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였을 때는, 대한민국 지도 앞에서도 너무 넓어 숨이 턱 막혔었다.
그리고 좀더 자라 세계전도를 만났을 때는
손바닥보다 좁은 우리나라 주변으로 수많은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사실에
더럭 겁이 났었다.
반면 올해로 열한 살인 아이를 비롯해 요즘의 아이들에게 세계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공간이다.
기껏 책으로나 만날 수 있었던 예전의 세계와는 확연히 다르게 세계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이름들 역시 어른인 나보다 아이가 훨씬 많이 알고 있고,
여러 단행본들과 지도책들을 통해 세계지도 속에 숨은 듯 존재하는
수많은 나라에 대한 정보들 역시 아이가 더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세계의 어린이 아틀라스>는 세계 여러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한 아이가 이전에는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구성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색다른 각도로 그 나라를 조명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전의 책들이 단순히 그 나라의 객관적 정보에 충실한 책이었다면,
<세계의 어린이 아틀라스>는 또래 아이들의 잣대로 보고, 그 아이들의 어조로
그 나라를 소개하는 책인 것이다.
<세계의 어린이 아틀라스>는 전세계 80개 나라 아이들이 전하는 80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정말 각 나라에 살고 있는 아이가 툭 튀어나와 자신의 관점에서 본 나라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누군가 속삭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세계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제각기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전해듣고 있는 것처럼 친숙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시원스레 펼쳐진 비주얼과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나라들의 이야기를
읽던 아이는 어느 새 깊이 몰입했고, 중간중간 아이가 새롭게 알게 된 나라의 이야기를
엄마인 내게 마치 '막 전해들은 따끈따끈한 소식'인 양 말해주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아이와 함께 간만에 독후활동도 했다.
아시아편을 읽던 아이는 내심 기대했던 대한민국 이야기가
사실 조금은 기대에 못미쳤다고 했다.
대한민국을 말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무 남과 북이 선을 긋고 살고 있는 현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은 아이에게 '대한민국-이상윤'이라는 제목을 써준 후
세계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나라 이야기를 써보라고 했다.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는 '대한민국은 2002년에 월드컵을 개최했던 나라야.'로 시작하는
우리나라 이야기를 썼다. 자신이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 박지성 선수가 며칠전에 맨유에서
골을 넣었다는 것, 우리 국민들은 다른 나라와 축구 경기를 할 때 모두들 일찍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는 것 등등 아이가 쓴 대한민국 이야기를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아이들의 나라 이야기들 만큼이나 가슴 한 켠을 찡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