인간이 자연물을 통해 자신의 품격을 드러내는 인격문화'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짐멜은 이러한 '인격문화'와는 달리,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들어낸 '문화산물' 중에는 인간의 의지나 인격이 내포되지 않은 것이 있는데,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노동분업'을 들고 있다. '노동분업'이란 노동을 하는 이의 자아가 내재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노동량=교환적 가치'라는 도식을 가지며, '노동'은 '노동자'에게서 '사용자'에게로 분리 귀속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노동의 상품화'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 혹은 노동은 이제 노동자 자신의 정체성과 품격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며, 노동자가 소유하지 않은 어떤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른 사람 즉, 사용자에게 귀속되어 버린 화폐등가물(교환적 가치)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대표적인 물격문화로 보고 있다.
결국 짐멜은 '문화'라는 것을 파악하는 데 있어 단순히 '미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현대산업사회가 갖는 문제점을 분석해 나가는 기재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프레임은 '여성문화'나 '문화형식의 변동'을 거치면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비록 1900년대에 씌여진 글이지만 오히려 2012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 대한 가장 적확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의 적절한 내용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제1장과 제2장이 가장 어려웠다. 여기서 너무 천천히 간 것일까? 제2권 <근대 세계관의 역사-칸트, 괴테, 니체>를 봐? 말어? 고민에 빠진다.
문화는 일반적으로 말한다. 문화란 사회사상,가치관,행동양식 등의 차이에 따른 다양한 관점의 이론적 기반에 따라 여러 가지 정의가 존재한다.
문화는 음악, 미술, 문학, 연극, 영화와 같은 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 사람들은 상품으로서 대중문화, 유행가와 같은 것들을 소비함으로써 문화를 접하기도 한다. [2] 인류학 사회 전반의 기술, 예술, 관습, 양식 등 보다 광범위한 것들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문화를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