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파는 회사

아마노 아쓰시 지음 / 홍성민 옮김.

 더난출판 2011

 

돈을 위해서 일하는 것과 손님을 행복하게 하여 그 결과로 이익을 얻는 것이 있다.

어느 쪽이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일까? (P. 67)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가 스토리텔링과 만나면 그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자연히 더 큰 힘이 실리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성공적인 예가 되는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원제: Selling the Wheel』를 떠올린다. 그런데 두 작품의 
차이점이자 나 자신이 가장 흥미롭게 바라본 점은 주인공 두 사람의 직분의 
차이이다. 맥스는 획기적인 발명가임과 동시에 마케터로 출발했지만, 구마타로는 
과로로 쓰러져 돌아가신 아버지에게서 온천과 리조트를 물려받아 처음 그 
출발점에서부터 이미 CEO였으니 말이다.

 

『행복을 파는 회사』의 주인공 구마타로는 대기업을 다니다 외국 비즈니스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런데 정작 CEO가 되어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운 최신 지식을 도입해 보니 오히려 영업이익은 더욱 악화되고, 직원들은 
자신의 말을 도통 못 알아듣는 게 아닌가? 외국에서 배운 것 그대로를 
자기 나라에 도입하려니 어찌 무리수가 생기지 않을 것이며, 설사 그것이 
100퍼센트 완벽하고 훌륭한 전략이라고 할지라도 직원들로부터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실행되니 어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주인공 구마타로가 대체 왜 직원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 못하냐며 골몰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행복을 파는 회사? 그런데 행복이란 말처럼 모든 이들이 한결 같이 평생토록
바라는 게 세상에 또 있을까? 가만히 보면, 이미 다들 충분히 가져보았을 것이고, 
또 적잖은 일부는 현재 이 순간에도 충분히 누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애석하게도 너무 많은 이들이 자신이 현재 행복한지 아닌지 깨닫지 못한다. 
행복이란 것은 여간 곤욕스러운 상대가 아닐 수 없어서 자신이 이미 누리고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인지 하는 것조차 늘 헷갈리게 만들 뿐 아니라, 더욱 
큰 문제는 대체 얼만큼을 가지고 누려야 "행복할 만큼 행복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행복을 파는 회사가 있다고? 기업이 행복을 팔겠다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 행복을 판 기업이 어디인가 생각해봤지만 애석하게도 
많이 떠오르지 않는다. 작년 한 해 큰 화제를 모았던 재포스Zappos의 CEO 
토시 셰이Tony Hsieh의 『딜리버링 해피니스(원제: Delivering Happiness)』
처럼, 말하자면 나를 기꺼이 "와우wow시키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말이다. 
소비자는 기업으로부터 재화나 용역을 얻는 대신 그에 응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그러나 여기서 소비자가 얼마를 지불했느냐가 소비자의 만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 구마타로가 들렀던 유명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슈퍼에서 
300엔에 파는 물을 700엔에 팔아도 고객이 전혀 불만스러워 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이미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는다면 소비자는 불만은커녕 오히려 그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행복과 직결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구마타로도 결국 깨닫는다.

 

손님은 자신의 행복의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

회사의 이익은 손님의 행복의 대가다. (p. 63)

  

직원의 입장에서 CEO 구마타로를 바라보면, 사실 위기인식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문제해결능력 역시도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다. 
맞지도 않는 마케팅 전략을 무리하게 실행에 옮긴다거나 무작정 직원을 해고부터 
한다거나,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부차적인 노력만 기울이며 실패를 
거듭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말이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그 적극성과 의지다. 자신이 지금껏 배워온 것, 말하자면 
자신이 지금껏 가치를 부여하고 믿어온 것이 실상과 약간 혹은 다소 왜곡된 
경우에 그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하물며 구마타로는 
그룹의 오너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닌 것, 잘못된 것,
잘못한 것을 스스로 바로 잡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잘못한 점을 
잘못했다 말할 줄 아는 용기도 있다. 그래서 모든 걸 잃을 만큼 큰 위기가 
닥치더라도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그 위기를 함께 
이겨내자고 격려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토니 셰이의 『딜리버링 해피니스』를 읽었는데 
덕분에 두 권 다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재포스가 마치 『행복을 파는 회사』의 
실화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작 35세에 불과한 토니 셰이는 재포스를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으로 만들었다. 위기의 순간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구마타로처럼 토니 셰이 역시 단지 이윤을

극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감사해하는 법을 배우고, 고객의 입장에서 
헤아릴 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이 그렇듯, 행복 역시 나 혼자서가 아니라 남과 나눌 때 그것이 
더욱 커진다. 하물며 기업이라고 다를까? 고객을 감동시킬 줄 아는 기업, 
고객을 기쁘게 하고,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기업이라면, 특히나 그래야만 
하는 가치를 잘 알고 있는 기업이라면 분명히 고객이 알아서 먼저 다가가고, 
먼저 찾아나설 것이다.

사람은 모두 행복을 원한다. 사람은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 산다. 
그런데도 기업 활동으로 사람이 불행해진다면 일부러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면서 
기업이 활동하는 의미는 없지 않을까?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기업은 이익을 내고 
주주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주주가치를 최대화해도 
그로 인해 사람이 불행해진다면 그런 기업 활동에 의미는 없다. 사람의 행복과 
주주가치의 최대화,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당연히 사람의 행복이다. (P. 57) 

이투리뷰어, 행복을파는회사, 더난출판

게임 세계가 현실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게임을 통해 비즈니스 세계에서 
겪게 되는 문제점을 파헤치고 협업을 늘리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p. 25)

성공적인, 아니 ’성공’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싫다면, 그냥 지난 번 보다 조금 더
나은 해법이나 결과를 도출해내고자 애쓰는 중이라면, 당연한 말이지만 늘 
반복해온 저만의 방식을 탈피하는 게 급선무다. 같은 과정을 반복해왔는데
결과가 늘 의도한 대로, 혹은 예상한 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방법이 
잘못됐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잘못됐다면 바로잡으면
된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 책을 공동으로 집필한 3인-데이브 그레이, 서니 브라운, 제임스 
매카누포-은 혁신적 기업들이 모여있는 실리콘 밸리에서 그 해법을 찾았다. 
그냥 게임을 하는 것처럼 비즈니스를 즐겁게 하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실행 방법들은 일종의 ’실리콘 스프(Silicon Soup)’로부터
나온 것이다. 아주 탄탄히 연결되어 있는 실리콘 밸리의 네트워크는 마치 
아이디어와 사람들이 하나의 벌집 안에서 뒤엉켜 있는 것 같았다. 
(저자의 말 중에서)’

 

2장에 소개된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10가지 도구’와 3장에 소개된 ’게임스토밍의

핵심 기술’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키워드를 꼽아보면, 적절한 질문, 정보수집, 
즉흥성, 올바른 선택, 새로움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그림, 
다시 말해 시각적 언어다.

 

그런데 게임스토밍이라고 해서 거창하다거나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들을 시각화시킨 것도 빈번하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팀원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모두 모여 별 다른 부담이나
어려움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단, 개인의 측면에서는 
기존의 사고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방식을 찾도록 노력하고, 조직의
측면에서는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팀원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자유로이
피력할 수 있음과 동시에 다른 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옳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80여 개의 게임들에는 각기 참가인원과 소요시간이 적혀있다. 
그 시간 동안 참여자 전원의 노력이 충분치 않다면 그 게임은 재미도 없을뿐더러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을 리 만무하다. 지금보다 좀 덜 딱딱하고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회의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또 매번 발언하는 이만 발언하는, 
입 한 번 뻥긋않는 이는 언제나 늘 방관자적 입장에서 성의없는 태도로 
그저 자리만 채우는, 말하자면 대체 무엇을 또 누구를 위한 회의인지 
알 수도 없고 목표나 의도가 이미 산으로 가 버린 회의에서 탈피해
마치 재미있는 게임을 하듯 전원이 참여한다면 결과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를 거라는 이야기이다.

 

큰 맥락에서 보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로 작년 
국내에서도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원제: Play: How It Shapes the Brain,
Opens the Imagination, and Invigorates the Soul』의 두 저자, 스튜어트 
브라운Stuart Brown과 크리스토퍼 본Christpher Vaughan의 주장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들 역시 ’일을 게임으로 보라’며 시종일관 놀이의 기능과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책의 한국판 서문에 스튜어트 브라운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유난히 ’놀이’에 박하다. 지난 세기 우리는 나라를 빼앗기고, 
또 나라가 둘로 갈라지고, 그러다 극도의 가난에 허덕이고, 그 후엔 민주화를 
열망하며 피를 흘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논다’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강해진 것 같다. 그러다 곪을 대로 곪아터져서 
21세기 현재 우리에게 남은 건 우울증과 그에 따른 세계 최고의 자살율밖에 
없는 건가?

 

스튜어트 브라운의 말대로, ’놀이’의 반대말은 ’일work’이 아니라 ’우울함depression’이다. 
여럿이 모여 놀이나 게임을 통해 가상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협동하는 법을 배우고,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도출해내고자 머리를 맞대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생산적인’ 활동인 것을! 
하지만 유난히 수직적인 구조와 경직된 문화로 인해 국내에서는 이 책처럼 여러 다양한 방안을 
실행해 볼 여지조차, 기회조차 가질 래 가질 수 없는 조직이 적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씻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P&G 디자인전략과 혁신담당 부사장, 
클라우디아 코치카의 말을 빌리고 싶다. 그녀는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목표에 관해 "기업 내부에 디자인 기능을 새롭게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문화 속에 진정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디자인씽킹』/ P. 163) 그래, 그녀의 말처럼, 기업 내부에 게임스토밍 기능을
새롭게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스토밍이 의미하는 바를 기업문화 속에 
뿌리내려 보는 건 어떨지? 

 

같이 읽으면 좋은 도서

 

 

 



이투리뷰어, 게임스토밍

온 힘을 다하여 무의미했고, 온 힘을 다하여 무모했고, 
온 힘을 다하여 진지했다.

도대체 그런 시절을 인생에서 얼마나 보낼 수 있을까? (p. 301) 

이투리뷰어, 키켄, 문학·책, 키켄, 아리카와히로, 청춘소설, 북로드, 더난출판, 일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