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무'라는 독자적인 라이프 스타일 하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쾌적함,

바꿔 말하면, '회사 근무'라는 일종의 삶의 양식미를 잃어버린 쓸쓸함을 채워줄 '회사 놀이'를 시작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들이 총망라돼 있는 소설책이라 충분히 의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젊은 세대들이 이만큼 풍요를 즐길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를 성장시킨 장본인이라는 자긍심 하나만으로 버텨온 구세대가 사회와 가정에서 어느덧 저 뒷켠으로 밀려나면서 나름의 눈물 어린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그것이 바로 '회사놀이'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스고우치와 그의 아들 신페이의 대화에서 보여지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대립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회사가 곧 인생'이라며 목숨 바쳐 일하던 기성세대가 현장에서 물러나면서 맛보게 된 그 상실감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동시에 "아무것도 믿을게 없는 앞이 깜깜한 시대에 내던져진 채" 분투하는 청년세대에게 부과된 고단한 삶의 무게 역시도 충분히 내 것처럼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우리는 버블이 붕괴되자마자 사회에 나온 거잖아. 그 후로 경기는 하강선만 그리지, 연공서열은 무너지지, 월급마저 동결됐다고. 게다가 마흔이 지나면 정리 해고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하고 정년을 맞이할 즈음에는 틀림없이 연금도 고갈될 거야. 우린 기업이고 정치고 행정이고 뭐고 아무것도 믿을 게 없는 앞이 깜깜한 시대에 내던져진 채 분투하고 있다고. 그런데 팔자 좋게 회사놀이나 즐기려 하다니 정신이 있는 거냐. 그런 멍청한 놀이에 넋을 잃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야." (p. 50)

이 작품은 흡사 작가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현 사회와 그 안의 구성원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를 알리기 위한 홍보 또는 교육용 목적으로 쓴 건 아닐까 궁금할 정도로, 우리 앞에 닥친 현실과 세태에 대한 묘사와 풍자가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텔레비전만 당장 켜봐도 노후대비를 위해 연금과 보험에 가입하라지만, 국민연금은 몇 년도쯤에 고갈되고 말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 마당에 정부에서 어찌 그 많은 노년층을 다 부양할 수 있을지 걱정과 의심이 들지 않겠나?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단은 아들 신페이가 아버지에게 '불만 같은 넋두리'인지 '넋두리 같은 불만'인지를 주절주절 늘어놓을 때 상당 부분 동의하면서도, 어차피 나 또한 언젠가는 저 뒤로 물러날 때가 올 것이기에 아버지 스고우치의 말에도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이 책은 처음 시작부터 마음이 아프다. 때는 평일 오후, 장소는 시립도서관. 한때는 죽어라 회사 일만 한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그분들이 오늘날 그곳에 "퇴직자"란 이름으로 모여 있다. 요새 젊은이들이야 저마다 각양각색의 취미와 특기라도 갖고 있지만, 가족과 나라를 먹여 살리려고 죽어라고 일만 한 탓에 그 어떤 취미도 특기도 없이 "심심한" 삶을 살아온 기성세대들이 평일 대낮에 도서관에 모인 모습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날이면 날마다 이렇게 도서관에 다니다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지겨워지네요. 딱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행도 지겹고 골프도 지겨워졌지요. 술도 약해졌고 거시기도 약해졌고요. 취미도 없고 특기도 없어요. 날이면 날마다 독서와 산책, 일기 쓰기. 정말이지 지루해서 못살겠어요. 이런 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유유자적한 제2의 인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 정말이지 참을 수 없어지는군요. (p. 7)

또,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무래도 여자보다는 남자에 대해 더 연민을 갖게 되는데, 도서관에 모인 그들이 처음 의기투합하는 장면에서 "여자들은 즐거워 보여요. 우리 남자들과는 달리 노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요. 도예니 맛집 탐방이니 시 모임이니 원예니 자원봉사니 해외여행이니, 암튼 신나게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것 같지 않습니까?(pp. 7~8)"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아내들은 해외로 몇 주씩 여행을 떠난 반면에 남편들은 한때는 분명 지겨운 순간도 "결코" 적지 않았을 회사를 이제는 마치 그리운 님이라도 되는 듯이 곱씹고 또 곱씹는 걸 보면 많이 안쓰럽다. 게다가 어떤 대목에서는 아예 안쓰럽다 못해 몹시 측은하게 느껴져서 술이라도 한 잔 사드리고 싶어진다. 

 

"꿈을 꿉니다. 큰 계약을 성사시켜서 과장님이 잘했다며 제 어깨를 끌어안았을 때의 일을요."

"아, 저도 비슷한 꿈을 꿉니다."

"그렇죠? 그래서 당시 기분이 떠오르는 겁니다. 정말이지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제가 그쪽 취향인 건 아니지만, 난 우리 과장님이 좋아! 그런 생각을 정말로 했었구나, 하고요."

"네,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죠? 이해하시죠 그런데 마누라라는 사람은 얼마 전에 무심코 이 이야기를 했더니 게이 바에서 일했던 게 아니냐면서 요즘은 말 상대도 해주지 않는 겁니다. 정말이지 분하고 분해서." (p. 44)

그런데 나와 내 동년배들이 5~60대가 되면,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우리도 도서관이나 공원, 아니면 문화센터 같은 곳을 전전할까? 분명 취미와 특기는 예전보다 다양해졌지만 그것들을 다시 즐기고 재현해낼 수 있을 만큼의 돈이 미래의 우리들에게 주어질까? '아, 이건 정말 남 얘기가 아니다' 하는 생각에 몸 둘 바를 모르겠는 소설책을 만난 거다.

 

이 책은 단지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뿐 아니라, 회사와 개인의 관계와 그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데, 요새 같아서야 하도 퇴직도 빨라지고(사실 퇴직 걱정은 둘째 치고 입사 자체도 어려운 이러한 시점에), 더 이상 예전처럼 "평생 직장"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을 테지만, 그래도 "회사놀이"에 푹 빠지신 어르신 분들을 보면 거의 평생을 몸 바쳐 일한 회사에서 뒤로 밀려날 때 그때의 심정과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야말로 인생이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다. 그렇게 회사와 일심동체가 되어 살아왔죠. 그런 인간에게서 아직 한창때라고 해도 좋을 60대에 회사를 빼앗아버리면 어쩌라는 말입니까. 이 나라 지도자들은 생각이란 걸 하고는 있는지, 뭐랄까 울화까지 치밉니다. (p.9)" 

 

참, 끝까지 함께 지켜내지도 못했고, 분명 초반에는 장난처럼 만들긴 했지만 스고우치와 기리미네가 함께 만든 회사의 3가지 이념은 참 맘에 든다. 이름하여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가 그것이다. 이런 회사라면 나 또한 내 용돈을 지불해가면서 함께 "놀이"에 끼고 싶어질 것 같은데?

 

  

 

 

 

 

극락컴퍼니, 하라고이치, 북로드, 이투리뷰어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Pizza Globale

 

 

지구를 위협하는 맛있고 빠르고 값싼 음식의 치명적 유혹

 

	농업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하는 동안에 나는 산업화한 식품 생산공정이 가져오는 수많은 문제를 접할 수 있었다. 우유 생산 농가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유럽연합의 낙농 보조금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농가는 황폐화되고 있으며, 유전자 변형 기술이 허용됨으로써 농가 운영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바이오농가들도 있었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작업 여건에 노출된 노동자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머리말 중에서)

어느 날 저녁 살라미 피자를 먹다가 문득 "냉동피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그 재료들은 어떻게 생산될까?"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는 오스트리아의 경제 전문 기자 파울 트룸머(Paul Trummer)의 책이다. 기자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잘 공개하지 않는 치즈 공장을 비롯해 육류 가공업체 등 여러 생산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특혜를 가졌던 저자가 토마토 소스, 육류, 치즈, 양념, 또 반죽에서부터 운송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목격하고 발견한 여러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

 

자그마한 동네에도 "동네 피자 가게"가 몇 개씩이나 되는 요새 같아서는 더 이상 물 건너온 귀한 음식으로 대접 받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남녀노소 즐겨 먹는 음식이 됐는데, 그렇게 늘 부담 없이 먹던 피자 한 판에 얹어진 토핑은 물론이고 소스마저도 그토록 많은 농민과 기업들의 이해득실이 얽혀 있다는 생각에 책 표지에 보이는 피자를 더는 예사로운 눈길로 바라볼 수가 없다. 참, 이 책은 단지 피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말 그대로 "오늘날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맛있고 빠르고 값싼 음식들"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작년이었나? 이마트에서 피자를 팔기 시작하면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게?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규모와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름만 달리 표현한 온갖 할인행사를 시도 때도 없이 열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먹고 살기가 어렵다 보니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조금 더 저가의 상품을 찾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그것이 얼마나 안전하고 믿을 만한 것인지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을 뿐더러, 할인 유통업체들에 모든 걸 빼앗겨 버린 농가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는 이미 보여도 보이지 않고 들려도 들리지 않을 뿐이다. 아무래도 저자의 말대로 ’당신이나 나와 같은 사람, 즉 우리 일반인들은 자유무역으로 인해 큰 이득을 보고 있다.(p. 245)’는 게 정답인지도 모른다. 식품기업들은 전세계를 뒤져 보다 저렴한 원재료 공급처들을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이렇게 비용을 절감한 식품기업들은 물론이고, 시장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나 버린 종자기업과 화학기업들도 덩달아 큰 이득을 챙기고 있다. 자유무역으로 인해 선진국의 특정 기업들이 부를 늘리며 "승자"가 된 가운데, 나라 살림이 어려운 저 먼 대륙의 소농들은 "패자"가 되어버렸다. 당장 물도 충분하지 않고, 좋은 기계도 없는 데다, 국가로부터 종자나 사료 구입비를 지원받지도 못하니 많은 이들은 가난의 사슬에서 빠져 나올래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세네갈에서조차 유럽에서 수입해온 식품의 가격이 자국의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것보다 훨씬 싸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어디 있을까? ("유럽산 고기는 세네갈산보다 저렴합니다. 국내산 쇠고기 1킬로그램의 가격이 2,200 아프리카프랑 즉, 3.20 유로라면, 수입산 쇠고기의 가격은 1,500 아프리카프랑밖에 하지 않는다.’ p. 246) 

 

놀랍게도 너무나 많은 문제가 날씨나 토양 때문이 아닌, 정부 정책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었다. (p. 6)

선진국의 소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해버리는 탓에 농민들은 위기에 몰리고, 지형적으로 덜 축복받은 나라에서는 늘어나는 인구와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 예속돼 어쩔 줄 모르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업계들은 어느새 농업 분야까지 침투해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가파른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자국 시장의 문을 열 수 밖에 없는 빈곤국들에서는 농업 부문의 투자 부족으로 인해 자국의 농산물을 내수시장에 공급할 수 없어 해외(선진국)에서 수입한 결과 국가 시장이 황폐해졌다. 게다가 2050년이면 지구상의 인구는 90억 명으로 증가한다는데, 지금도 물이 부족하고 토양은 척박하다고 아우성인데 앞으로 그 많은 인구가 어떻게 다 먹고 살까? 물 공급이 관건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중앙 아프리카 같은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되는 반면, 시베리아나 캐나다가 주요 경작국이 될 수도 있단다. 물 부족의 대안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지, 신자유주의와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빈곤국들은 어떻게 버텨 나갈 수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오늘날 식품 생산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바로 다국적 기업이다. 원료를 가공하는 일 역시 점점 더 국제적이 되어가고, 이 과정에서 저렴한 가격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음식 생산이 이렇게 세계화되어가면서, 인도나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의 식습관 서구화가 업계에 거대한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pp. 21~22)’   곡물 거래사업은 점점 더 소수의 업체로 집중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자회사나 참여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몇 안 되는 대기업이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국제 시장에서 거래된 곡물의 양은 모두 약 2억 6천만 톤에 이르렀는데, 이는 전 세계 수확량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p. 66)   농업 인풋 분야의 집중화 속도가 경쟁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유엔 무역개발협의회는 요약하고 있다. (중략) "농업 혁신기술의 특허화 및 사영화와 함께 진행된 집중화한 시장 구조는 농민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파괴시켰다. 일찍이 ’종자 소유자’였던 농민들은 이제 특허 제품의 ’라이선스 이용자’가 되었다"고 유엔 무역개발협의회는 말한다. (p. 68)

 

 

 

피자는어떻게세계를정복했는가

Simple! Smart! Slim! 더 쉽고 강력한 S라인 기획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무조건 양으로만 승부하려는 부류가 있다.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 오래 일하는 것만을 최고로 알고, 엿가락 늘어지듯 주절주절대는 것만을 최선으로 알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고 바라는 대로 효율적이지 않듯이 결코 최선도 최고도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쓸데없이 많은 양의 기획서를 작성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 이를 다른 부문의 경쟁력으로 환원시키자는 뜻에서 완성시켰단다.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의 말대로 기획서 작성을 시종일관 다이어트에 빗대어 쉽게 설명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표지에 적힌 대로, 조금 더 단순해지고(Simple), 단정해진데다(Smart), 얇아진(Slim) 기획서 작성에 있다. 

 

늘 기획서를 작성하는 입장에서 이 책은 그래서 반갑다. 저자는 말한다. 최고의 기획서는 ’핵심을 짚어내는 기획서’라고. 나 개인적으로도 성격이 급하고,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핵심 위주로 짤막하게 요약이라도 한 것처럼 간결하게 작성한 문서를 선호한다. 그래서 무엇을 보거나 읽거나 듣든 간에 키워드를 뽑아내려 하고, 그것을 머릿속으로 요약해 보는 편이다. 단지 기획서 작성자뿐만 아니라, 그 기획서를 검토할 이들을 위해서도 그 문서가 얼마나 핵심을 꿰뚫어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기획서는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며, 읽기 쉽고 알기 쉽게 쓰인 기획서다. 또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된 것이어야 한다. 나 역시도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들어온 말 중 하나가 그것이다. 실사용자를 고려하라는 말이다. 사실 나와 입장이 전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때 요구되는 것이 올바른 분석이다. ’각종 분석도구를 활용하여 정보 분석, 현상 분석, 원인 분석 등을 한다. 분석을 잘못하면 백업이 잘못되는 것이므로 당당하게 상대방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p. 38)’ 실제로 분석을 잘못해서 기획 자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도 많이 봤다. 분석은 올바른 기획의 바탕이 되므로 무엇을 통해 어떠한 경로로 행했는가가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제 아무리 잘 쓰여진 기획서라고 해도 실제로 적용하거나 응용하기가 어렵다면 그것은 ’좋은 기획서’라는 타이틀을 빼앗기고 만다. ’설득을 마친 기획서는 거기서 생명을 다하지 않고 ’적용 및 응용’이라는 과정을 통해 기획서를 피드백하고 가치를 평가받는다. (중략) 따라서 마지막 평가와 활용 과정까지 도달한 기획서가 정말 가치 있는 기획서다. (p. 39)’ 내 경우에도 초기에는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제법 괜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제작비를 포함해 비용적인 측면에서 기획의도를 다 살리지 못한 경우가 있다. 기획자로서는 분명 섭섭하지만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실제로 구현해내기 힘든 기획이라면 그 기획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책은 기획서의 방향을 설정하고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사후 조치에 이르기까지 기획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다루고 있어 기획서를 자주 쓰는 입장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어렵게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나서도 다시 요요 현상에 빠지고 마는 것에 착안해, 계속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도록 늘 긴장감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훌륭한 기획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고 충고하는 부분을 새겨 들어야겠다. ’기획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모든 상황에서 우수한 기획을 해내는 것은 아니니까(p. 307)’ 말이다. 

 

실제로 기획이란 늘 부담스러운 일이다. 지난번보다 더 나은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떨치기 어려우니 말이다. 기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 페이지로 핵심을 압축시켜놓은 훌륭한 기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매사에 관찰하고 집중하고, 메모하고, 현실감각을 갖고 자기계발과 연결해서 "하고 또 하는" 수밖에 없다.

 

 

프로 기획자가 되기 위한 4가지 노력

첫째, 합리적인 기획 마인드를 가져라.

기획서 작성의 최대의 적은 바로 ’대충대충 식의 사고방식’이다. 

둘째, 수시로 우수 기획자료를 벤치마킹해라. 

기획은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지만, 자신의 고집대로 자신의 기준과 틀 안에서만 기획서를 작성하다 보면 오히려 폭넓은 기획 역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셋째, 겸손과 노력을 생활화해라. 

기획을 잘한다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프로 기획자가 되려면 기획을 조금 잘한다고 우쭐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넷째, 실무자의 경험을 중시해라.

흔히 실무자 때 기획 업무를 경험하며 고생한 사람이 관리자나 의사결정자가 되면 그때의 고충을 망각하고 무리한 지침을 내리거나 요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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