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출간돼 우리나라에는2009년 초에 소개된 책이다. 베스트셀러였고 올해는 영화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고등학교 여학생이 자살하면서, 자신이 왜 자살을 결심했는가 하는 이유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원인이 된 학생들에게 소포로 보낸다는 내용으로 줄거리는 단순한데,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가 테이프를 보낸 자와 받은 자로 둘이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데다, 총 일곱 개의 테이프를 듣기까지의 과정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해 재미를 높였다.

루머로 인해서 사람들에게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린 주인공 해나 베이커는 이처럼 극단적인 결론을 내렸다. 근거 없는 이야기라 처음에는 장난으로 받아넘겼지만 이내 눈덩이 효과로 인해 자신의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왜곡돼 버려 돌이킬 수 없었고 사람들은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도, 위로해주지 않았다.

이 책은 특히 청소년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학교라는 곳이 어느 집단이나 조직보다 피어 프레셔가 강하게 나타나는 데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나이가 어리다보니 아무래도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해도 감정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미 곡해된 자신의 모습에 모두가 자신을 멀리하고, 자신의 손을 붙잡아주길 바랐던 선생님마저도 자신의 손을 붙잡아 주지 못하고, 돈 버느라 바쁜 부모님에게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는 아이가 어디 해나 뿐일까? 무엇보다 아이가 실질적으로 도움을 구할 만한 상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친구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아이에겐 부모나 교사만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대인데 어느 쪽에서든 도움을 얻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해나처럼 힘들어하다 그냥 포기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다 지나간 일이라며 넘겨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고통을 받는 당사자에게는 내일을 기다리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도 길기만 할 것이다.

물론 해나로부터 테이프를 받은 아이들도 해나의 극단적인 선택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예측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장난이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것이 특정한 집단에서 오직 단 한 명을 향한 다수의 행동인 경우,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해나는 말한다. '내 인생의 진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깨닫는 그 순간 갑자기 세상이 흔들렸어.'라고. 개인과 개인의 다툼도 견디기에는 충분히 힘들다. 그런데 자신을 둘러싼 모두와의 싸움이라면, 그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해나의 말대로 죽으라고 노력해도 혼자서 전부를 상대로 이기기란 어렵다. 삶을 포기해 버렸다는 단편적 사실에 초점을 맞춰, '다 네가 나약했기 때문이야'라거나 '그래도 버텼어야지'라고 말하기에는 개인을 향한 다수의 모욕과 멸시가 너무도 버거운데다 졸렬하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최진실을 떠올렸다 말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여배우에게 '루머의 희생자'라는 억울한 타이틀이 붙기까지 우리는 너무 많은 루머를 생산 및 재생산했다. 그런데 우리는 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쉽게 만들어내고 또 옮기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이미 몇 차례의 커다란 사건을 목격했음에도 여전히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개인을 향한 다수의 폭력과 억압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건데도 말이다.
 
관심 있는 남학생과의 달콤한 첫 키스를 꿈꾸고, 좀처럼 단점이 보이지 않는 남학생을 남몰래 흠모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시로 풀어내던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고 파티에 갔다가 막상 어울릴 친구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파티에 쉽사리끼지 못하던 소심한 면모도 갖고 있던 그저 평범한 이웃집 여동생 같은 해나는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인물로 남겨두었으면 좋겠다. 죽어서나마 자신의 진실을 알리고 싶다는 그 마음이 너무 아프니까...

앙드레 지드는 책 읽기란 그 저자와 함께 15일간 집을 비우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이십 대의 나는 그 시절 무라카미 류와 대체 얼마나 집을 비웠던 걸까? 그의 작품을 탐닉하며 수첩과 일기장 가득가득 그의 문장들을 감탄하며 베껴 적느라 바빴던 시절이 내게 있었다. 그런데 그와 함께 더 이상 집을 비우지 않게 된 계기가 어느 작품 또는 어떤 사건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십 대 중반이 되면서 의도적으로 그의 작품을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그의 이름 석 자에 대해서 눈과 귀를 애써 닫아온 지도 벌써 오래전 일이다. 그러다 우연히 오늘 마지막 남은 휴가를 쓰던 중, 마법이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책을 집어 들게 됐다. 그렇게 오랜 시간 피하고 피한 그 이름, 무라카미 류. 이십 대에 탐닉하던 그의 글을 삼십 대가 되어 다시 접하니 기분이 참 묘하다.

이 책은 그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한 월간지에 연재한 글을 엮어낸 비즈니스 잠언집이다. 취미에서부터 꿈과 목표, 그리고 인맥에서부터 업무상 글쓰기를 비롯해 약 40여 개의 주제에 대한 무라카미 류식의 조언으로 보면 적절하다. 주제마다 몇 자 되지도 않는 문장과 단어로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걸 보면서 예전처럼 눈과 손과 머리가 마치 춤이라도 추듯 동시다발적으로 바삐 움직인다.

원서와 구성 및 배치가 동일한지 모르겠는데(아마도 같을 거라 생각되지만), 제목이기도 한 '무취미의 권유'가 제일 먼저 등장하는 건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약 마흔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 중에서 '무취미의 권유'라는 여섯 글자가 주는 임팩트가 상당하다는 말이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 나의 취미는 무엇인가? 음악감상? 독서? 웹서핑? 류는 말한다. '취미란 기본적으로 노인의 것이라고. 너무나 좋아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그것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일로 삼는 프로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라고. 글을 쓰고 영화와 음반을 제작하고 잡지를 발행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떤 취미도 없다 말하는 강단진 소설가에게서 동대문 저 어디에서 묵묵히 방망이를 깎고 있을 노인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정열'이 사어가 되고, '꿈'과 '목표'를 가지라고 외치는 세상을 두고, 무라카미 류는 '일본이 국가적인 희망과 목표를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그의 지적이 정확하다. 목표란 '마땅히 가져야 한다.'거나 '없는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며,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며 요란스럽게 계몽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일본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과 바다 건너 일본, 그리고 아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기 저곳의 젊은이들에게도 해당할 것이다.

와 닿는 이야기가 무척 많았는데, '사죄라는 행위는'도 그중 하나다.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 그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과정에서 흔히들 또 한 번의 실수를 하고 마는 데, 바로 사죄하는 방식의 잘못이다. 개인도 그렇지만, 유명인사들도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진 않다. 그들의 레퍼토리는 늘 같다. '사랑하는 국민께 죄송하다'는 이야기다. 류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벚나무 일화를 예로 들었다. 무작정 '죄송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다. 물의를 일으키고 잘못을 저지른 경우, 그에 대한 사죄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건 사고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무작정 '죄송하다'고 말하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건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무척 적은 분량의 책이다. 그러나 각각의 주제마다 정곡을 찌르는 무라카미 류만이 줄 수 있는 직장인을 위한 충고는 분명 새겨들을 만 하다. 적어도 책을 펼쳐 든 이상,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곱씹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디펜던트>지의 경제 평론가인 해미시 맥레이 Hamish McRae가 오랜 시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업, 연구 기관, 경영대학, 전문가 단체들과 만나 직접 듣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특별히 선정한 20개-5개 조직, 10개 도시, 5개 국가-의 성공 사례를 다룬 책이다. 그런데 특정한 경영이론을 소개하거나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쓰인 책이 아니다.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 실제 현장에서 이론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적용한다고 해도 모든 기업이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수많은 성공 사례를 관찰하고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성공에 대한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사례를 찾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많은 사례를 적절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고 말하며 이념적 설명이나 대응 방법이 아닌 '구체적 현실'에 바탕을 두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의 장점은 자신이 선정한 그 20개의 사례에 대해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성공배경)를 밝히고, 이해관계를 벗어나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그것으로부터 배울 점은 물론이고 그것이 가진 잠재적 문제점까지도 전달한 점이다.  
 

그가 선정한 20개의 사례를 살펴보면, 여전히 서구권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긴 하지만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나 역시도 가장 주목해서 읽은 부분이다. 본인의 지적처럼 중남미 지역에 대한 할애가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구성이 좋다. 다만 지독히도 재미없어 보이는 한국어판 표지와 심심하다 못해 무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레이아웃은 물론, 임팩트 없는 제목이라는 3박자를 다 갖춰 원서가 가진 매력을 배가시키기는커녕 그것들을 원서만큼 전달하는 데는 실패해 보인다. 조금만 달랐더라도, 훨씬 좋았을 텐데.

결국 성공적인 조직에서 보여지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특징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과, 깊은 사명감이 있다는 점이다. 두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없으면 그 조직은 성공할 수 없다. 필립 코틀러를 비롯해 다른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조직 내 깊은 사명감을 바탕으로 시장의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는 조직을 만들고, 국가 경쟁의 원동력이 되어 줄 도시를 육성하고, 불황에도 성장을 거듭하는 국가를 만들어 가는 기본이요 답인 것이다.  

 성공적인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10가지 교훈

 1. 낙관주의와 현실주의의 균형을 맞춰라.

 2. 탁월성과 도덕성을 함께 갖춰라.
 3. 공동체는 성공을 거두는 데 효과적이다.
 4. 정부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
 5. 인재를 끌어들이는 실질적인 환경을 만들어라.
 6 실패를 정직하게 인정하라.
 7. 겸손하라.
 8. 민첩하게 행동하라.
 9. 시장에 귀를 기울여라.
 10. 사명 의식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