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비에서 두 번째 인생을 만나게 된다면,
그 삶의 고비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는 지점이란 말이 아닌가?
"삶의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11편을 모은 책인데, 어째 각 편의 등장인물들이 죄다 일본인이라서 저자가 일본인인가 했더니 그건 또 아니다. 번역본이 아니고서야 어쩌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죄다 일본인인가 했더니 아무래도 저자가 일본에서 공부를 해서 그런가 보다. 또, 11편에 나타나는 "삶의 고비"의 유형이 크게 질병(사고), 죽음, 이별과 사업 실패로 나뉘는데,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사업(경영)실패를 벗어나지 않아 이야기가 다소 치우친 면이 없지 않다.
11편에 등장하는 이들의 인생은 삶의 조각 하나하나가 성공을 향한 노력이었으므로 저자의 말대로 성공과 삶을 분리시킬 수가 없는데, 여기서 말하는 성공이란 보다 정확히 말해 '실패를 끌어안은 성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좀더 마음을 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그때 실패했기 때문에, 그때 그 고비를 맞았기 때문에 결국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삶은 계속 진행되는 것이기에 성공과 실패의 반복은 필연적일 것이며 또한 당연할 것이니 혹여라도 자책하거나 후회하거나 또는 필요 이상으로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미국의 여성 작가 로니 카예(Ronnie Kaye)는 "삶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면 언제나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그 사이의 복도는 매우 좁고 길다."고 말했다. 본래 한 가지를 잃으면 다른 한 가지를 얻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한 가지를 얻으면, 다른 한 가지를 잃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11편의 이야기에 나오는 이들 모두 저마다 자신에게 중요한 한 가지를 잃고 비틀거리고 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저 어딘가에 열려 있을 문을 찾아 나선다. 비록 그 문을 찾기까지의 여정이 고될지라도 애써 힘을 내 한 발짝 한 발짝을 내딛는다. 고난이 닥쳤을 때 심지어 그 고난에조차 집착하지 않고 의연히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숫타니파타>>)"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와 지혜를 갖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적으로 이 11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왼손에는 로망, 오른손에는 계산기, 등에는 인내를'이라는 신조를 가진 AMJ사의 "방랑니트족", 나카무라 시게오와 오직 천연재료로만 고추기름을 만들어내는 "펭귄부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진실되다는 것과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배려할 줄 알았다는 점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삶의 고비에서 우리가 두 번째 인생을 맞이하게 될 때 최소한 이 세 가지 자세만은 갖춰야만 한다는 말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목적은 야생에 가까운 습성대로 살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인간만큼 다양한 개성을 지닌 존재로 동물을 인정하는 것이다. 야생동물은 다른 종류의 동물과 가까이 하지 않는다. 인간이 입맛에 따라 길들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야생조류조차 포획되면 먹이를 거부한다. 새는 며칠만 굶어도 생명이 위험하다.
야생동물은 전혀 귀엽지 않다. 애완동물처럼 귀여운 구석을 찾으려고 인간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 낼 뿐이다. 애완동물은 사람을 떠나서 살 수 없다. 이미 그렇게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은 자신의 책임 아래 살아간다. 인간은 새를 보고 한가롭게 자유를 운운하지만 새는 그저 '살기 때문에 하늘을 난다.' (pp. 182~183)
이투리뷰어,
두번째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