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너무 친한 친구들』에 이어 세 번째로 접하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으로 그가 지난해 발표한 최신작이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서너 명의 중심인물들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기보다는 한 번에 이름을 다 기억해낼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마치 자신이 왜 범인이 아닌지 밝혀보라는 듯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저마다의 사연을 풀어낸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구성이 어찌나 촘촘한지 마치 형형색색의 조각천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퀼트와 같다.

 

아직 세 권밖에 접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섣부른 결론일 수 있지만,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외모가 출중하다. 저자는 그 눈부신 외모에 대한 화려한 수식과 찬사를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듯하다. 음침하고 무섭게 생긴, 말하자면 누가 봐도 "범죄자스럽게 생긴" 범죄자 또는 용의자가 아니라 매력적인 용모의, 전혀 "범인(용의자)스럽지 않은" 자가 용의자임을 알리려는 듯이. 또, (애완)동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환경을 포함한 사회적 이슈가 거론되면서 그것과 관련한 이익집단과 시민단체가 출연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런가 하면, 이야기의 주 배경은 작은 마을이고, 저자는 그 마을 공동체에 거의 하나같이 불완전하고 그릇된 욕망을 가진 데다 비겁한 유형에서부터 비인간적인 유형까지 실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배치한다. 그곳에서는 부모는 자식에 대한 의무를 등한시하고, 자식은 부모를 저주하며, 선생님과 학생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직장 동료는 서로 배신하며 그저 남을 짓밟고 올라서기 위해 혈안이다. 다시 말하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직장까지 모두 위선적인 가면을 쓴 타락한 인간들 때문에 사회는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풍력 발전소 건립을 두고 개발회사와 시민단체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풍력에너지 개발회사의 경비원이 사망한다. 거짓된 진술을 일삼고 알리바이를 대지 못하던 사장, 타우센을 범인으로 의심하던 중, 3백만 유로라는 막대한 보상금을 마다하고 풍력발전소 건립 반대 운동을 벌이던 핵심 인물이 잔인하게 살해돼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마는데… 과연 이 두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일까, 아닐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범인을 쫓다 보면 두꺼운 페이지의 압박에서 어느새 벗어나 있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했다기보다는 경영학을 비롯해 경영 실무 전반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달하는 교재로 적합해 보인다. 다만, 전공서적이라기보다는 신입생이나 비전공자들이 큰 부담 없이 교양수업으로 들을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쓰인 책으로, 개인적으로는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진 구성적 측면이 책 속의 콘텐츠 자체가 갖는 제한적인 측면을 다소 보완해주었다고 본다. 또, 도표를 적절히 활용해 이해를 높이고, 때에 따라 Tip of Section과 Media Review를 삽입했는데 이 부가적인 정보는 전공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되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5장 '경영학자가 남긴 아이디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챕터에서 크게 관리, 인사, 시장, 전략 분야로 나눠 소개한 것도 좋은데 다른 챕터와 다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경영학자가 남긴 아이디어'라는 제목에 걸맞게 구성적인 측면에서 약간 더 보완하거나 했다면 훨씬 더 내용에 집중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제3장 '경영자가 수행하는 의사결정' 역시 흥미롭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는 바로 인재다. 그런데 그 인재를 어떻게 또 얼마만큼 확보하고, 어떻게 기업 내에서 활용하고 또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경영자의 몫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노키아는 2012년 2월 현재까지도 휴대전화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이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다소 비관적이다. 경영자(들)가 현상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하지 못한 결과다.

 

이 책을 보면, 이상적인 경영자와 그가 이끄는 이상적인 조직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경영자가 올바른 미션과 비전을 갖고 있고, 또 그것을 임직원 모두가 공유하며 함께 달성해 나가고자 노력하는 조직에 속해 있느냐고. 책에도 쓰인 것처럼, 기업의 미션은 경영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개개인의 삶의 이유이자 목적, 그리고 방향이기도 하다. 한 해가 시작하는 이 시점에 내가 속한 조직이 작년보다 더 나은 기업이 되고, 나 또한 그 속에서 조금 더 성숙해져 가기를 바란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홍성수의경영강의

  《포지셔닝》과 《마케팅 불변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잭 트라우트(Jack Trout)의 주장에 따르면, 세상에는 두 가지 기업이 있다. 하나는 차별화를 이해한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기업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설사 차별화를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차별화에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잭 트라우트는 이 책 《차별화 마케팅》에 차별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별화가 아닌 '함정'들을 피하지 못하고 실패한 여러 기업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책의 초반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다. 뉴욕에 있는 고객 충성도와 참여 연구 컨설팅 기업 브랜드 키즈Brand Keys INC.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생활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연구했는데, 그들은 차별화 여부가 브랜드와 소비자의 실생활과의 관련 정도와 깊이에 좌우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소비자 충성도 지수Customer Loyalty Engagement Index를 이용해 75개 카테고리에 속한 1,800여 개의 제품과 서비스를 분석해 두었는데 나는 이 결과가 흥미로워서 오랫동안 찬찬히 뜯어봤다. 이들이 조사한 카테고리별 차별화 백분율을 보면 BMW, 볼보, 메르세데스와 같은 차별화된 브랜드가 다수 존재하는 자동차 부문은 차별화 백분율이 38퍼센트에 달하지만, 은행은 놀랍게도 0퍼센트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백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부분은 자동차 부문과 아이스크림, 저녁 뉴스 프로, 소포배달, 의류소매상점, 피부관리 등인데 그중 가장 높은 것은 바로 비누였다. 비누의 차별화 백분율이 100%라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아 이 결과에 대한 해석이 조금 더 많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막대한 광고비와 유명인들을 앞세워 광고하면서도 잦은 인수합병으로 차별화가 일어나지 않는 은행에 비해, 비누업계의 차별화 전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랐던 걸까?

 

   그런데 차별화의 부재에 대한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마케팅 담당자들이 지나치게 판촉 프로그램에 의존한 결과 브랜드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희석시키고 말았다. 제조업체들이 판매 담당 부서와

대형 소매업체들의 요구에 짓눌려 브랜드 작업에 사용해야 할 자금을 쿠폰이나 경품 등의 판촉 활동에 써버렸다. 둘째, 마케팅 담당자들이 광고업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광고업체들은 오직 비쥬얼적으로만 화려한 광고 또는 광고상을 받을 만한 광고만 만들려고 해서 정작 브랜드의 차별성을 알리는 광고를 만드는 데 실패한다. 셋째, 경영 컨설턴트들은 많지만 마케팅 현장, 즉 고객의 기억에 관한 이해력이 뛰어난 이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차별화 부재를 가져온 이 세 가지 문제점에서 답을 찾는 것은 어떨까? 즉, 판촉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또 알맹이 없는 광고 제작을 지양하며, 고객에 대한 이해력이 풍부한 자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CEO의 역할이다.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고 그것을 직원들에게 전달해 유지하게 하는 것이 그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종사자와 광고대행사에게 전권을 위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추가해 전략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책은 보통 '마케팅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뒤집기도 한다. 흔히들 '자본이 충분하지 않아도 근사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들 하지만, 결국 인식의 싸움이라는 마케팅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유리한 입장에 설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광고와 마케팅에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으며, 마케팅 세계에서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부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하여 잭 트라우트는 마케팅 바퀴가 더욱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자금을 모으는 일에 앞장서라고 조언한다.  

 

   또, 바이럴 마케팅이 다소 과할 정도로 과대해석되는 요새 같은 시대에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입소문 마케팅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잭 트라우트는 입소문은 일반적인 마케팅 도구의 하나일 뿐 차세대 새로운 전략은 아니라고 말한다. 확실한 전략이 없는 가운데 무작정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만 한다면 그 결과는 실질적인 구매와 매출, 그리고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