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메커니즘으로 해부한 주식시장의 비밀

 

 

무대에 등장하는 유일한 두 배우가 '가치'와 '가격'이다. 이 둘이 사이 좋게 나란히 길을 가지 못하고,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일 때 주식시장은 '부정합 성장(*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나타내는 용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쳐 나타난다)'을 보인다. 이 책은 이들 각각의 특성과 둘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피는데, 이는 개별 기업의 주가가 추고 있는 춤을 이해하는 것과 직결된다고 한다.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4개의 메커니즘을 자세하게 분석해두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있어, 보다 한국적인 관점에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업그레이드 메커니즘 중에서, 터키,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성장시장(Growth Market)'으로 규정한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회장의 <그로스 맵The Growth Map>을 인용한 대목이 나오는데, 저자는 '우리나라의 미래 10년 성장이 기대된다면, 그러면 과거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성장하지 못했는가?' 반문하며, 펀더멘털 성장만 가지고 설명할 것이 아니라, 가치를 중심으로 해서 몰아치는 파도를 현상 설명에 동원해야만 한다고 덧붙이는 식이다.

 

 

2012년 6월 마지막 주 현재까지도 버스는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코스피지수 1만은커녕 1,800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주식시장은 결국 성장한다'고 재차 주장한다. 가치가 성장하는 한, 지수는 결국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버스가 가고 나면, 그다음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데, 과연 아직도 버스에 탈 자리가 남아있을까?

 

참, 책 맨 앞에 실린 추천사 중에서 고등학교 2학년생의 추천사가 실려 있는데 그 친구는 읽고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는 없었다고 한다. 비록 기술적 분석은 어려워 잘 모른다고 덧붙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것과 관련해서 20권 넘게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으리라 짐작한다. 물론 나는 이 친구보다는 더 어렵게 읽었지만, 금이나 석유 같은 상품시장의 쓰나미에 관한 일상과 맞닿은 내용이나 유럽 각국을 비롯해 필리핀과 태국 등 세계 각국의 사례분석은 유익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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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저희 출판사에서 나온 신간 <평론, 예술을 엿먹이다> 도서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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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기간 : 6.18(월)~ 7.8(일)

당첨자 발표 : 7.10 (화)

배송기간 7.10(화)~ 7.12(목)

서평작성기간  : ~7.22(일)

글로벌 아트마켓의 성장과 예술의 몰락

 

 

에프라임 키숀의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와 피로시카 도시의 <이 그림은 왜 비쌀까>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세 작품의 공통점이라 하면, 미술 시장(Art Market)이 아니라 시장 미술(Market Art)을 다루며 오늘날 미술계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는 점이다. 다른 두 권에 비해 시기적으로 제일 늦게 출간됐다는 이점도 있었겠지만 가장 폭넓은 시각으로 시장 미술에 접근하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예술은 인간이 삶과 죽음을 포괄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도록 도와온 도구이다. 같은 시공간의 삶을 공유하는 동시대인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과도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증대할 수 있도록 기여해왔다. 정의의 이름으로 당대 사회의 부조리와 악에 저항하는 도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예술의 이러한 작용은 매우 희소하거나 최소한 불구적인 것이 되었다.

 

스위스의 한 저널리스트는 현대미술이 예술가, 컬렉터, 딜러라는 세 축에 의해 작동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속에서 자연히 관객, 즉 감상자는 고스란히 배제된다. 1990년대 이후 미술계에 미술 시장인지 주식시장인지 혼동될 정도로 투자펀드니 블루칩이니, 고수익 보장, 이익 배당과 같은 용어들이 밀려 들어오고, 미술품은 과시적 소비와 관련된 일종의 사치품으로 전락했다. 본디 예술이란 투자적 맥락으로 사유 되거나 금융적 기법으로 양식해낼 수 없는 가치의 산물임에도, 일찍이 에프라임 키숀이 말한 바와 같이 예술가와 "예술 마피아"들이 미술을 투기대상 및 부의 증식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그들의 논리는 난해함을 고급 예술로 탈바꿈시키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일반 대중을 때로는 기만시키고 격리시켰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점은 오늘날 미술작품의 평가를 도맡아 하는 경매시장과 단순한 매개의 장을 넘어 시장 조정은 물론이고 아예 새로운 시장을 생성해버리기까지 하는 글로벌 아트페어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다. 문제는 세계화, 말하자면 과도한 서구화에 있다. 문화제국주의와 부족주의가 혼합돼 일종의 제국주의적 양상을 띠면서 철저히 강대국의 논리로 미술계가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들 취향의 그들 작품'이 당연히 메인스트림이 되면서 하나의 기준이요, 질서가 되고, 그것들에 매스컴과 수요와 소비가 집중되면서 창작, 즉 생산 또한 그들의 논리를 따르는 수밖에 없질 않겠나? 

예술이 화폐적 동기로 스스로를 재무장하고 교환가치로 축소되면서 생겨난 가장 큰 문제는 예술 자체가 정작 본연의 아름다움과 거기서 나오는 고유의 가치를 상실한 데 있을 것이다. 시장논리가 개입되고 예술품이 하나의 상품으로 치부되면서 예술가들은 창작의 자유를 잃고 그 대신 보다 비싼 가격에 팔릴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압박을 잔뜩 얻었다. 이미 돈의 맛을 알아버린 북미와 유럽의 예술가들은 과연 "예술가답게" 예술 그 자체의 목적과 의의를 되살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비서구권 예술가들은 서구 중심의 세계화를 거슬러 자신들만의 고유한 예술혼을 어떻게 그려내고 담아낼까를 고심해야 할 텐데, 과연 2012년 현재 미술 시장, 시장 미술은 어떠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례 없는 세계화로 인해 각 지역의 작가나 이론가들의 작은 협력으로 성취할 만한 것들이 위협받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를 선택들이 자신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힘에 의해 이뤄지는 탓에 갈수록 타자화를 경험하고 있다. (p. 42)  

글로벌 아트페어를 단지 판매망 확충이라는 상품무역적 맥락으로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이전에 다양한 지역과 주체들의 것으로 분산되었던 권위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네트워크의 통제력에 근접해 있는 소수의 지배력이 확장되며, 그들의 취향을 우위의 것으로 간주하고 확산시키는 위험한 질서가 자리 잡는 데 글로벌 아트페어가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pp. 137~138)

 

어떤 방향성을 다른 것들 위에 위치시키거나 보편성의 대변으로 과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이 같은 대전제를 간과해 어떤 강제와 선동이 동원된다면, 사고와 감정의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서구의 근대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일련의 의고화된 믿음으로부터 발현된 것으로, 스스로를 보편성의 독점적 주체로서 잘못 인식한 결과다. 보편성을 자처하고 독점하는 순간, 그 보편성은 이내 타자에 대한 편견과 억압의 기제로 둔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p. 26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