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가 작년에 이어 여전히 많이 팔리는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이다. 올해 출간된 자기계발서 중에 유난히 '–연습'이 자주 눈에 띄는 게 그 책의 인기에 힘입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습이란 단어 자체에서 오는 뉘앙스가 그렇듯, 그 책들의 핵심은 모두 '나' 자신에 있다. 사사건건 남과 비교하려 들지 말고 오직 나 자신에 집중하고, 또 그러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복현의 『행복하기 연습』의 핵심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행복이란 우리 개개인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며 '나는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한다. 덧붙이자면, 나는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자 때로는 그 마음가짐에 따라 '내게 온 행복을 스스로 발로 차 버리는 사람'이 되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의 장점은 실제로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로서 내가 행동으로 옮기느냐 옮기지 않느냐 하는 차원이 아니라, 바쁘고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잊었거나 혹은 잊어야만 했던 것들을 환기시켜 준다는 데서 찾는다. 가끔은 이런저런 까닭으로 내게 왔거나, 올 법한 행복을 스스로 멀리 차 버리는 행위를 일삼기도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내 마음가짐에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결과가 어찌됐든 받아들이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는 '행복은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라 했다. 행복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 분에 넘치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행복의 성질을 까뮈처럼 정의 내릴 수 있는 대담한 용기를 갖고 있다면 세상을 사는 게 한결 수월해질 텐데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생의 최종 목적지라고 한 행복이란 항구가 하나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내 항구가 남의 항구보다 조금 더 허름하고, 조금 더 작다고 해서 항구 자체를 닫아버리거나 무작정 남의 것을 흉내 내서 더 크고 더 넓게 만들려고만 한다면 이를 어찌 미련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행복은 세상을, 어떤 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 내가 어떤 상황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행복하거나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나는 행복할 수도 있으며 불행할 수도 있다. (p. 55)

 

모리미 도미히코의『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젊은이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늘 그걸 물으며 살아야 해. 그렇게 살 때 비로소 인생이 의미를 갖게 되지."란 대목이 나온다. 그 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과연 나 자신에게 있어서 행복은 무엇인지,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대로라면, 나의 항구는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능하다면 조금 더 젊었을 때 그러한 고민을 더 많이 더 오래 하는 게 더 좋겠지만.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사랑받는 팀 하포드(Tim Harford)의 신작이다. 원서에서는 Why Success Always Starts with Failure라는 부제로 실패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데 반해 번역에서는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힘'이라는 부제로 책의 내용이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파이낸셜 타임스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경제 저널리스트가 발표한 신작에 원서처럼 '왜 성공은 항상 실패로부터 시작되는가'라고 부제를 붙인다면 흔하디흔한 자기계발서처럼 보일까 우려했던 건지, 아니면 단순히 '실패와 성공'이라는 협의의 개념에서 나아가 '그렇다면 그 실패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명제에 대한 대답을 이 시대를 정의하는 키워드, '불확실성'에서 찾은 건지는 모르겠다.

 

흔히들 지금 이 시대를 두고 불확실하다고 한다. 나날이 기술과 지식은 발전하는데 문제는 그것이 기존의 기술과 지식을 압도하고 또 전면적으로 상충하기도 하면서 기존의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는 데 있다. 그 발전 속도가 너무도 빠르고 복잡한 탓에 관련자와 전문가조차도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하기가 어려운 이 복잡한 세상에는 당장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 문제, 전쟁과 테러, 금융위기와 제도의 문제점, 세계의 양극화 등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 팀 하포드의 말대로 우리는 해결책에 조금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두고 어떤 문제점이 실제로 어떻게 풀려나가는지를 이해해보려는 책이라고 정의한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와 군사, 그리고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석을 내놓은 이 책의 키워드는 단연 '실패'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시행착오'다. 손다이크의 시행착오 학습(Trial and Error Learning)처럼 팀 하포드 역시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시행착오가 문제 해결에 그토록 효과적인 도구인 이유는 무엇일까? 변이와 선택의 반복이라는 진화 알고리즘은 문제가 계속 변화하는 세상에서 온갖 이형을 시도해보고, 효과가 있는 이형을 좀더 시도해보는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P. 33)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문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울수록 시행착오의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며 새로운 도전의 의미를 역설한다. 하지만 시행착오의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은 문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우니 자연히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 자체가 커져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실패에 인색한 개인의 본능과 조직의 운영 방식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팀 하포드는 이 책의 목표가 그 도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적응의 레시피 3단계를 전하는데 사실 그래도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은 아무래도 실패에 인색한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구조 그 자체에서 오는 건 아닌가 하는 미련이 남는다. 시행착오라는 '탈 중심적 프로세스'를 활용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조직과 개인이 아직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

 

성공적인 적응의 레시피

(1)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되 그중 일부는 실패하리라는 사실을 예상하라.

(2) 생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패하라. 실패는 보편적인 일이다.

(3) 일단 실패했을 때 그 사실을 인정하라.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기후 변화를 다룬 5장이었다. 지구 온난화가 문제다, 메탄가스가 문제다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것들을 제프 덕에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시행착오의 탈 집중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수익 추구 전략이 등장하는 진화 환경이 바로 경제다라고 말한 것처럼, 개인과 기업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정부가 직접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취사선택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구를 염두에 두고 모든 결정을 내리도록 경쟁의 장을 기울이라 조언한다. 그가 예로 든 탄소 가격제를 비롯한 쿠키나 에스프레소 한 잔이 지구에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자동으로 계산해줄 탄소 가격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도 기대된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이투리뷰어, 어댑트

"도서관 짓느라 도서 구입비가 없고 학교 인프라 늘리느라 정작 학생들 급식 보조할 돈이 없고 오디오 콤포넌트 사느라 앨범 살 돈이 없다. 전부 토건 시대의 '뽀다구' 문화의 잔재인 셈이다. 21세기 들어 우리는 하드웨어 시대를 극복하고 소프트웨어 시대를 맞는다고 했는데 죄다 말장난이었던 셈이다. (p. 293)"  2000년대 초반부터 문화예술계에도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보조금 없이는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이 분야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한 토건사업으로 말미암아 철저히 소외됐다. 정부의 지원은 줄고, 해고와 비정규직화로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신분은 불안해졌고, 경기 침체로 가계의 문화비 지출은 줄어들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와 토건 산업에 밀린 우리 문화산업 전반을 방송, 출판, 영화, 음악, 스포츠 총 5개 분야로 나눠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한다. 어느새 국가 패권주의와 결합해 수출역군으로 치부된 '한류 열풍'과 그 의미를 재조명하는 이 책은  고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문화와 노동경제학을 연관 지어 더 많은 20대 젊은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게 하고, 바로 이들이 '문화로 먹고살 수 있는' 문화생태계를 만들(어주)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산업화 시대 이후에는 더 많은 청년들이 문화경제 부문에서 활동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이고, 실제로 문화 서비스 분야의 고용유발 효과가 자동화된 산업체 공장에 비해 몇 배나 높다. (P. 96) 향유의 대상이자 수단으로서의 문화는 그 특유의 매혹적인 향과 아름다움이란 측면에서는 장미에 비유할 수 있겠지만, 밥벌이 수단으로서의 문화는 장미 그 자체가 아니라 장미에 난 가시에 불과하다. 문화산업 종사자는 창의성과 오리지널리티, 그리고 계속하여 그것을 추구해나갈 수 있는 집념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면에서 다른 산업과 차별화되는 면이 있는데,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루는 탓에 문화 자체가 오랫동안 홀대된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그 '고됨'은 더욱 크다.   방송, 출판, 영화, 음악 등 현재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문화산업이 어느 지경에 이르러 있는지는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렇게 온갖 수치를 통해 재확인 하다 보니 새삼 울적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이 땅에서 '문화'로 먹고 살기란 상당히 어려우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직 '밥'만 먹고 살수 있다거나 아니면 아예 '밥'조차도 먹기 어려워 죽어가는 이들이 생기고, 아니면 책에도 나오는 것처럼 먹고 살기 위해 낮에는 다른 업에 종사하고, 밤이 되어서야 본업인 자신의 꿈을 좇는 이들도 많다.    다른 제조업에 비해 에너지와 자원이 적게 투입된다는 장점에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온 문화산업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 재능 있는 20대 젊은이들이 부귀영화를 꿈꾸는 것도 아니니 최소한 굶주림에 대한 공포나 걱정 없이 자신의 꿈을 좇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만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관심이 형편없을 정도로 저조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방법과 과정 또한 더없이 미숙하다.   우리가 신경 쓸 것은, 우리 문화를 성공적으로 산업화하여 얼마나 수출할 것이냐가 아니라, 생산자든 기획자든 문화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끼 밥을 제대로 챙겨먹는가, 그리고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자살을 고민하지는 않는가······ 그런 것들이 아닐까? 맨 앞줄의 선수들도 세끼 밥을 보장할 수 없다면 번영은커녕 대를 잇기도 어렵다. 우리는 문화를 팽창의 논리로만 보았지, 재생산의 눈으로는 보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 일일이 조정하거나 기획할 필요는 없다. 다만 더 많은 젊은이들이, 더 많은 여성들이 문화 영역으로 들어오고,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면 된다. (p. 34)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산업과 그 종사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 혹은 선입견도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 나 또한 문화산업 종사자 중 하나로, 이 책을 읽으면서 씁쓸하다 못해 괴롭기까지 했다. 왜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 하필이면 '배고픈 직업'을 택했느냐고 근심 어린 눈길로 물어보는 이들이 그러한 일차원적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시대와 사회가 되어야 한다. 형편없이 적은 월급과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체제에서 양질의 문화(또는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외국으로 수출해 돈을 벌어오라고 부추기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에 불과하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젊은이들이 기꺼이 이 모든 고생을 감내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실질적으로 그들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큐 『개청춘』에서 막내 방송작가와 친구가 기성 PD 중에서 누군가가 죽어야만 겨우 한 자리 난다는 이야기를 지나친 과장이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이고 현실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들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그들의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지만.   책은 다른 문화와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보완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특수하다. 실제로 책을 읽다가 어떤 음악이나 음악인이 언급되어 있으면 그것을 직접 찾아 들어본다거나, 미술 작품이 언급되어 있다면 그 미술품을 직간접적으로 찾아보는 노력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책은 문화 부문의 전방산업이자 후방산업이다. 하지만 그 생태계 내부를 들여다 보면, 나이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나와 외주작업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특수 집단이 있다. 다른 문화 산업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경력이 쌓여 좀더 나은 후생복지를 받기보다는 일정 시간과 경력이 쌓인 후에는 전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는 말이 되는데, 다른 산업영역도 그러하지만 특히 문화산업에서는 이 비정규직 문제가 진짜 심각하다. 책에는 '다른 분야에 비하면 기획, 편집 등 주요 업무의 경우 비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다'고 쓰여 있지만 실제로 기획이나 편집 업무에 있어서도 비정규직 근로자를 통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이 책은 문화산업에 종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국내 문화계의 현실과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이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문화산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전략적 지원 없이 이 시대와 상황을 버텨낼 수도 없다. 무조건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며 신자유주의를 외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유럽과의 FTA는 이미 발효됐고 미국과의 FTA도 발효된다면 문화산업 역시 이에 대한 생존전략과 적응이 반드시 필요할 텐데 과연 어떻게 될지… 일단 그저께(10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을 대폭 늘리고 약 3천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 그들의 말대로, 3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해도, 낮에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전전긍긍하고, 일반인들이 모두 자는 새벽에 꼬박 밤을 새우며 자신의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어딘가에서 허기와 자괴감으로 고통받지는 않을지 또 모를 일이다.

	농업을 연구하면서 농가를 방문할 때 텔레비전으로 압구정동 같은 서울 모습만을 보는 농촌 어린이들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역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하면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 효과도 생길 것이다. (중략) "세계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생태학의 경구가 드라마에서도 통할 수 있다. 더 좋은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지원은 WTO 규정에도 예외 조항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보조금 시비가 일어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하기 위해 문화다양성협약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했지만, 지역 드라마는 어떤 통상 이슈로부터도 자유롭고 WTO 체제에서도 권장사항이다. (중략)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한류우드'가 아니라 부산이나 광주, 제주도에 작지만 의미 있는 지역 스튜디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라도 한류우드에서 만든 드라마가 한류 열풍을 타고 정말 성공해버리면, 수출 보조금 지급 건으로 WTO에 제소될지도 모른다.
페이지 : PP. 95~96

 

	서점을 책 파는 가게로 보지 않고 문화공간으로 보면 지역경제 그리고 지역 공동체와 만난다. 미국과 유럽에서 서점이나 출판사가 발전한 방식이 다른 이유는 이런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가 달라서일 것이다.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경제와 관련이 있을까? 물론이다. 지역을 시장으로만 보면, 대형 할인매장이 중산층 문화에 편승해 터 잡고 나면 그만일 것 같지만, 그런 지역은 결국 지역 상권과 지역경제가 완전히 무너져 나중에는 공무원만 남게 된다. 거점 시설 하나만 있으면 관광도 되고 지역 일자리도 생겨날 것 같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수치 모델로 형상화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지역 생태계를 구성하는 법이다. 우리는 인프라라는 이름으로 기반시설을 너무 토건의 눈으로만 보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역경제의 기반시설은 그런 건물과 시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공간이 필요하고 무언가를 공유하면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전통사회에서는 기존 공동체들이 이런 문화의 연대체들을 만들어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거나 복원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런 비물질적인 내부 장치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만들어냈지만, 경제학 교과서에는 실려 있지 않은 이야기다.
페이지 : PP. 205~206

	문화에 형식과 내용이 있다면, 오타쿠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내용과 철학이다. (중략)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앞으로도 계속 쏟아져 나올 것이다. 환경이나 여건을 비롯해 차이가 하나둘은 아니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만화에 대한 욕구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만화로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으로 시대정신을 담아낸 예가 있을까? 좀 가혹하게 이야기하면,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테크닉만 있지 내용은 없는 상황이 아닐까?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하청상태에서 그림만 그렸기 때문에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탓인지도 모른다.
페이지 : pp. 267~268

 

문화로먹고살기, 우석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