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예술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 예술적 근원에 대해 갸우뚱하게 하는 작품들을 보면서 '내가 문외한이니까'라는 생각에 '이런 게 예술이겠지'하고 넘어간 적이 있지 않은지?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에 에프라임 키숀(Ephraim Kishon)이 발표한 이 책은 풍부한 사례와 꼼꼼하게 챙겨 실은 삽화와 함께 '예술'의 정의와 가치, 그리고 그 목적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이 책은 현대 미술, 그중에서도 특히 피카소로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한낱 어릿광대에 불과하다고 한 그를 두고 '혼란스런 20세기를 신랄하게 비꼰 시대의 해설가이자 인간적인 어리석음을 수집한 위대한 기록가'라며 자신이 원하기만 했다면 자신이 위대하다 여긴 다른 화가들처럼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을 테지만 단지 그렇게 하지 않은 것뿐이라 주장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는 바로 이것으로, 피카소의 어떤 그림에도 열광해 마지않던 비평가 집단에 대한 조소를 뜻한다.

결과적으로, 피카소는 예술적인 능력이 있으면서도 자의로 발휘하지 않았거나, 그 능력을 다소 뒤틀린 방식으로 표현했기에 실제로 아무런 능력도 없는 예술가들과는 차별화된다. 다시 말해, 저자는 비난의 화살을 예술적 탁월함을 전혀 보여준 적이 없을뿐더러 제대로 화필을 잡는 법도 알지 못하면서도 대단하다 불리는 현대의 일부 예술가들에게 돌린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텅 빈 종이를 두고 불후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화가를 비롯해, 부엌 또는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잡기들을 가져다 놓고 대단히 심오한 예술작품이라도 되는 양 명성을 얻고 있는 이들로,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이들은 단연 "고단수의 익살꾼"들이다.

그렇다면 정작 예술가들은 어떤 입장일까? 네오다다이즘의 선구자라 불리는 마르셀 뒤샹도 "나는 예술 애호가들의 얼굴을 향해 나의 병 스탠드와 실내용 변기를 내팽개쳤다. 그들을 화나게 하고 자극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내 창작품의 미적 아름다움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마르셀 뒤샹도 피카소처럼 이미 알고 있었고, 재스퍼 존스도 앤디 워홀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지적, 예술적인 우월성의 표지가 되어 버렸고,

추한 것은 꼭 그래야만 하는 일종의 의무가 되어 버렸다."

저자는 문제의 근원을 현대 예술과 관객들 간의 간극에서 찾는다. 예술가들과 비평가들 그리고 언론과 대기업들이 미술의 상업화에 앞장선 결과 아주 거대한 미술 시장이 형성됐지만, 정작 예술은 점점 난해해지면서 사람들로부터 멀어졌다. 엘리트 관료층들과 모더니즘 사이의 막강한 동맹과 매스미디어를 제 맘대로 조종하는 "예술 마피아" 집단과 더 나아가서는 국회의원, 장관, 시장들 사이의 음모로 인한 결과이다.

끝으로, 저자가 정의하는 예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예술을 말할 때, 순수예술이니 대중예술이니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 대중예술은 천박하거나 가벼울 수 있으나 대중들의 입맛에 맞춰진 것이며, 순수예술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아 일반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이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거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순수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아니면 아예 상업예술이든, 예술 그 자체에서 관객과의 교감을 어떻게 배제할 수 있을까? 예술이란 것도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가? 대다수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거나, 불쾌감을 받거나 그 자체의 의도나 목적이 의심되는 경우라면, 우리는 그것을 예술이라 규정지어야 마땅할까? 참, 난해한 질문이다. 아무래도 예술이란 분야가 성역이기 때문이리라. 

메신저부터 카카오톡,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 결국 1인당 감당해야 하는 텍스트의 양과 빈도가 늘어난 이 시대,

과연 당신의 글쓰기는 전보다 나아졌나요?

저자가 말하는 해법은 딱 3가지이다. 이른바 '지·줄·바'로 지우고, 줄이고, 바꾸라는 말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렇게 지우고 줄이고 바꾸는 와중에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노력이 바로 '다독'이다. 문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많이 읽고, 그다음엔 직접 글을 많이 써보고, 본인이 쓴 그 글을 퇴고하는 습관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수동적인 독서를 탈피하고 남과 다른 자기만의 관점으로 읽으라는 저자의 말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자의 입장에 동의하면, 그것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을 기르고, 반대하면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비판하라는 저자의 말대로 일단 많이 읽으면서 자신만의 관점을 관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쓰기 수업(원제 Bird By Bird)>의 저자 앤 라모트는 말했다.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베스트셀러 작가 몇 명과 알고 지내는데 그들 중에 글쓰기가 수월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하물며 우리는 작가가 아니니 이 얼마나 지루하고 고된 작업이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창작의 고통에 신음하는 수많은 작가의 노고를 위안 삼으며 그들이 고생 끝에 완성한 작품을 부지런히 읽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표지에 그려진 노트와 색을 맞춘 본문의 파란색 하이라이트도 그렇고, 일반 도서와 학습서(문제집)의 경계를 넘나든 디자이너와 한 꼭지 한 꼭지 더 재미있고 효과적인 제목을 달기 위해 거듭 '지줄바'를 했을 편집자와 저자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낸다. 다만, 맨 마지막 6장에 한해서는 1~5장과는 다르게 편집했더라면 문제를 그저 늘어놓은 대서 오는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저나 리뷰를 마치는 이 순간 '지줄바'의 노력을 게을리 한 건 정작 내가 아닌지, 아... 걱정이 앞선다.    

미술에는 전혀 문외한이지만 그럼에도 나에게조차 한결같이 관심을 끄는 대상이 있는데 그가 바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다. 그런데 그 관심은 작품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 반 고흐 자체에 대한 것인데, 내 안의 그를 향한 끌림은 단지 그의 불우했던 생애에 대한 연민을 기저에 두지 않는다. 그만큼이나 불행했고,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불행했던 예술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슬퍼 보이는지, 언제봐도 나를 압도하는 그의 자화상(들)이 그가 맛보았을 비애와 고독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들은 물론이고 그의 생에 대한 여러 단편적 사실들도 접할 수 있는 이 책으로, 마흔도 채 넘기지 못한 고흐의 '극적인 삶'을 되새겨 본다. 첫사랑의 실패로 광신적으로 종교에 빠지는가 하면, 아버지에게는 사회의 부적격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무시당했고, (단순화시켜 해석하면)자신을 가르쳤던 스승과는 여자 때문에 등을 지고 끝내 화해하지 못하는 가 하면, 그토록 그림을 팔고 싶어했으면서도 남의 비위라고는 맞출 줄 모르는 올곧은 성격 탓에 평생을 힘들게 살았으니,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제 귀를 자른 미치광이 천재 예술가'라는 측면을 차치하고도 그의 삶은 이미 충분히 소설같다.

기획이 굉장히 신선했다. 그토록 사람, 사회, 또 자신이 속한 시대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던 고흐는 동시대를 살다간 고갱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힘들어했다. 이토록 불우했던 가난한 예술가의 이름 옆에 상스럽게도 돈과 비즈니스라는 단어가 따라붙으니 이 정도면 도발이고, 모독으로도 느껴질 수 있다. 어떤 이라면 이 놀라운 조합에 반감부터 가질지 모를 일이나 프롤로그에 밝히고 있는 것처럼 예술가와 그들의 삶의 경제적 측면을 헤아려보려는 저자의 의도마저 퇴색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스물일곱이란 늦은 나이에 전업 화가의 길로 들어선 고흐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린 그림들을 연대기순으로 짚어준다. 그림 아래에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천정부지로 솟은 그림의 경매가가 적혀 있는데 이것이 참으로 사람의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지독히도 운이 없던 이 천재 화가의 슬픈 생애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그 천문학적 액수에서 그가 즐겨 마신 압생트의 독한 맛이 느껴진다. 늦은 나이에 전업 화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남보다 늦었기에 밤낮으로 그림에 몰두했던 그는 자신의 작품에 확신이 있었지만, 세상은 그의 진가를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그 기다림의 순간이 얼마나 길고 또 힘들었을까? 그토록 열심이었기에, 모든 걸 놓아버리고 떠나버릴 무모한 용기를 가졌던 건 아닐까? 자신의 작품과 재능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더욱 치열하고 또 처절하게 노력했으나,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평생을 상심하다 홀연히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자신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그의 심정이 과연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서글펐던 부분은 자신이 신세를 졌다며 그림을 선물한 이들이 헐값에 그 그림을, 그러니까 그의 선물을 팔아버린 점이다. 결국 그들조차도 그의 재능을, 그가 가진 가능성을 믿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 평생 돈과 씨름하고, 또 고독과도 싸워야 했던 불우한 천재 화가에게 생전에 그토록 좋아하던 압생트라도 몇 잔 사 주고 싶은 밤이다.

   "내가 이렇게 진지하게, 그리고 언제나 진실되게 그림을 그린다면 그림으로 먹고살 날이 곧 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