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하고 싶다. 잘 썼다고. 참, 잘 썼다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 힘들 만큼 한 문장 한 문장 시선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저자가 카피라이터 출신인 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문장들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 딱 그만큼.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르 파리지엥> 선정 '2014년 최고의 책,'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 등, 책 앞에 붙은 수식어가 무척이나 화려하다. 그런데 이야기가 무겁고 충격적이기까지하다. 주인공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치밀어오르다가도 어느새 동정하고 공감하게 된다. 독특한 구성과 감각적인 문장으로 가득한 이 책은, 정말 읽을 만하다.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어떤 비극적 사건이 없이 내가 살아왔다는 현실에 괜히 감사한 마음이 드는가 하면, 가까운 이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진다. 놀랍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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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앙투안은 30대 중반으로 보험사고 발생 시, 손해액이나 보험금을 산정하는 일을 한다. 어린 시절 7살짜리 쌍둥이 여동생 하나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후 어머니는 충격으로 집을 나갔고, 남은 여동생 하나는 언어장애를 앓게 됐으며, 아버지는 말과 웃음을 잃었다.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부재한 가정에서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앙투안에게 어느 날 어머니를 닮은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왔고 두 아이가 생겨 행복을 맛본 것도 잠시, 아내는 바람을 피우고 떠났고, 무뚝뚝하고 자존심만 강했던 아버지는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자신은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마침내 앙투안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겠다며 잠이 든 어린 딸의 얼굴에 총을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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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부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1, 2부에서는 앙투안이 화자로 나서고 3부에서는 앙투안의 딸, 조세핀이 화자이다. 개인적으로는 조세핀이 화자로 등장한 3부가 더 좋았는데, 너무 일찍 찾아온 비극적 사건으로 어려서부터 가족의 상실과 불안을 감당해야 했던 앙투안이 자신이 부모에게 받은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자식들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딸 조세핀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에게 상처를 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비겁함'을 던져버리고 더 이상 부모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려 애쓰지 않는다. 조세핀은 사람들이 자신을 아프게 하더라도, 그 상처를 더 헤집어 놓지는 않았다. 아버지처럼. 그러기에 조세핀은 아버지 앙투안에게 죄이자 구원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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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여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비극이 찾아온 후, 어머니와 아버지는 남은 두 아이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고 삶에의 의지를 다독여야 했지만 모든 면에서 두 사람은 미숙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글을 즐겨 읽던 엄마는 늘 어두웠고 좀처럼 웃는 적이 없었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절대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사람이었고, 아버지는 '남이 주는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어머니는 30세에 급성 뇌졸중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도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려는 지금, 앙투안은 미성숙했던 자신의 부모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과 여동생을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어째서 우리는 그토록 그리웠던 사람들을 그들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주치게 되는 걸까? (p. 85).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아버지가 앙투안이 15살때  몹시도 좋아했던 '비 오는 하늘의 잿빛을 닮은 눈동자가 커다랗던' 퍼트리샤를 이야기하며 미소를 짓던 대목이다. 오래전 그날, 사춘기 소년이던 앙투안은 아버지의 그 말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춘기 아들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아도 막상 건넬 줄 모르던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 병에 걸린 지금, 오래 전 기억을 되살려 아픈 그 순간으로 돌아가, 소년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건넨다. 이제 어른이 된 그 '소년'은 병든 아버지를 보며 눈물이 흐른다. '어린 시절의 꿈이 이루어지나 했는데 그땐 이미 내가 어른이 되었더구나. (p. 78)''라는 앙투안의 말이 마치 내 목구멍에 걸린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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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의 인생을 빌려 저자는 '인생이란 결국 힘겹더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 말한다. '불공평하게도, 하루의 고통이 1,000일의 행복을 지워버리는 법 (p. 58)'이어도. 어른이 되어갈수록 우리가 생각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도. 그래, 사람들이 아프게 하더라도, 적어도 그 상처를 더 헤집어 놓는 게 나 자신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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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보았다, 프랑스소설

뉴욕에서 엄마와 함께 사는 주인공 시오 데커는 흡연하다 적발돼 정학을 당하고 엄마랑 학교로 향하던 중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하러 미술관에 들른다. 그리고 그날 모든 것이 변했다. 아니, 그날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미술관에서 테러가 발생해 엄마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는데 시오는 살아남았고, 극적으로 건물을 탈출해 정신을 차려 보니 손에는 그날 미술관에서 처음 만난 한 신비스런 소녀와 동행했던 노인이 건네준 반지와 명화 <황금방울새>가 들려 있었다.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시오는 친구 앤디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며 안정을 되찾아가던 중,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를 따라 라스베이거스로 함께 떠나게 되는데 곧 아버지 또한 목숨을 잃게 돼 홀로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문제는 시오가 미술관에서 가지고 나왔던 <황금방울새> 그림을, 세상이 찾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어 번역판만으로도 약 1,000페이지에 달한다. 평소 즐겨 찾는 도서 전문 사이트 www.goodreads.com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단 '너무 길다'는 반응이 많은데, 딱히 시오 데커라는 한 불우한 고아 소년의 성장소설도 아니고, 이야기 내내 마약과 (러시아) 마피아의 이야기가 너무도 구체적이고 또 흔하게 등장한다고 해도 범죄소설은 아니며, 미술품과 골동품을 이야기하지만 예술소설도 아니다. 저자 도나 타트(Donna Tartt)는 하나의 장르로 정의내려지지 않는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소설을 완성해냈고, 그만큼 독자에게 전달하고픈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시오 데커라는 인물을 내세워, 어린아이였던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어떻게 부모의 상실을 이겨내고 홀로 힘겹게 운명에 맞서는지를 "너무도" 자세하게 전달하는데 시오의 처지는 이 책의 제목이자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을 네덜란드 출신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 (Carel Pieterzs Fabritius)가 그린 그림의 제목이기도 한 <황금방울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 작은 생물체는 발목에 사슬이 묶인 채, 언제나 늘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존재이다. 설사 스스로 날아보려 애쓴다 해도, 사슬 때문에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시오의 엄마가 이 <황금방울새>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도, 결국에는 엄마 역시도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꾸려 나가지 못했던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미술관에서 우연히 또래의 여자아이를 보고 사춘기 소년의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그곳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급히 방향을 틀었다. 흥미로운 전개이다. 그러나 아빠를 따라 라스베이거스로 가면서 이야기가 갑자기 느려진다. 물론 그곳에서 실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보리스를 만나게 되니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런데도 이야기가 너무 길다고 느껴지는 건 나와 같은 일부 독자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그렇게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걸 싫어했던 아이 앤디이다. 만약 그때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오의 옆에 있던 인물이 보리스가 아니라 앤디였다면, 시오의 인생은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 또, 앤디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은 주인공인 시오가 열망한 대상, 피파이다. 사고가 있던 바로 그날 <황금방울새>를 바라보던 피파가 마치 자신에게 곧 닥칠 비극을 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쟤는 평생 저렇게 살아야 했을까요?"라고 묻던 장면도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침내 모든 걸 체념하고 뜻을 정한 시오가 꿈에서 엄마를 만난 장면이다. 미소를 머금고 '음, 조금 더 기다렸다가 어떻게 되는지 봐, 알았지?' 라던 시오 엄마의 말에, 저자가 이 긴 이야기를 통해서 말하고자 한 모든 게 압축돼 있지는 않을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어떻게 되는지 보자.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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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정말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한 표지이고, 두 번째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다. 도입부는 확실히 강렬하고, 끝은 다소 작위적인 느낌도 일부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실제로 존재하는 <황금방울새>라는 그림으로 이렇게 장대한 이야기를 창조해낸 점이다. 그림 한 점 위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다가 결국에는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마무리 지어졌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역시 분량이 너무 벅차다. 어떤 외국 독자는 '이 소설엔 편집자가 없어?!'며 책의 분량에 대해 성토하기도 했던데, 분명 이야기가 재미없지는 않은데 악착같이 독자를 붙잡고 늘어지는 힘이 중반부에서 느슨해진다고 느껴지는 건, 분량 탓인 듯 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원서로 읽지 않아서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가끔 의미 전달이 어색한 문장들이 보여서 그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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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항상 기쁘지만은 않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삶에 몰두하는 것, 눈과 마음을 열고서 세상을,
이 개똥밭을 똑바로 헤쳐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 (2권, p. 480)

 

 

http://blog.naver.com/powersoul/220452846599

 

2013년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소문의 여자> 

 

 

 

 

*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국내에서 한국어로 출간된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2010년 말 국내에 선보인 <꿈의 도시>의 연장선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혼과 외도 문제에 노인(부양) 문제까지 그대로이고, 과잉학력과 청년 실업문제, 그리고 부패한 공무원까지 재등장하는데, 사실은 딱히 두 작품 간의 의도된 연계라기보다는 두 작품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의 시대와 사회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서 닮은꼴 배경을 공통분모로 안고 있다. 

 

 

일본의 어느 지방 소도시에서 일어난 3건의 연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제목이기도 한 바로 그 소문의 여자, 미유키가 있다. 사실 미유키의 정체에 대해서는 초반부터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사실 오쿠다 히데오는 애당초 독자들에게 미유키의 정체나 행위를 마지막까지 꼭꼭 숨겨두려고 애쓰지 않았고,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다), 이번 신작을 범죄 스릴러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작품이 스릴러든, 범죄 소설이든, 또는 범죄 스릴러 소설이든, 달라질 건 없다. 중요한 건, 장르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저자가 바로 오쿠다 히데오라는 점이며, 그가 이번 신작 <소문의 여자>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단순히 보험금을 목적으로 벌어진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일단, 구성이 새롭다. 총 10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편의 화자는 한때 어느 시점, 그리고 어느 장소에서 미유키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적이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늘 그렇듯, 이번 작품에도 이름이 헷갈릴 정도로 등장인물이 많지만 그들 모두는 미유키를 축으로 촘촘히 엮여 있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의 제목인 <소문의 여자>와 다르게, 이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미유키가 아니라, 그 여인에 대한 소문을 즐거이 양산하고 전달하고 공유하는 수십 명의 쩨쩨하고 보잘것없는 '보통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즉, 이야기의 정중앙에 소문의 대상인 미유키를 배치해놓고도, 실제로는 그 소문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평범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바로 이 책의 차별화 요인이란 말이다. 중고차가 고장이 나자 과도한 보상금을 뜯어내려는 블랙 컨슈머는 그나마 애교인가 하면, 공무원과 약간의 뒷돈을 거래해서라도 시영 주택에 입주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가진 예비 신부는 그 뒷돈마저 깎으려 오늘도 소위 '간지 안 나게' 씨름 중이고, 허위로 구직 활동 서류를 작성해 실업 수당을 타내는 젊은이들은 부모와 계속 마찰 중이고, 공무원들의 제 몫 챙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제 부모의 유산을 한 푼이라도 덜 받을까 봐 고군분투 중인 자식들을 두고 우리는 '오, 저런 소설 속 주인공 같은 인물들 같으니라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개인의 이익(*승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범죄 수사조차 뒤로 미루는 경찰 간부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사실 이것은 바다 건너 일본만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해온 이야기들이 아닌가?  

 

 

 

핵심은 이것이다. 이러한 '보통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잘못과 탐욕에 대해서는 쉽게 모른 체한다는 것. 어떻게? 공동체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뒷말, 즉 특정 인물을 공공의 적으로 세우고 그에 관한 소문을 만들고 이를 구성원끼리 전파하고 공유하면 된다. 자신들 또한 사회 법규를 위반하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살아가며, 더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켜가면서도, 오로지 내 죄는 '나보다 더 무거운 죄를 지은 저기 저 사람의 죄에 비해서는 죄도 아니다'라고 자위하며 스스로에게 한없이 관대했던 사람들.  과연, 그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저지른 죄는 정녕 타인의 죄에 의해 가려질 수 있으며, 그래도 되는 것일까? 물론, 미유키의 행위가 옳다거나 그녀의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지방의 어느 소도시에서 잊혀진 채 살아가고 또 그렇게 살아가도록 강요받은 무수한 여성들에 비해 그래도 '미유키 너는 우리보다 낫다'던 미사토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도 아니다. 그저 이 더운 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오늘 이 순간에도 분주한 움직임으로 예의 그 쩨쩨함을 가다듬고 있을 우리들의 모습이 눈물겨울 뿐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강점은 스스로 말하듯 해학에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글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그 속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가 그려내고자 하는 것이 긍정적인 단면이든 부정적인 단면이든 그가 그려내는 그림에는 언제나 해학코드가 덧칠해져 있다. 연쇄 살인 사건(소문의 여자)이나 사이코패스에 의한 납치(꿈의 도시)나 올림픽을 앞두고 일어난 폭발 사고(올림픽의 몸값) 등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 해학을 가미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미천한 나로서는 짐작할 수 없는 일이나, 그저 그 모든 것이 '오쿠다 월드'에서 일어났으니 가능하지 않았나 추측해볼 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소문의 여자, 미유키는 90년대 초반에 큰 화제를 일으켰던 <원초적 본능>의 히로인 샤론 스톤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욕망이나 필요에 따라 치명적인 매력을 무기로 남자를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가하면 또한 쉽게 (죽여)버릴 줄도 알았던 희대의 팜므파탈, 캐서린이 스크린을 뛰쳐나와 기모노를 입고 긴 흑발을 휘날리며 책 속으로 들어가 버린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