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중국을 묘사하는 가장 흔한 단어는 아마도 '변화무쌍'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변화가 빠르다, 역동적이다'라는 표현마저 너무 식상해져 버린 이제 사람들은 아예 '중국의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라고 까지 말한다. 대체 중국 사회는 지금 바로 이 순간 어떤 모습이란 말인가?

   이 책은 위안화에서부터 부동산, 소프트파워, 바링허우, 양극화, 종교와 철도 등에 이르는 현 중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주요 키워드 12개를 소개하고 있는 책으로 중국 사회의 실상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내가 중국과 관련된 도서들을 읽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의 『메가트렌드 차이나』를 읽고부터였다. 그 후로 열 댓 권 정도를 더 읽었지만 모두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다 보다 깊은 지식을 쌓기에는 양적으로의 한계가 있어서 객관적인 어떠한 해석을 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중국의 모습을 참 '흥미롭다'라고 한 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하고 싶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휘청거리는 이때, 중국은 더 큰 탄력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이들 서구 선진국들의 반발도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 세계 열강의 구도는 바뀌지 않을 수 없고 과연 그 속에서 중국이 결국 어느 만큼의 비중을 차지할 지가 관건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대립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인도는 또 얼마나 성장해 어떠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인지, 이들에게서도 또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우리나라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불행히도 그 사건은 처음 일어난 사건도 아니었으며 앞으로의 재발방지를 위한 보다 엄중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다 적극적인 노력 또한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 사건을 두고 중국의 한 웹사이트에서 누구의 책임인가를 묻던 투표의 결과인데(물론 그 투표의 결과가 중국 국민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자신들의 잘못임에도 우리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더 많았다는 점이다. 워낙 자국중심주의가 강한 그들이 이제 경제력까지 등에 업었으니 우리에게는 더욱 힘든 상대가 된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배워야 하고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중국은 이제껏 우리가 가장 많이 신경 써온 두 나라, 미국이나 일본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국가다. 게다가 그 두 나라만큼이나 우리와는 인연도, 또 악연도 깊다. 이제껏 등한시해온 중국의 발전은 어찌됐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우리는 중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중국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아래에 나온 글은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인데, 정말 웃고 넘길 만한 내용이 아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예전에 중국에 여행을 갔을 때 내 발을 마사지해주던 중국 어린이들의 눈망울에 연민을 느끼던 것도 잠시, 어쩌면 나 또한 머지 않은 미래에 일자리 포화 상태인 우리나라를 벗어나 내 노동력을 팔기 위해 중국 거리를 헤매게 될 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2000년대 중반 한 중국 전문가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믿기지 않겠지만 장차 한국인들이 중국인 고객을 상대로 안마를 하고, 심지어 중국인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런 일이 5년 또는 10년 후 갑자기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중국경제의 고도 성장세와 이에 따른 위안화 강세, 주민들의 소득 증가가 세상을 그렇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당시 이 학자는 주장했다. (pp. 267~268)

 

   개인적으로 '소프트파워'를 다룬 5장에 제일 관심을 둘 수 밖에 없었는데, 서구에 대한 문화적 열세 의식을 바탕으로 문화 교류의 적자를 만회하고 '중화문화'를 세계사의 중심무대에 올려놓으려는 노력을 활발히 펼치는 중국은 내게 어떤 면에서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최근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 문화가 그 자리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대신하게 될 지는 또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뛰어난 상술로 치면, 세계 제일인 중국인들의 이야기 만들어내는 솜씨(좋게 말하면 스토리텔링쯤 되겠다)와 공자와 도자기 등 그들의 풍부한 문화 콘텐츠도 우리나라에게는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 당국이 의도한 대로, 유무형의 문화 콘텐츠들을 앞세워 대외적으로 '인문중국'을 과시하면서 이를 경제성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준이 된다면, 이는 우리나라에게는 커다란 부담이자 미국에게도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세상만사에 타이밍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냐 마는 내게는 책도 그러하다. 한 권의 책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평가를 받았느냐보다는 오히려 내가 어떠한 시기에 어떠한 마음으로 그 책을 접하게 되었는지가 내게는 더 소중하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좋은 시간과 기억으로 남았다. 화려한 색감 속으로 메시지를 숨겨 놓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 사진들은 물론이고, 행간의 여백과 절제가 주는 여운은 반갑게도 근래 일상에서 좀처럼 누려보지 못한 마음의 여유로 찾아와 준다.

 

   이 에세이집은 우리에게는《화(Anger)》로 친숙한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의 신작으로 1년을 53주로 나눠 한 주마다 자기성찰에 도움이 되는 글귀와 사진을 담고 있다. 53개의 글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며, 여기서 말하는 '있는 그대로'는 '지금 이 순간'에 가 닿는다.

 

   너무 과거에 얽매어 있거나, 이와는 반대로 오로지 미래에만 집중하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칠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흐름은 빠르기만 한데, 그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현재를 제대로 응시하지 못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또 현재를 보다 온전하게 즐길 방안을 찾기도 어려워진다. 그럴 때일수록 잠시 한 발 물러서 한 박자 천천히 가는 것도 분명히 하나의 방법일 텐데 우리는 그것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매일매일 죽도록 안간힘을 쓰며 아등바등 거리며 살아갈 필요는 절대 없다는 것을 잘 아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그 경이로운 사실을 바쁘고 고된 일상에서 곧잘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애써 무시하며 살기도 하지만, 스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이 반짝이는 보석'과 같고 우리 각자의 삶은 지금 그대로도 지극히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님께서는 '행복의 감정을 깨닫고 누리다 보면 어느새 일상에 파묻혀 속절없이 지나는 순간들이 기쁨의 순간으로 바뀌어 갑니다.'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나는 일상의 고단함에 가려지고 또 지워져 버렸을지 모를 내 몫의 기쁨의 조각조각을 이제부터라도 꼭 붙들어두고 싶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왜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없나요?

행복은 이미 그대 곁에 찾아와
미소 짓고 있는데 말입니다.

마음을 깨우세요.

그대 곁에 숨 쉬는 행복의 가치를

깨닫게 될 테니까요.

(p. 41)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평소 일 때문에 동화를 자주 읽게 되는 탓이라 그런지 한국판 표지에 더 눈길이 갔다. 이솝우화 '사자와 쥐'에서 두 주인공이 이제 막 만난, 그 긴장이 감도는 순간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아서다. 겁먹은 쥐와 위압적인 사자의 모습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는 관계를 나타낸다. 다문화, 다원화, 게다가 양극화 사회로까지 정의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존중이란 두 글자가 갖는 의미는 그래서 더욱 크다.

 

 

존중은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상대에게 표해야 하는 가치 인정의 핵심이라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나를 존중하는 만큼 나 아닌 남을 존중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자세가 나와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타인을 좀더 쉽게 설득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과 태도는 결국 고스란히 내게로 돌아온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타인과 존중 받는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우선 나와 타자의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짓지 않는,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나와 상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를 존중하면, 어떤 종류의 차별이라도 배제하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보면 사회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고, 좁은 의미에서는 보다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시켜주는 데 도움이 된다.

 

흔히들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라고들 한다. 존중 역시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존중 받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고 존중하라고 한다. 저자는 또 우리가 타인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이 없이 행동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상대에 대한 주목, 즉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결국 이 시대와 사회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이들이 적은데다, 서로에 대한 관심도 적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는데, 바로 '양극화된 오늘날의 세상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 것을 적어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p. 65)'는 대목이다.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적어도 존중하라는 말, 이 말 한마디면 되지 않을까?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거창한 게 아니라 바로 이 정도인지도 모른다.  

 

 

참, 베스트셀러가 된 책의 제목이기도 한 존중과 '회복 탄력성'과의 연결은 흥미롭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쉽게 상처받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에게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곧잘 평정심을 잃는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어려운 상황을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복 탄력성'이다. 그것은 위기의 순간에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낼 줄 아는 능력으로, 저자는 회복 탄력성을 상대의 존중심 없는 행동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