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agement Century : 시대를 통섭하고 정의하는 위대한 경영 패러다임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쭉 존재해왔지만 분석과 검토의 대상이 된 지는 약 100년에 불과한 이것.

다양한 얼굴을 가진 탓에 한 가지 단어로는 표현할래야 표현할 수 없는 이것.

20세기를 정의하는 이것. 

 

이것은 경영이다.

 

이 책은 앙리 페욜에서 피터 드러커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 간의 경영학의 흐름을 시대별로 알기 쉽게 정리해두었다. 총 11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챕터는 10년 단위로 구성된다. 2001년 출간됐던 <<경영의 세기>>의 개정판이기도 한 이 책은 구성이 하도 깔끔해서 학습서 같은 느낌마저 든다. 시대별로 반듯하게 나눈데다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연대표는 그 당시에 사회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데 미국적인 관점에서 쓰인 탓에 8~90퍼센트가 미국에 국한돼 있다는 게 한계라면 한계지만, 실제로 지난 세기에 경영학이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절대적인 경영원리는 없다."

어느 특정한 시대에는 최선이자 최고로 평가받았을 경영학 이론이라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 빛이 퇴색되는 경우가 많다. 경영학이란 궁극적으로 해답이 있을 수 없는 학문이고 또 단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혁신"을 통해 큰 재미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지만 그 화려한 성공 뒤에는 여러 문제점이 가려져 있었고 결국 그들의 성공이 과거의 '전설'로 남은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여러 학자들과 그들 각자가 나름대로 펼쳐 보이는 이론들은 모두 다 훌륭하지만 모두 다 저마다의 문제점(혹은 취약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저자에 의하면, 이 책의 목적은 지난 100년 간의 멋지고 다양한 가닥들을 한데 모아 20세기 경영 이념의 형성과 실천에 대한 간결하고도 통찰력 넘치는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라는데 적당한 분량에 적당한 수준으로 또 너무 과하지도 또 부족하지도 않게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게다가 현란하다기보다는 그 자리에 "딱 들어맞는" 형용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저자의 책은 처음 접해보지만 딱딱한 경제경영서를 이토록 말랑말랑하게 풀어내는 여유는 그가 사용하는 단어의 폭이 넓어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나도 써먹고 싶은 표현들도 더러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제경영서를 읽을 때, 경제나 경영학 자체의 측면보다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자체와 그들의 삶의 단면이나 인생사에서 더 큰 재미를 느낀다. 이 책에서도 물론 여러 명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 중에서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에게 가장 큰 관심이 간다. 테일러는 아주 근사한 두 단어로 묘사되는데 "실용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문제 해결사"가 바로 그것이다. 테일러는 노동 연구를 주요 학문으로 격상시킨 장본인이었지만 윤리보다 효율성을 우선시하며 이른바 '과학적 관리'라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는데 그것은 개인의 가치와 존경 그리고 신뢰의 결핍을 토대로 이루어졌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특유의 감각으로 스톱워치를 만들어낸 사람. 더 이상 시간이 태양이나 교회 시계에만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공장 내 사이렌에 표시되게 한 사람. 바꿔 말하면, 바로 그가 경영자, 즉 고용주에 의해 피고용주의 시간이 측정되고 표시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보면 지난 세기 보여준 일본의 비약적인 성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시간이 흘러 일본의 자리는 중국이 넘겨 받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10년 20년은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

 

 

경영의진화

왜 그랬을까? 대답은 탐욕이었다. 탐욕이 이성을 앗아간 것이었다. 신용부도스와프 보험료 수입으로 그들은 자기들만의 보너스 잔치를 벌였고, 그 보너스의 달콤함에 길들여져서 이제는 국민의 혈세까지 손을 대는 도둑 신세로 전락했다. (PP. 211~212)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에 얽힌 이야기를 가장 가깝게 위치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빌어 보다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7백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압박은 있지만 다행히도 신문보다는 덜 딱딱하고 웬만한 소설책 저리 가라고 해도 될 만큼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그들 각각의 일화(그들 하나하나가 일으킨 사건사고)가 하도 황당해서 입이 떡 벌어진다.

또, 르포르타주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서 지난 몇 년간 눈과 귀를 스쳐간 기사와 뉴스 화면들이 자연스레 새록새록 떠올려지는 재미도 맛 볼 수 있다. 가령, 2008년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AIG가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에 격분한 한 상원의원이 보너스를 내놓던가 아니면 자살하라고까지 다그쳤던 기사나, 회사를 말아먹고도 상당한 수준의 퇴직금과 연금 등을 챙긴 대표들을 '먹튀 CEO'라 부르며 대대적으로 손가락질을 했던 사건이 기억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150년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인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에 관해 집중조명한 4부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그의 사기 행각은 웬만한 헐리웃 영화가 부럽지 않고, 그에게 속아넘어간 이들의 정신상태는 얼마 전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 <Hangover>의 정상궤도를 벗어난 주정뱅이 세 주인공의 그것과 별 다를 바 없다. 말하자면, 그가 특출난 희대의 사기꾼으로 보인다기보다는 그에게 당한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게 "극적으로" 어리석어보인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제 발로 메이도프를 찾아갔다고 전해지는 그 무수한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석에 끌리는 쇠붙이처럼" 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했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해 보니 올 봄에 이미 HBO가 로버트 드 니로에게 메이도프 역할을 맡아달라고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이후 이렇다 할 만한 소식은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나에게도 이렇게 마냥 신기하기만 한데, 영화계에서 이런 좋은 소재를 가만히 놔둘리가 없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식 자본주의의 실패라 말한다. 일부 국가는 저자의 말대로 이 꼴이 된 미국을 두고 '잘난 척하더니 잘 됐다'고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못하다. 미국의 문제가 어디 미국'만'의 문제였던가? 미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몇 년 만에 세계 2억 이상의 인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아무쪼록 미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미국식 자본주의를 따르고 미국을 역할 모델로 떠받들던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그로 인해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미국의 입장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기축통화 역할을 맡아온 달러의 가치에 의문을 표하며 새로운 통화시스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러 국가들을 비롯, 행여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미국의 최대 채권국 중국에게서도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금융 시스템의 문제는 부실대출의 결과만은 아니다. 은행들은 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와프 등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용해서 서로를 상대로 큰 도박판을 벌였다. 이 도박판에서는 베어스턴스가 파산하거나 달러 환율이 치솟는 특정한 사건이 벌어진다면 A은행이 B은행에 지불하는 식이었다. 이런 금융상품이 탄생한 이유는 위험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애초 목적과 달리 도박 용도로도 악용될 소지가 아주 컸다.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달러 가치 하락에 큰돈을 걸 수 있고, 실제로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면 큰돈을 버는 식이다. 문제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이 도박판이 너무나 거대해서 아무도 상대 도박꾼들의 재정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신의 재정상태도 장담할 수 없는 요지경 속이었다. 그런 마당이니 신용시장이 경색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지 않았을까. (PP. 274~275)

 

여러 명의 저자들이 함께 한 만큼 한 가지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서문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역사를 다각도로 생생하게 조명해내는 것이 이들 저자들의 목적이란다. 그리고 그들은 완벽히 목적을 달성해냈다. 단지 금융위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 미국 사회가 겪고 있거나 또한 앞으로 겪게 될 여러 문제점들을 보여주는 일종의 거울이 되어주었다.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자신의 저서 <<광기, 패닉, 붕괴>>에서 금융대란의 오랜 역사를 뒤돌아 보면 3가지 특징이 있다 말했다. 첫째, 좋은 시절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 둘째,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를 침몰시키고 좌초시킬 만한 사기, 그리고 셋째는 항상 야속하게도 뒤늦게 찾아오는 회한이다. 우리는 이 책으로 그 3가지를 미국이 얼마나 충실히 재현해내는가 지켜보게 된 셈이다.  

 

“리먼브라더스에서 연간 500만 달러를 버는 사람이 있다고 치죠. 그 사람은 500만 달러 중 절반을 회사 주식으로 받습니다. 게다가 30%할인을 받은 터라 실제로는 325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받는 셈입니다. 그리고 주가가 계속 오릅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나면 주식은 얼마나 모일까요? 자그마치 2500만~3000만 달러가 됩니다. 그런 다음 그 사람이 3000만 달러 주식을 담보로 500만 달러를 빌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고 합시다. 그렇게 무리한 대출처럼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는 것처럼 30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고 이제 그 사람은 500만 달러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PP. 94~95)

 

우리는 계산기가 아니라 근시안적으로 생각하고 기분변화에 따라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인간이다. 여러 자산가격이 한꺼번에 급등할 때, 마치 모든 투자자들이 일종의 집단 황홀경에 사로잡히는 형국이 된다. 반대로 야성적 충동이 탐욕에서 두려움으로 바뀔 때 예전의 황홀경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 놀랍도록 순식간에 터져버릴 수 있다.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항상 경제적인 판단을 통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야성적 충동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런 동물학적 이미지가 금융 행성의 본질적인 핵심이다. 낙관적인 매수자는 황소고 비관적인 매도자는 곰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주식시장은 인간의 정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심각한 신경쇠약에 걸릴 수도 있다. (P. 120)

 

 

 

이투리뷰어, 눈먼자들의경제

팔로워십 Followship : 세상을 바꾸고 리더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리더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국가도 기업도 미래는 없다.

 

지금도 우리는 반복적으로 리더십을 동경하고 나아가 리더가 돼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리더가 인류 역사의 방향을 지시해야 한다는 보편된 인식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떻게 해서 팔로워의 존재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 '리더십 산업'이 생겼을까? 모두가 리더가 되기 위해 교육받는다면, 정확히 누가 팔로워가 된다는 것인가? (p. 33)

조직에 있어서 리더의 역량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조직의 성패가 그 한 사람(보다 정확히 말하면 매 순간순간의 그의 선택과 결정들의 합)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1980년대부터 '리더는 ~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리더가 반드시 갖추어야만 하는 필수 역량과 덕목이 강조되어 오고 있는데 반해, 리더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팔로워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극히 미비하다. 하다 못해 팔로워십Followership과 리더쉽Leadership, 이 두 단어를 구글링해 보면 리더쉽은 4억 4천만건 이상이 검색되는데 반해 팔로워십은 7십 만 건에 불과하다.

 

특정 인물이나 기업이 주도해온 성장 위주의 사회를 거쳐온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모든 권한을 다 움켜쥔 채 카리스마라는 이름으로 둔갑해버린 오만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리더들이 적지 않다. 그렇게 지나치게 권위적인 체제와 조직에서는 제 소리를 내는데 대한 부담과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으로 제 소리를, 바른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의 사회를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직적인 구조를 벗어나 보다 수평적인 구조에서 팔로워들과 "제대로" 소통하면서 관계를 재구축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물론 리더십의 중요성을 무시하거나 간과하자는 말이 아니다. 지금껏 캔버스에 리더 하나만 덩그라니 그려 넣었다면 이제는 그것에서 탈피해 좀더 커다란 캔버스로 바꿔 리더 옆에 팔로워들을 함께 그려 넣자는 말이다. "팔로워십을 배제한 채 리더십을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잘못 인도되는 것Misleading이 아니라 잘못하는 것Mistaken(p. 52)"이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의 출연진에서부터 세계 초 강대국의 대통령을 뽑는 일까지 팔로워들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시대다. 대체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권력을 계속 지키고 싶어하지 나눌 줄을 모르는데, "현명한 리더"라면 팔로워의 힘을 이해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애를 쓸 것이다. 그것이 팔로워들을 충족시키는 길이자 결국 자신을 위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팔로워의 5유형

1_ 무관심자(*나머지 네 유형과는 달리 리더와 철저히 분리된 관계)

리더에 대해 관심도 없고 어떤 형태로도 반응하지 않아 리더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켜준다.

2_ 방관자 : 리더를 관찰하지만 참여하지 않는다. 사실상 중립선언으로 리더를 암묵적으로 지지한다.

3_ 참여자 : 리더와 어떻게든 연계돼 리더와 집단, 그리고 조직을 선호하거나 명확히 반대한다. 자신의 생각을 개인적 자원을 투자해가며 행동으로 옮긴다.

4_ 운동가 : 리더에 매우 강한 감정을 갖고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리더를 대신해 열심히 일하거나 이와 반대로 그들의 권한을 약화시키기 위해 애쓴다.

5_ 완고주의자 : 필요할 경우 목적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는다. 리더에게 매우 높은 수준으로 헌신하거나 이와 반대로 리더가 가진 권한을 빼앗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팔로워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