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도감>. 이 책은 한마디로 참 친절하다.

캠핑과 야외생활 등, 일상을 벗어난 생활 자체를 하나의 모험으로 간주한 이 책은

안내서나 가이드가 아니라 굳이 '도감'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감이라 하면, 사물에 대한 보다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감을 가게 하는데,

이 책 역시 모험에 대해 (우리가 평상시에는 잘 챙기지 못하는) 진실에 대해 아주 속속들이 짚어주고 있다.

또한 단지 텍스트로 풀어놓은 게 아니라 텍스트 이상의 그림으로 바로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캠핑과 야외생활을 하는데 이렇게 많은 어드바이스가 필요할까, 라는 의구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평범한 듯한 내용 속에서 '아하,'라는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다 알고 있는 듯한 사실인 것 같으면서, 우리가 쉽게 오해하고 있는 내용들을 바로 잡아주는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었다.

야외로 나가 걸을 때의 방법부터 야외에서 밥을 지을 때의 팁, 고기를 잡을 때 좋은 방법,

비상 시의 대처법 등 우리가 야외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 만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에 대한 대처법,

혹은 야외 생활 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명쾌한 답이 이 한 권에 빽빽하게 담겨 있다.

책을 볼 때면,

'이 책은 나와 오랜 인연을 갖고 가겠구나', 혹은 '한 번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주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책은 단연 전자 쪽이다. 캠핑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지만 섣불리 떠나지 못하고 있는 나는

우선은 모험도감이라는 신선한 제목과 '과하다' 싶을 만큼 친절한 구성에 이끌려

사실 별 목적을 갖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앞으로 캠핑이나 가족여행을 떠날 때에 이 책은 카메라만큼이나 필수적으로

챙기는 책이 될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야외에서 어떤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현명한 답을 줄 책이므로. 

처음 <고등어를 금하노라>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그저 독일로 건너가 독일인의 절약정신을 답습해 아주 근검절약하며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인가보다 생각했다.

맞다. 물론 이 책은 한국인 여성이 검소한 독일인 남자를 만나

매우 아껴가며 자린고비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며, 포커스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여러번 한숨을 지었다.

무슨 책이든 책을 통해 분명 배울 게 있기 때문에 그 의도로 세상에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긴 하다.

교육적인 의도를 갖지 않은 책은 드물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교훈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삶 전체를 통틀어 내가 지금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거듭하게 만들었다.

우리 부부는 학력에 비해서 적은 보수와 실력에 비해서 낮은 사회적 위상을 떳떳하게 감수한다. 또한 무섭게 절약한다. 아직도 크루아상 하나를 온전히 먹는 법 없이 꼭 둘이서 나눠 먹고 물 한 방울, 토마토 한 알도 헛되게 쓰지 않는다. …… 자유를 구하기 위한 검약의 습관은 2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부부 사이에 유별난 동지 의식을 키웠다.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크루아상을 둘로 가르는 순간 우리가 은밀하게 주고받는 교감이라니. 그 자신감과 자긍심이라니. 파트너를 향한 존경과 신뢰를 담은 이 동지 의식은 우리 가정의 버팀목이다. - 23~24쪽

이 대목을 읽으면서도는 이틀에 한 번꼴로 내다버리게 되는 음식들을 생각했다.

지금 우리 가족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나누는 것은 30평 아파트 말고 또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때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해 아침, 저녁은 꼭 같이 먹자, 다짐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밥상을 둘러싸고 앉아있었을지언정

텔레비전에 열중하고 있었다.

개개인의 자유를 허용하면서 가족의 이름으로 행복하게 엮여있는

저자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참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을 보며,

자유로움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되었고, 가족의 존재에 대해서도

찬찬히 되돌아볼 수 있었다.

과감히 고등어를 금하고, 금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싶어졌다.

나는 지금 저녁반찬으로 내놓을 고등어를 구우려 한다.

하지만 오늘 내 앞에 놓여 있는 고등어는 이전의 고등어와는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이 책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