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당신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기획자에게 있어 호기심은 삶의 호흡과도 같다. 당신이 호흡을 멈추면 얼마를 버틸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당신이 호기심을 멈춘다면 기획자로서의 생명은 얼마나 가겠는가. (p. 102)

실행에 옮기자니 무리가 따를 것이 분명해 보이는 기획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온통 마음이 답답하던 차에 이 책을 펼쳐 들었는데, 읽으면서도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는 어떤 기획자인가?’하는 질문에 과연 내 자신이 나에게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며, 남들은 나에게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기획천재가 된 홍대리』의 저자로 잘 알려진 하우석 교수의 2003년작 『100억짜리 기획력』의 개정증보판으로 ’기획’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100억짜리 기획력’을 갖추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 자세를 알리는 책이다. 

       기획자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바로 창조적 사고력, 논리적 사고력, 관계적 사고력이다. 이 3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 사고력으로 이것을 기반으로 한 나머지 두 가지를 통해서만 보다 현실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조적인 사고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상만사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획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좌우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그래서다. 세상 모든 것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말이 그렇지, 고고학, 심리학, 첨단과학에서부터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다는 게 단지 신문을 챙겨 읽고 TV 뉴스를 시청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평소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뒤로 미뤄두는 희생도 필요하고 더러는 그것을 아예 포기하면서까지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기획과 나쁜 기획의 차이는 무엇일까? 핵심 과제(문제)를 잡아냈는가 하는 것과 그에 관한 가장 적합한 해결방안을 찾아냈는가 하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해 보이던 기획이 실제로 적용하려 보니 쉽지도 않고, 점점 그것이 ’좋은’ 기획인가 의심이 든다면 그것은 ’나쁜’ 기획이다. 나쁜 기획을 좋은 기획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냥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남보다 더 부지런히 보다 많은 것들을 접하고 배우는 것 외에 또 무슨 수가 있을까? 이것이 바로『기획천재가 된 홍대리』에서도 언급됐던 ’러닝 어빌리티 Learning Ability’다. 단지 일회성 학습이 아니라 언제나 늘 진행형인 학습 능력을 갖춰야만 하는 것이 바로 기획자이며, 그것이 바로 "좋은"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이 책은 기획이 무엇이며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고 어떠한 자세가 필요한지를  알리는 책으로 기획 업무에 친숙하지 않은 이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획이란 두 글자에 대한 동경과 환상만으로 기획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당장 다른 일을 찾아보라며 날카로운 충고도 잊지 않는다.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비법다운 비법이란 건 없다. 기획의 재료는 주위에 널려 있으니 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폭넓은 독서를 하고, 메모를 열심히 하고, 모든 사람에게 무엇이든 배우라는 것은 사실 특별한 묘안도 아니다. 좋은 기획자가 된다는 것은 부단한 끈기와 노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든 힘든 싸움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 위한 자세가 되어 있는 자, 말 그대로 ’기획에 인생을 걸고자 하는’ 예비 기획자들과 초보 기획자들이 제대로 마음을 다지는 데 도움을 줄 책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경제가 언제 바닥을 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침체된 경제를 다시 어떻게 성장가도로 끌어올리느냐이다.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성장시켜왔던 소비, 수출, 정부 재정의 3대 요소가 금융위기를 통해 모두 저마다의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내면서 장기간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랑셴핑 교수의 책이다. 그의 인기도 중국에 대한 관심도 참으로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무시하던 ’세계의 공장’에서 어느덧 ’세계의 기업’으로, 그리고 이제 더 나아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을 꿈꾸고 있으니 어찌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흥미롭지 않을까?

이 책은 크게 5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두 파트는 미국과의 패권 다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나머지 세 파트는 실물경제 이슈 등을 다각도로 접근하면서 앞으로 중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미국인들의 소비가 위축되자 그들에게 저가의 물건을 팔아온 중국은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일제히 요동쳤다.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그곳으로 투자되었어야 할 자금들이 엉뚱한 곳으로 몰려든 결과다. 랑셴핑 교수는 이 상황에서 자칫 중국이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상품 설계, 원료 구매, 창고 관리, 운수, 주문 처리, 도매, 최종 소매’에 이르는 6대 유통단계를 이미 미국이 장악해 버린 가운데, ’세계 제일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중국은 사실 대단히 굴욕적으로 보인다. 국제분업 체제 하에서 서구의 금융재벌들이 그냥 그럴 듯하게 붙여준 이름이 아니던가! 에드워드 스타인펠드의 저서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는가(Playing Our Game)>>에서 보여지듯, 중국의 성장은 서구의 방식을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말하자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게임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미국을 포함해 서구권 국가들이 다 짜놓은 게임 판에 합류’한 결과다. 제품의 가격 결정권을 거머쥔 미국의 주도 아래, 중국의 공장들은 가장 만만한 집단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고 또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이윤을 남기고 있는데 아이폰을 제조하는 팍스콘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사건이 이 문제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중국의 GDP 비중에서 35%를 차지하는 중국의 과잉생산, 이것을 일단 듣기 좋은 말로 ’수출’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한 나라의 GDP 중 무려 35%가 다른 나라의 거품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런데 그 거품이 하루아침에 다 사라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것은 상당히 두려워할 만한 일이다. 중국이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강조해오던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3대 요소인 소비, 수출, 정부 투자 중 하나가 실은 다른 나라의 거품 소비에 의해 유지되어 왔던 것이다. (P. 67)

랑셴핑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지금까지처럼 납품가 1달러짜리 바비 인형을 만드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마텔이 그렇고, 애플이 그렇고, ZARA가 또 H&M이 그런 것처럼 상품 디자인, 원료 구매, 창고 운수, 주문 처리, 도매 경영, 최종 소매에 이르는 6대 유통단계를 모두 관리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서 마텔처럼 40%에 달하는 총 이익률을 얻자는 말이다. 그런데 그도 말하듯, 이미 다국적 기업들이 대다수를 장악해버렸으니 그것도 결코 녹록지 않다. 맥도날드가 그러하고 스타벅스가 그러하듯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경험과 문화를 전해주는 제품, 말하자면 단순한 가격경쟁을 넘어 가치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데, 과연 그러기 위해서 중국은 얼만큼의 시간을 필요로 할까?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또 어떠한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까? 랑셴핑 교수가 제시한 처방대로, 과연 중국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그렇다면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일들이 생길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다.    

이 책에서 유난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패션 브랜드 ZARA와 H&M이 언급된 부분이다. 창의성을 포기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부분 말이다. ’창의성을 동원해 창의성을 포기한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팍" 와 닿는다. 그들은 저가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고, 제품의 혁신도 중시하지 않으며, 단 한 명의 유명 디자이너도 두지 않고 있는데도 금융위기 속에서 매출이 오히려 전년도 대비 10% 넘게 성장했다. 역시 그들의 성공비결도 산업사슬 전체를 성공적으로 장악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창의성을 버리는 대신 시장의 변화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 그들 디자이너들의 수고와 노력도 빼놓을 수 없고 말이다. 중국 기업가들만이 ZARA와 H&M에게서 이 같은 새로운 발상을 배울 것이 아니다. 우리 역시 그리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창의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그들의 생각에는 얼마나 많은 창의력이 동원된 것인가? (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