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에게 주고 싶은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책
-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지를 못했어요. 일단 책의 내용이 굉장히 충실해요. 이 저자가 쓴 《소유의 종말》에서도 그랬는데, 시의성이 있는 내용을 알차게 잘 풀어놓았어요. 지금 이 위기의 시대에는 무언가를 소유해서 존재감을 갖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해요. 이제는 세계가 협력을 통해서 서로 공감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공감하는 인간형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거예요. 경제에 공감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양한 면에서 풀어내고 있어요.
- 김성룡, ‘출판인 김성룡의 서재’, 《지식인의 서재》 중에서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좋은 정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를 한다. 인터넷의 사용후기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고, 주간지와 같은 잡지에 실린 글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한정원의 《지식인의 서재》는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 혹은 리더로 평가받는 이들의 서재를 통해 그네들의 삶과 가치관을 보고, 많은 책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네들이 나와 같은 책을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것은 아직 읽지를 않았는데 읽어봐야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몇 권을 메모해 놓기도 하였다. 그 중에 제일 먼저 읽은 것이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다.
김성룡은 위의 책에서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지를 못했어요. 일단 책의 내용이 굉장히 충실해요.’라고 소개하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일단 책의 내용의 굉장히 충실’하다. 두께가 내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838쪽이라는 분량은 이 책의 내용을 나타낸다.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읽는데 대략 보름쯤 걸린 것 같다.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인간의 본성인 ‘공감’, 인간의 문명 속에 나타나는 ‘공감’, 현대사회에서 ‘공감’의 중요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분류는 매우 자의적이기는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연구 자료를 근거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제1부를 펴자마자 나타나는 ‘크리스마스 휴전’이라는 사례는 적을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일어난 공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 죽여야 하는 영국군과 독일군이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전쟁이라는 공동의 입장에서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작자는 이러한 역사적 사례를 시작으로 인간의 본성 혹은 생명체의 본성이 공감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나는 인간의 본성이 ‘공감’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다룬 1부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맹자의 ‘사단’과 이에 대한 정약용의 유학관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지금 사람이 갑자기 어린아이가 장차 우물에 빠지는 상황을 보게 되면, 모두 깜짝 놀라고 측은해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것은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으려고 해서도 아니고, 지역사회의 친구들에게서 칭찬을 바라서도 아니며, 우물에 빠지는 그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관찰해 보면, ‘측은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지심은 인(仁)의 단서이고 수오지심은 의(義)의 단서이며, 사양지심은 예(禮)의 단서이고, 시비지심은 지(智)의 단서이다.
- 맹자, 『맹자』(공손추)

유명한, 맹자의 ‘사단’과 관련한 내용이다.

소금뻘은 짐승들이 소금을 핥으려 찾아오는 진흙뻘인데 어쩌다 새끼 코뿔소가 뻘 한복판에 빠진 것이다. 코끼리는 새끼 코뿔소에게 다가가더니 무릎을 꿇고 코를 새끼 코뿔소의 배 밑으로 넣어 새끼를 들어 올리려 했다. 어미 코뿔소는 코끼리를 위협하며 자기 새끼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코끼리는 새끼 코뿔소를 계속 끌어 올리려 했지만 어미 코뿔소 때문에 결국 새끼 코뿔소를 결국 포기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같은 행동은 새끼 코뿔소의 곤경을 공감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위 사례를 맹자의 ‘사단’에 비유한다면, 코끼리는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즉, 유학에서 제일 우선으로 꼽는 ‘인(仁)’의 존재인 것이다. 그럼 우리가 코끼리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의․예․지라는 실천적 덕목의 명칭은 행사 이후에 성립한다.
- 정약용, 《맹자요의(孟子要義)》

‘행사’의 ‘행(行)’은 ‘걷다, 나아가다, 행하다’의 의미를 가지며, ‘사(事)’는 ‘일’이라는 의미 외에 ‘전념하다, 일삼다’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안다면, 정약용의 ‘사단’은 앎으로써의 ‘사단’이 아니라 실천으로서의 ‘사단’인 것이다.
작가는 인간의 본성인 ‘공감’이 사회화되어 나타난 것을 ‘문명’이라고 인식한다.

공감적 표현은 자신과 다르지 않은 하나의 구별된 존재로서 다른 사람을 인식할 수 있는 자아의식이 제대로 갖춰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원시인들에게 공감 의식은 초보적 수준의 공감적 고통이 전부였을 것이다. 즉 여섯 살이나 일곱 살 정도 아이의 공감적 고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공감 충동이 지나간 신석기 시대에 탄력을 받았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공감이 공감적 고통의 수준을 넘어 자기 인식적, 공감적 반응이라는 최초의 실험적 징표를 보여 준 것은 문명이 막 싹트기 시작할 때였다.
-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글쓴이는 이러한 사례로 도시 관계농업 사회와 설형 문자를 들고 있다. 글쓴이는 문자 덕분에 법을 제정하고 공포할 수 있었으며, 사회의 체계적인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공감과 문명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2장은 우리의 문명사를 ‘공감’이라는 축으로 꿰뚫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글쓴이의 이전 저작물인 ‘엔트로피’,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노동의 종말’에서 제시했던 내용들이 압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동안 뜸하던 제러미 리프킨이 다시 ‘사고’쳤다. 신간 《공감의 시대》는 히트작 《노동의 종말》, 《수소 혁명》, 《유러피언 드림》에 이은 저술인데, 그동안 펴냈던 저술들의 종합이다. 단순 취합일 리는 없다.
- 《중앙일보》

책 표지 뒷면에 실린 중앙일보의 추천글은 아마도 이 부분을 주목한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단순히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본 문명사로 읽지 않고, 다른 각도에서 읽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3부는 분산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지금, 인터넷이라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공감’이라는 형태도 달리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글쓴이는 책의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공감의 문명’이 이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지구를 감싸는 거대한 생명권과 전체 인류에게로 공감의 범위를 빠르게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공감적 유대 관계를 다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기후 변화와 대량살상무기의 증식이라는 형태로 무섭게 속도를 올리고 있는 엔트로피라는 괴물과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제때에 지구촌의 붕괴를 피하고, 생물권 의식과 범세계적인 공감에 이를 수 있을까?
-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글쓴이는 앞에서 유럽연합을 예로 들면서 해결방안을 제시한 후 위와 같이 마무리하고 있지만, 내가 읽은 대안은 교육이었다.

‘공감의 뿌리’는 세계 시민을 만들어 내는 수업이다. 즉 모두가 같은 구명정에 탔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사회적 책임감과 공감적 윤리를 심어 준다. 이 아이들은 장차 좀 더 남을 배려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를 세울 것이다.
- 메이 고든

캐나다 교육가 메이 고든이 시작했다는 ‘공감의 뿌리 프로젝트’는 어쩌면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교육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프킨이 예전에 제시했던 사회 변화 양상들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도 이처럼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 딸이 좀더 나은 사회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에게서 느끼는 감정

- 신영복, [담론]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어린 시절에 사귀었던 친구들은 아련한 추억 속에 머물기 쉽다.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기억 속의 친구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설혹 동창회라든가, 우연한 기회에 만나기라도 한다면 시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억과 실재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하다가 서로 이야기라도 하다보면, 어린 시절에 대한 얘기는 스스럼없이 하는데 반해, 근래의 생활에 대해서는 매우 어색하다.

‘이 녀석이 원래 이런 생각을 가진 애였나?’, ‘예전에도 이런 모습이었나?’하는 생각과 함께 많은 상념에 빠지곤 한다.

신영복 교수의 신간 [담론]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주문을 하였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사실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며칠 손을 놓기도 하고, 읽어 나가는 데 조금 힘이 들기도 했다. 왜일까? 그렇다고 내용이 특별히 어려운 것도 없었고, 심지어는 호감을 가지고 읽는 책이었건만, 읽는 속도가 나지를 않았다. 왜일까? 그것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창을 우연히 만나서 느끼는 낯섦이었다.

다 읽고 난 후 목차를 다시 보며 기억을 되돌려보니, 1부보다는 2부가 읽기가 어려웠다.

1부는 ‘고전에서 읽는 세계인식’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는데, 전작 강의에서와 같이 동양고전을 통해 작가의 세계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1부의 내용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매우 많이 맞닿아 있다. 반면에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2부는 전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많이 기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개인의 경험과 함께 이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 ‘관계’에 대한 생각 등이 큰 맥락을 이룬다.

글쓴이의 저작들의 대부분을 읽었다고 생각하기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해서 즐겁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부는 글쓴이의 세계관을 다시한번 확인하였다는 느낌만 받았다. 그에 비해 1부는 다시한번 나 스스로, 나를 포함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신영복 교수의 이번 신작 [담론(談論)]을 읽고 느낀 점이라면, 아래 에피소드를 겪은 글쓴이의 심정과 약간 비슷하지 않을까?

2부 ‘떨리는 지난날’에서, 글쓴이는 감옥에서 출소한 후에 같이 학생운동을 하였던 친구들을 찾은 에피소드를 제시하고 있다.

글쓴이와 함께 학생운동을 하였던 친구들을 찾아보니, 그들은 ‘그 길에 있지 않’았다고 하였다. 어떤 이는 제도 정치권에 진입하였고, 어떤이는 CEO가 되었고, 또 어떤이는 교수로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단다. 그런데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학생운동에 앞장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 때문에 함께한 이’가 ‘꾸준히 그 길을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란다.

어찌보면, 신영복 교수의 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나 [나무야 나무야], [강의] 등에서 보여주고 있는 세계관이나 주제의식은 [담론]에서도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그것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이 변한 것은 아닌지.

그것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삶의 여정, 책을 통해 읽는 생각

- 손영운, [제레미 리프킨의 생각을 읽자]

나에게 타인의 생각을 귀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영화‘왓 위민 원트’의 멜 깁슨처럼 타인의 심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사업의 귀재로서 혹은 영업의 신으로 등극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타인의 생각을 읽어보자. 그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제레미 리프킨’이다.

출판사는 김영사. 부제는 ‘만화로 읽는 21세기 인문학 교과서’. 내 정신연령에 딱 맞는 스타일.

제레미 리프킨의 저작인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소유의 종말], [유러피언 드림]을 소개하면서, 리프킨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추적해 들어가는 책이다. 만화의 형식인데 얼핏 보면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의 느낌이 난다.

이 책의 글쓴이는 리프킨의 저작들을 통해 그의 생각을 살피고자 했다. 그리고 책의 전반적 흐름으로 볼 때, 글쓴이가 살핀 리프킨의 생각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사고 방식의 전환’과 ‘타자와의 관계’이다.

사용불가능한 에너지인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과도한 에너지가 사용되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육식’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육식’을 버린다면 어떠한 결과가 일어날까?

리프킨은 우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토지의 면적이 무척 넓어질 것이며, 이것을 사람과 자연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로는 소에게 먹일 옥수수를 사용하여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로는 인간이 육식을 끊는다면, 모든 대륙에서 자연을 스스로 회복시키는 생태계적 르네상스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육식의 종말은 곧 자연을 대하는 적절한 태도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서는 시장의 인위적인 명령만큼이나 자연의 고유한 번식력에서 지침을 얻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존재의 근원, 즉 양육받을 가치가 있고, 관리를 필요로 하는 신성한 창조물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자연은 더 이상 정복되고 길들여져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거주하는 근본적인 공동체로 간주될 것이다.

자연과 생물권을 형성하는 좀 더 큰 생활 공동체의 협력자이며 참여자로 대접받게 될 것이다.

- ‘육식의 종말’

‘엔트로피’와 ‘육식의 종말’에서 리프킨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고방식의 전환이고, 다음은 인간과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다. 이는 사회 변화에 대한 리프킨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인데, 이러한 통찰력은 ‘소유의 종말’에서 빛을 한번 더 발한다. 지금이야 당연시되는 현상이지만, ‘소유’와 ‘접속’의 관계를 통해 앞으로 변화할 세계의 모습(리프킨이 저작을 쓸 당시)과 지금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유를 중시하는 산업 자본주의에서 지적 재산을 중시하는 단계를 거쳐 문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리프킨은 우리 시대에 주의해야 할 점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리프킨은 인간의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은 지리적 공간에 뿌리를 둔 다양한 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시대에 인간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자연 자원이 고갈되어 버리는 위기를 맞이한 것처럼, 우리의 문화 자원도 과도한 영리 추구로 인해 고갈될 수 있다.

리프킨은 상품화된 문화 체험이 점점 무게 중심에 놓이는 지구 네트워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 이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 ‘제레미 리프킨의 생각을 읽자’

이런 점에서 볼 때, 리프킨이 자신의 저작에서 꾸준이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은 타자와의 관계가 아닐까?

리프킨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 개인과 사회의 관계, 사회와 사회의 관계, 국가와 구성원의 관계, 국가와 국가의 관계 등에서 자신의 생각과 가장 부합하는 곳을 ‘유럽’을 꼽고 있다.

시장은 사리를 추구하지만 네트워크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 시장 경제에서는 경계선이 필수적이며 소유자가 그 영역을 독점한다. 반면에 네트워크 시스템에서는 재산은 전부 생산자의 소유로 남아 있으면서 사용권만 공유된다.

현재는 ‘시장에서의 상품 교환에 기초한 재산 제도’와 ‘네트워크에서 다른 사람의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에 기초한 새로운 재산 제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트워크 시스템의 개념은 우리가 과거 시장 경제 체제에서 누렸던 합당한 행동과 행복한 삶을 규정하는 개념과 크게 차이가 난다.

시장은 속성상 불신을 기초로 하지만, 네트워크는 신뢰를 기초로 한다.

시장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네트워크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

시장은 서로 간의 거리를 두고 거래를 하지만, 네트워크의 거래는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경쟁의 장이지만, 네트워크는 협력의 장이다.

 

과거에는 개발되지 않은 땅과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했다. 그래서 세계 전역에 부의 잠재력이 있었다. 이때는 카우보이의 사고방식을 가졌고, 투쟁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이 이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복잡성과 상호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는 배타적인 자기 이익과 개인적인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은 배제된다.

리스크가 높은 글로벌 경제에서는 독자적이고 거친 개인주의와 적대적 행동보다는 신뢰에 바탕을 둔 호혜와 협력이 더 중요한 생존 가치가 된다.

 

유럽 연합(EU)이 새로운 초국가의 통치 모델의 가장 진전된 사례이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세계 모든 국가들이 EU의 성공과 실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모든 국가의 지도자들이 기존의 통치 시스템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EU의 헌법은 그 초점이 국민이나 영토, 국가보다는 인류 전체와 지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여 보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EU 헌법은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자연의 권리를 옹호한다.

또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며,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구한다.

인간의 정신을 해방시키며,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고 세계적 의식을 함양한다.

EU 헌법의 가치와 목표는 유러피언 드림의 기초를 상징한다.

EU는 철학자 칸트의 영구 평화론에 기초하여 지난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무력 외교와 단절했다. 그런 후에 세계 평화의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EU는 외교‧안보 전략의 두 축을 분쟁 해결과 경제 원조로 설정했다.

- ‘제레미 리프킨의 생각을 읽자’

그럼 제레미 리프킨을 읽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글쓴이는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언급하며 마무리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제 글을 정리하자. [유러피언 드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책을 통해서 일하기 위해 살기보다는 살기 위해 일하는 유럽인들을 보았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세상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내의 관계를,

부의 축적보다 삶의 질을,

무제한적 발전보다 환경 보존을 염두에 둔 지속 가능한 개발을,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를,

일방적 무력 행사보다 다원적 협력을 강조한 유러피언 드림이 코리안 드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 ‘제레미 리프킨의 생각을 읽자’

처음 부분에서 이 책의 저자가 살핀 리프킨의 생각은 ‘사고 방식의 전환’과 ‘타자와의 관계’이라고 하였다. 내 생각엔 이 두 가지 중 후자, ‘타자와의 관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그래서일까?

2010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838쪽이라는 거대한 분량의 책. 제레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가 놀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