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한 명도 아닌 두세 명의 추천사로 시작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삽입되고, 맨 마지막에는 역자의 덧붙이는 글까지 보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 책은 그런 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소위 이기는 기업과 훌륭한 경영자가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즉, 강력한 경쟁기업을 만들기 위해 요구되는 58가지 노력을 담고 있다 (원서는 총 60가지를 담고 있지만). 마케팅과 고객서비스에 대한 부분에서부터 보다 나은 회사 문화를 만드는 요령과, 기업의 성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인재등용과 리더의 자질에 이르기까지, 말하자면 기업차원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노력들을 총망라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결국 타 업체의 강력한 경쟁을 이겨내고 끝까지 살아남는 기업이란 리더와 직원들이 타 업체에 비해 얼마나 탁월한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또 그 계획에 대한 실행력을 어느 정도로 갖추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닐까? ’1823년의 경제공황을 필두로 대공황을 거쳐 1955년 이후, 12차례의 불황에 이르기까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 존재한다. 남보다 더 많이 팔고, 더 큰 시장을 확보하고, 더 많이 훈련시키고, 더 많이 혁신하고, 더 강력하게 경쟁을 헤치고 나가는 기업이 움츠리고 앉아 있는 기업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과 더 강력한 수익 표지션을 확보하여 경기침체로부터 탈출한다는 사실이다. (p. 17)’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리더로, 기업을 살리기 위해 리더의 자격으로 응당 취해야 하는 노력에 보다 초점을 맞춘 책이다. 좋은 기업을 만들어나가는데 있어서, 또 위대한 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적재적소에 배치된 인재(들의 노력)이다. 사실상 기업의 성패가 인재등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고 말이다. 인재등용을 위해서는 인재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과 역량을 가진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고, 리더에게는 자신이 발탁한 인재(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또 그들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 즉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역시 좋은 기업에는 훌륭한 리더, 즉 훌륭한 최고 경영자가 있는 법이니까. 

원서의 표지를 보면 빗 속에서 누군가에게로 우산을 건네는 손이 보이는데 아마도 리더의 손일 것이다. 쏟아지는 빗 속에서 만난 우산과도 같은 리더가 이끄는 조직이라면 어찌 그 조직을 ’이기는 조직’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이기도 한 ’채우고, 장전하고, 발사하라(chapter 53)’에 좋은 내용이 나온다. 강력한 경쟁기업을 만들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리더와 인재의 조우였다면, 리더는 이제 어려운 시기라고 해서 (신제품)연구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를 중단하거나 축소하지 않아야 하며, 인재는 그렇게 지원을 받은 연구를 통해 혁신을 이루어내 타기업에 비해 경쟁우위에 설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강력한 경쟁기업은 새로운 제품, 새로운 포장을 출시하고, 과거 제품의 이미지를 바꾸고, 라인 확장과 새로운 사이즈, 새로운 맛을 시도한다. 혁신자들은 과거의 제품을 새로운 지역에 출시한다. 그들은 틈새시장과 소외된 세분시장에 맞게 제작된 신제품을 출시한다.’ 

자기 만족에 빠지지 마라. (chapter 11 중에서)

현대 벤처캐피탈의 아버지인 조지도리오 Georges Doriot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했다.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당신의 제품을 쓸모없게 만들 제품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개선하고, 응용하고, 혁신하는 작업을 결코 중단하지 마라. 누군가의 기술을 쓸모없게 만들어버릴 기술과 사라지는 시장, 계속 바뀌는 경기장을 항상 두려워하라. (p.49)

 

강력한 경쟁기업은 끝없는 계획과 분석이 아니라 전략과 실행을 소중히 여긴다. 그들의 전략에 가장 중요한 세 마디는 실행, 실행, 실행이다.

 

채우고장전하고발사하라, 이투리뷰어, 더난출판, 제프리폭스

중국의 부상을 보면 30년 전 일본의 부상이 떠오른다. 나는 1979년부터 일본을 드나들며 일본의 부상과

쇠락을 아주 가까이서 경험했다. 그런데 내가 분석한 바로는, 중국이 일본처럼 가파른 하강궤도를

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중국의 성장은 수십 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크게 4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2부는 약해지는 거인(The Weakening Giant), 

미국에 관해, 3~4부는 성장하는 거인(The Growing Giant), 중국에 대해 할애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 중국과 미국과의 대조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제 3국의 독자라고 해서 두 국가의 힘 겨루기를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한 나조차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갑갑해졌으니 말이다. 우스갯소리를 좀 보태면, 미국은 그래도 아무리 약해졌다고 한들

여전히 거인은 거인 아닌가? 그런데 미국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점을 고스란히 다 안고 있는 우리는

"거인"이 아닐뿐더러 "거인"이었던 적이 없는데도 그저 약해져 가기 바쁘지 않은가?

얼마 전 시티그룹에서 한국이 2040년에 경제규모로 봤을 때 세계 4위가 될 거라 전망하는 기사를

읽었는데 글쎄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건지, 이 책을 읽던 중에 기사를 접해서 그런 건지 사실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이미 커져버린 중국이 앞으로 얼마나 더 그 몸집을 불릴지, 그리고 그 사이

브릭스(BRICs)의 다른 나라들은 또 얼만큼 비상하고 부상할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대규모 유혈사태를 겪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또 얼만큼 약진할 지 등등 세계의

대변혁 속에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얼만큼의 파이를 차지할 수 있는지부담감과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헨델 존스는 기업을 (침략)군대에

비유한다. "예나 지금이나 강한 군대를 갖는 것이 중요하듯,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기업이

강해지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최근 들어 영토와 시장을 정복하는 것은 군대가 아닌 바로

기업이기 때문이다. (p.27)”우리에게도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병력이 있지만, 그 수가

미비한 데다 지원군(대만, 홍콩, 마카오 등)마저 합세한 "중국군"의 수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군사력을 뛰어넘을 정도로 보다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는 출중한 부대와 그 부대를

이끌 명장이 필요한데 글쎄... 과연 어떻게 될지?  ’한 국가의 기업 파워는 부를 건설하기 위한

방어이자 공격 전략의 기초이다. 기업이 별개의 독립된 존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야말로

국가의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주체인 것이다.’ (P. 39)

 

저자는 미국 사회에 개선이 시급히 필요한 사항들을 여러 가지 집어낸다. 즉, 아래 열거한 사항들을

반대로 해석하면 그것들이 현재 미국 내에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거나, 부족한 점이란 뜻이다.

 

_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려 무역수지 흑자 달성
_ 정부의 대규모 적자 회복
_ 미국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높이기
_ 국내 제조업을 육성하고 고용을 늘리기
_ 공정한 사회, 공정한 경쟁
_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부에 기여할 전략적 산업 육성
_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이해와 관심
_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
_ 생산과 균형을 이루지 않는 과소비 모델을 탈피하려는 범국민적 노력
_ 첨단기술과 고급 개품 제발에 집중 
_ 기업의 비생산적인 비용 증가를 적절하게 제어
_ 효과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이루기 

 

 

미국의 자존심이자 미국의 아이콘 중 하나인 자동차산업마저 위기에 처했고, 제조업도 붕괴된 지

오래다. 제조업이 붕괴되면서 내수 시장은 침체에 빠졌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아웃소싱으로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팔았더니 결과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가 없어졌다. 단순히 실업률 증가에서

그쳤다면 그나마 덜 비극적이었을 테지만 문제는 그 값싼 노동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력을

갖춰 결국에는 해당 산업을 장악하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를 위한 제품의 진짜 비용은

그것을 살 때 내는 달러 액수가 전부는 아니다. 그 안에는 미국 내 고용 상실이라는 숨은 비용이

들어 있다.’ p. 47) 쉽게 말해, 미국은 가격경쟁력을 얻기 위해 아웃소싱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중국에 기술을 전수해준 꼴이 됐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미국 내 실업자 수가 증가했단 말이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에서는 다음 선거까지의 단기간 생존에만 관심을 쏟느라 기술이나 자동차처럼

에너지 효율성 분야 같은 장기적 조치에는 관심도 없단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미국도 참 쉽지 않겠구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중국에 대응하고 어떠한 전략을 세울지 무척 궁금해졌다. 그리고 물론

두 거인 사이에서 우리는 어떠한 비전과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 지도 알고 싶다.

  

과연 중국, 환상인가 현실인가?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고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또, 원유, 철광석, 목재, 구리 등 전 세계로부터 온갖 원자재를 대량 수입해 미국과 함께 원자재

최대 소비국이 됐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듯,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아마도 원자재 시장의 접근과

시장점유율을 위한 경쟁에서 비롯될 것이다. 

 

 아래는 이 책에서 언급된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_ 젊은 기업가들의 창업을 지원 및 장려
_ 환경 오염을 통제하고 복구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
_ 고용 불균형 해소(현재 GDP의 절반이 산업화된 해안 지역에서 생산됨).
_ 부패가 만연한 사회 의식 및 구조 개선
_ 관료주의 지양  
_ 인구의 노령화 문제 해결
_ 교육의 질 향상
_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소비자, 기업가, 관리자, 기술자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전면적 변화 
  

이 책은 내 아이, 내 손자, 내 조국의 미래를 심히 걱정하는 한 미국인 비즈니스 컨설턴트에 의해

쓰여졌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고, 수없이 조사를 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조사가 진행될수록, 미국과 중국에 대한 그림은 아주 삭막해졌다. 양국의 미래가 서로 극명하게

달라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프롤로그 중에서)’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부상 그 자체는 물론이고

그것이 향후 미국과 다른 나라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그는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떠오르는 강국, 중국. 헨델 존스가 내린 결론도 경쟁이 아니라 상생이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부상을

과연 누가 어떻게 막을까? ’중국을 더 잘 이해하며 중국과 장기적인 파트너가 되기 위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행동에 나서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저자의 바램처럼 

우리도 양국 관계에 대해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제 아무리 중국의 경제규모가

커진다 해도, 동북공정을 비롯해 부당하고 왜곡된 역사관에 대해서는 그에 적절한 대응을 해야만 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중국은 참 어려운 상대다.   

 

   

미국은 부를 창조하지는 않은 채 부를 즐길 줄만 안다. 내부 효율성은 갈수록 약해지고,
그 때문에 글로벌 무대에서 부를 경쟁하는 능력도 약해진다. 정부의 재정 적자와
높아진 수입 의존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했지만, 아직도 미국은 나선형
하락을 돌이키기 위한 단호한 조치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프롤로그 중에서)       

  

지금의 정책을 보면, 미국은 자본주의 철학에서 사회주의 철학으로 옮겨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을 건설하고 그 산업에서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제대로

된 전략이 없다. (중략) 이제 미국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새로운 접근 방법은 ’장기간에 걸친 국가 부의 성장’이라는

기준에 기초해야 한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적절한 금융 지원(세금 우대, R&D 지원, 인프라

투자)과 효과적인 무역 정책만이 결국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 (p.100)

 

프랑스, 독일 및 여러 지역에서는 생산시설 폐쇄 비용이 높다. 이런 출구 장벽 덕분에

상당수의 고비용 시설이 계속 가동되어 가격경쟁력이 없는 제품을 계속 생산했다.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노조의 지원과 광범위한 규제 때문에 유럽의 많은

가전제품 회사는 결국 망했다. 캘리포니아와 프랑스 첨단기술 제조업의 소멸에서

얻는 교훈은 분명하다. 제조와 고용, 세금, 수입, 수출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미국 정부와 노조, 기업은 함께 협력해서 잃은 돈을 건지려다 더 큰 손해를

보지 않도록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 낮은 기술에 덩치만 큰 공장 산업의

고용을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높은 고용과 대규모 수출의 조합을

제공하는 첨단기술산업의 장려는 중요하다.  (P. 107)

미국에는 최고의 제품과 최저 가격을 가진 최고 강자가 이길 것이라는 근본적인 믿음이 있다.

이것은 공개경쟁일 때는 옳은 철학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똑 같은 수준의 개방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어쨌든 지금의 경쟁 환경은 미국 기업들에게 불리하다. (P. 109)

 

중국은 엄청나게 큰 도전을 맞아 훌륭한 발전을 해 왔다. 하지만 중국 성장의 대부분은

저임금 생산에서 나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GDP 성장으로 중산층이

확대되었고, 이로 인해 광범위한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인도,

브라질, 그리고 다른 개발도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패턴이 진행될 것이다. (P. 165)

 

현재 미국이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기 때문에 중국은 적어도 앞으로 2~3년 동안은

미국 수요가 감소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다. 중국은 강한 적을 공격하는 일은 삼가고,

적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편을 택한다. 중국은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이 되는 데

주된 경쟁자로 보기 때문에, 미국이 더 약해지길 기다렸다가 더 강한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자국의 산업 체질을 튼튼히 만들고, 중국 시장 내에서

외국 기업이 중국 기업보다 우위에 설 수 없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의 목표는 중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획득하는 것이다. (P.185)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여러 가지 사업 분야에서 중국의 장기간에 걸친 경쟁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중국이 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더욱 강해지고

시장점유율이 증가할 것은 불가피한 사실인데, 만약 중국이 원자재 공급까지

통제하게 된다면 이런 흐름은 더욱 증대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P. 227)

 

세계는 경쟁적이다. 한 나라의 부는 대개 다른 나라의 비용으로 건설된다. 두 나라가

서로 비슷한 힘의 위치에 있을 때는 협동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쟁적 위협과 중국이

제공하는 시장 기회를 모두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중국에 관한 핵심 이슈는

중국이 성장할 것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 

차이나메리카, 중국, 헨델존스

며칠 전에 홈쇼핑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예정이라는 광고를 보고 관심이 가서 읽게 된 책이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즐겨 마시지만 딱히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는 편이 아니라서 사실 브랜드자체에
무감각했던 게 사실인데 이 책을 보니 ’공정무역’과 보다 나은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커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제 시장에서 심각하게 왜곡돼 있단다. 세계적으로 원유에 이어

가장 교역량이 많은 것이 바로 커피라고 한다. 커피는 현재 50여 개발도상국에서 약 2,500만 명의

농민들에 의해 재배되고 있는데 ’이들 중 절반은 소규모 가족농이어서 커피 작물의 패배를 위해 다수의

중개업자들에게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커피의

몸값은 높아지지만, 농부들이 실제로 얻는 판매수익은 소매 가격의 2~4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p. 111) 그러다 보니 커피 재배 농가의 3분의 2가량이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현실이란다. 온 가족이

뼈빠지게 일해도 사회적으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고(혹은 못하는 현실이고) 가정에서는 부모가 쉬지 않고

일해도 자녀는 최소한의 학업조차 계속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한다. 

 

  

... (중략) 커피 재배 농가의 3분의 2가량이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빈곤은 남반구 지역에 만연한 저개발과 교육과 의료, 사회 복지 등의 기본 인프라 부족이라는 문제점과

맞물리면서 농부들은 물론 지역 사회를 서서히 파탄으로 몰아넣는다. 자녀들은 학업을 포기해야 하고,

부모들은 쉬지 않고 일해도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한다. 비참과 절망이 그들의 삶을 잠식해 간다.

반면 농부들에게 사들인 커피 원두를 가공·판매하는 다국적 자본은 승승장구한다. 오늘날 다국적 기업

4곳이 구매하는 커피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40퍼센트에 달한다. 이 같은 시장 독점은

1989년 국제커피협정이 미국의 탈퇴로 붕괴되면서 본격적으로 굳어졌다. (중략)  (pp. 111~112)

 

내 돈으로 내가 소비한다는 데 뭐가 문제냐며 소비패턴을 바꾸려 하지 않는 소비자와 이익을 독점하는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들 제3세계 농민들처럼 노동을 착취당하고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이들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소비 패턴에

대해서 거의 처음으로 생각해본 것 같다. 보다 나은 품질의 물건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만이

최선의 소비방식이라고 믿어왔지만 그 과정에 이른바 ’착한 마음씨’의 개입 없이 오로지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만을 고려한다면, 동물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환경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니! 

이제는 습관처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그 진한 커피의 향 속에 저 멀고 먼 어느 땅에서 노동을

착취당한 채 빈곤에 허덕이는 이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커피는 진정 ’악마의

유혹’이란 말인가?    

고민하는 소비는 소비에서 가격과 중량 등 제품 자체가 갖는 절대적 수치 정보만을 따지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상품의 브랜드와 생산 기업을 보고, 이들이 어떻게 제품을 만들어서 팔고

있는지를 따져가며 제품에 숨겨진 뒷모습을 고민하는 것이다. 제품을 만들면서 나온 쓰레기를 무단으로

폐기하거나 방류하지는 않는지,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지는 않는지, 무차별적인

동물 실험으로 불필요한 생명을 희생시키지는 않는지 등등 말이다. (pp. 23~24)

 

 * 윤리적 소비란 무엇인가?

보통 합리적 소비라 일컫는 소비 패턴을 뒤집는 새로운 소비패턴을 모두 통틀어 ’에티컬

컨슈머리즘(Ethical Consumerism)’, 이른바 ’윤리적 소비’라 부르는데,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윤리적 소비는 생산에서 유통, 소비와 사용, 이후의 처리와

재생에 이르기까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이에 대해 배려의 마음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p. 24) 

 

그런데 윤리적 소비, 혹은 좀 더 구체적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한다고 하면, 윤리적 소비라는 것이

가격이나 제품의 질적인 측면에서 소비자가 양보 혹은 희생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윤리적 소비라는 것이 단지 노동의 대가를 돌려받지 못한 생산자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있다고 하니 다른 제품과 비교해 소비자에게 어떠한

이득이 있으며, 다른 제품이 아닌 오직 그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알리고 부각시킨다면 좀 더 많은 이들이 윤리적 소비에 동참하지 않을까? ’윤리적 소비라고 해서

다른 사람과 환경, 동물을 배려한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도 착하고 나에게도 착한 소비다." (p. 27) 물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익을 독과점하고 있는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다. 소비자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도 생산자에게 

정당한 이익을 돌려주지 않은 채 이익을 독점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함께 공생하려는 의지를 갖고자 하는

윤리의식을 가지려 노력해야만 옳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바로 기업의 노력에 대해 

할당된 부분이 적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도 있는데

그들의 논리 역시도 타당한 걸로 미루어 보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으니 말이다. 

 

비단, 커피뿐만이 아니다. 환경과 동물을 직간접적으로 파괴시키는 과정을 통해 얻어낸 상품을 구입하는

행위도 윤리적 소비가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개발이 더뎌 대다수 국민들이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국가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아동착취로 생산해낸 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비윤리적인 소비임은 말할 것도

없다. 

소비자 운동과 윤리적 소비의 결합 그리고 발전은 윤리적 소비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임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는 시민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위치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시민사회 의식의 성장은 소비가

더 이상 개인의 행복을 지키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안녕을 지키는 도구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리나 허츠는 이렇게 말했다. "쇼핑에 도덕성이 개입되고 있다. 쇼핑몰은 중산층의

새로운 ’성당’이다. 쇼핑객들의 새로운 종교는 윤리로 무장한 소비자 보호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리적 소비자로,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진보적 개혁 운동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pp. 46~47)

  * 막스 하벌라르 (Max Havelarr)

1986년 네덜란드 출신의 프란스 판 데어 호프 (Frans van der Hoff) 신부가 멕시코 농부들을 위해 만든

공정무역 커피 브랜드다. 호프 신부는 정당한 대가를 가로채는 코요테(*중간상인을 일컬음)들을 배제하고 

지역 농부들 스스로 생산자협동조합을 결성토록 했다. 그리하여 농부들은 직접 가격을 결정하고 커피를 가공했다.

물론 이는 예전 다른 시민단체들이 커피 농부들을 도와주었을 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막스 하벌라르는 한 가지 점에서 확실히 달랐다. "우리의 공정 무역 커피는 "슈퍼마켓’에서 판매되어야 합니다."

이는 의식 있는 일부 사회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우리 모두’를 겨냥하여 우리의 소비 양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일대 발상의 전환이었다. (pp. 33~34)

 

* 함께 읽어 볼 책
     

 

 

 
웰빙이 개인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면, 로하스 (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공동체 전체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소비 생활을 전개하고자 한다. 요컨대 나 자신의 ’웰빙’을 넘어 우리 사회와 지구 전체의 ’웰빙’을

추구하는 것이다. (p. 37)

 

"공정무역은 누가, 어떻게, 우리가 소비하는 물품을 만들었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p. 117)

 

물론 소비재에 치중되어 있는 공정무역 제품의 유통만으로 왜곡된 자유 무역 체제와 시장 경제를

바로잡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지구촌의 4분의 1씩이나 차지하는 절대빈곤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인 계획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비영리단체인 뉴욕공정무역연합의 활동가 스콧 코디는

 "공정무역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윤리적 소비는 반드시 정책적 변화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불합리한 규정을 규제하거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는 것 같은 실제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P. 134)

윤리적소비, 메디치, 공정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