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가 익히 아는 시들과 관련하여 전문가가 마련해놓은 정형화된 해석과 감상의 틀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시도를 해보자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나는 전문가의 권위에 복종하고 기존의 해석과 감상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그것을 거부하고 독자 나름으로 새로운 이해와 감상을 시도해보는 것이 중？G다고 생각한다.

글쓴이가 이 책의 도입 '주체적인 시 읽기를 위하여' 부분에서 천명한 내용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는 내내, 내 머릿속을 짓누르는 것은, 자신의 기준을 고수하다가 그것에 매몰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글쓴이는 이 책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웠음직한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작품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여 이해하려고 한다. 조금은 낯설게, 조금은 전위적으로, 조금은 비판적으로.

예를 들어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를 화자의 욕망으로 접근하는 시도는 낯설게 읽기의 한 방편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아주까리 기름 바른이가 지심을 매'는 장면에 대한 설명은,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동환의 [국경의 밤]을 읽으면서, '친일 문학 논란, 그리고 김동환과 서정주'를 처음에 배치한 것은... 김동환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라기보다는 '서정주'를 옹호하기 위한 시도로밖에 읽히지 않았다. 그리고 글의 마무리는 김동환의 [국경의 밤]이 갖는 문학사적 의의로, 이용악으로 하여금 서사시 혹은 이야기시를 꽃피울 수 있게 하는 교량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들었다. 그래서 결국 김동환과 관련한 장은 '서정주'로 시작하여 '이용악'으로 끝나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이는 '낯설게' 시를 읽기보다는 글쓴이 자신의 관점을 관철시키기 위한 눈물겨운 시도로밖에 읽히지 않았다.

‘톨스토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만화로 그렸다는 것과 그림의 톤이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2017년 현재의 대한민국, 자본주의 세계는 모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소작농이었던 주인공이 지주가 대지를 팔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촌에게 부탁하서 돈을 빌린 후 구입한다. 그러나 한 여행객으로부터 ‘바시키르’라는 곳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곳의 사람들은 호의를 가진 사람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땅을 준다는 말에, 주인공은 그들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바시키르’를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어 호감을 산 주인공은 ‘땅’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에, 자신의 땅이 될 부분을 욕심 내다가 결국에는 죽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소설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여행객과의 대화 부분이다.

같은 소작농 신분이었을 때의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낸다. 그런데 부자가 된 후에는 이전의 지주보다 더 인색한 행동을 한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여행객은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한다.

“바보 같은 짓을 해서는 함께 살아갈 수 없어. 그들은 차례차례 적들을 물리쳤지. 먼저 건초더미에 그 다음엔 곳간을……. 그러다 집에 불을 질렀어. 결국 마을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고 말았단 말일세! 성공만 좇다가 멍청한 짓을 계속하는 거지.”

라고 주인공에게 충고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래도 그냥 놔둘 순 없어요!”라고 강하게 반박한다.

이 장면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탐욕에 대한 작가의 충고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탐욕이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도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주인공은 더 많은 땅을 얻기 위해 무리를 한다. 그리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출발지로 돌아오나, 결국은 지쳐서 죽게 된다. 이때 ‘바시키르’의 족장은 주인공을 묻으며, “길이 2미터, 폭과 깊이 1미터 50…. 인간에게 필요한 땅은 이 정도라네.”라고 말한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떠올렸다. 그 책에서 지은이는 ‘기아’가 발생하는 원인을 자본의 탐욕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개인의 불행이든 세계의 불행이든 그 원인은 인간의 탐욕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100명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생각해보자. 그 안에는 허니버터칩을 먹어본 사람이 2명만 돼도 '아, 이게 지금 새로 뜨기 시작하는 과자인 모양이다. 나도 한번 먹어봐야지.'하고 결심해서 과자를 구입하는 유행에 극도로 민감한 사람도 있고, 먹어본 사람이 90명이 넘어야 비로소 '내가 아는 사람들이 거의 다 먹어본 것을 보니 맛있는 과자임에 틀림없어. 나도 한번 먹어볼까'하는, 유행에 설득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즉, 100명 중에는 위의 민감한 사람처럼 먹을지 안 먹을지의 행위를 결정할 때 사용하는 문턱 값 threshold value이 2명인 사람도, 또 왠만해서 새로운 과자는 절대 입을 안 대는 할아버지 입맛의 문턱 값 90명인 사람도 있는 것이다. 가상적인 상상의 사회에서 가장 작은 문턱 값이 ‘2명’이라면 (...) 과자 회사에서 공짜로 사람들에게 허니버터칩을 먹 어보게 하는 거다. 딱 1명에게만 과자를 무료 시식하게 하면 어떨 까. 1명이라면 부족하다. 1명 가지고는 가장 작은 문턱값 ‘2명’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설득할 수 없으니 유행이 시작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과자회사에서 1명이 아닌 2명을 무료 시식 행사에 초대하 면 그 1명의 차이로 놀라운 일이 시작된다. 첫 시식한 2명이 ‘이 과자 맛있네요’라는 소문을 사회에 퍼뜨리면, 이제 최소 문턱 값 ‘2명’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과자를 사먹게 된다. 이렇게, 공짜 시식 2명을 더해 모두 3명이 과자를 먹게 되면 드디어 문턱 값 ‘3명’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의 문턱 값이 연속적으 로 늘어서 있다면 다음에는 문턱 값 ‘4명’, 그 다음에는 문턱 값 ‘5명’인 사람도 과자를 먹게 된다. 결국, 이러한 ‘허니버터칩’ 구매의 연쇄반응은 계속 이어지게 되어 모든 100명의 사람들이 이 과 자를 사먹게 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