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반갑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서 일정한 나이를 먹은 이후부터 친구들이나 엄마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피부재생술과 주름제거술, 성형술 등에 대한 얘기가 화제가 오른다.

누군가의 팽팽해져 한층 젊어진 외모를 보며 부러워들 하고,

스스로도 더 젊어지고 싶어 병원 근처를 기웃댄다.

그러던 차에 접하게 된 <쫓기는 아이>는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먼저 읽었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숙연한 마음으로 읽었다.

지금 철 없이 장난에 빠져있는 아이와 조금씩 나이들어 가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예전과 달리 너무도 고맙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의 배경은,

지금 우리가 마음 속으로 갈망하는 젊음. 이를 향한 끝을 모르는 의과학의 발전이 곧 현실인 시대다.

지금처럼 달려간다면 머지않아 도달하게 될 그 미래는 지금 사람들의 꿈처럼

더욱 젊고,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렇듯 부러울 게 없는 세상에는 불행하게도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마저 물건의 하나처럼 거래하고 심지어 유괴를 일삼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태린'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진짜 어린아이.

그 아이는 진짜 어린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람들 사이에서 사냥의 대상이 된다.

더욱 끔찍한 건, 이런 태린에게 더이상 자랄 수 없도록 만드는 '피피 이식수술'을 감행하려 한다는 것.

자연스럽게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은 태린은 이 수술의 공포로 벗어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해

제목처럼 '쫓기는 아이'가 되고 만다.

초등 5학년인 아이는 이 책을 읽은 후,

자신의 꿈인 '과학자'가 좋은 직업만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건전한 꿈을 위해 애쓰는 과학자들이 더욱 많다는 말로 아이를 다독거렸지만

날로 발전하는 의과학에 대해 조금은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 건 분명한 것 같다.

의과학의 발전과 젊음과 장수에 대한 욕망이 그릇된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인간의 욕심이 끔찍한 불행을 자초할 수 있다는 훌륭한 교훈을 준 <쫓기는 아이>.

이 책을 통해 이제 조금씩 꿈을 구체화시켜가는 아이가

자신이 살아갈 미래사회에 대해 조금 더 건강한 꿈을 키워나가길 바래본다. 

조선왕조실록은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게 난 역사서 중 하나다.

4학년부터 역사의 비중이 커지면서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체험학습을 부지런히 다녔다.

신라를 알려주기 위해 경주를, 백제를 보여주기 위해 부여와 공주를

그리고 조선시대를 간접체험할 수 있도록 서울의 고궁 순례를 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체험학습을 다니기 전에 일종의 매뉴얼처럼

역사서를 통해 역사를 먼저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전까지의 체험학습을 속편하게 가족여행이라 생각한 다음,

역사서를 골라 읽히는 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서점에 깔려있는 수많은 역사서들 중 '이 책이다' 싶은 역사서는 쉬 눈에 띄지 않았다.

역사가 제대로 담겨있는 책은 울 아이 수준을 훌쩍 넘어서

아이가 어려워 밀쳐놓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역사적 용어 몇몇 담아놓고 역사만화라 이름붙인 코믹 캐릭터가 등장하는

역사만화서는 엄마 입장에서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알게 된 책이 바로 웅진에서 나온 <박영규 선생님의 만화 조선왕조실록>시리즈였다.

*

인터넷 카페를 통해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후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가서

구입 전에 먼저 대략적으로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의 조건은 만화 구성으로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엄마인 내가 내건 조건은 만화일 경우, 별도의 코믹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인물이 주인공인 만화역사서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1권을, 아이는 2권을 훑어보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아이와 나는 거의 동시에 '이책 사자'는 말을 했다.

엄마 입장에서는 여느 만화처럼 웃으며 시작해 웃으며 끝나는,

그 외에는 남는 게 별로 없는 만화가 아니어서 우선 반가웠다.

웅진주니어, 라는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 이 책을 구입하게 했다.

또, 사극처럼 흥미를 위해 왜곡된 부분이 없이도 충분히 재미를 주었다는 점에 끌렸다.

조목조목 짚어준 역사적 사실이나 뒷편에 따로 짚어준 흥미로운 문답식 구성 또한

엄마로서 아이에게 권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재미'를 중시하는 아이는 이 책을 보며, 다른 만화를 볼 때처럼 킥킥대는 건 없었지만

지금껏 보아온 역사서들 중 가장 재미있다는 평을 내렸다.

만화책이지만 읽고 난 후 아이 입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도

흡족하게 했다.

*

때문에 조선왕조실록 8권과의 만남은 지극히 당연했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비로소 조선시대에 대한 일목요면한 정리가 가능해진 아들은

조선왕조실록 8권을 읽기 전, 표정이 어두웠다.

조선왕조실록의 마무리 책인 동시에 이 책에는 조선시대의 몰락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까닭이다.

철종, 고종, 순종으로 이어지는 굴욕과 비극의 역사를 읽으며 아이는

요즘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 제중원의 시대적 상황과 연결시켜 가며

조선시대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막을 내렸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또, 뒤에 첨부되어 있는 '우리 역사, 이것이 궁금해요' 페이지를 통해 나온

석빙고를 보며 일전에 체험학습을 통해 보고 온 석빙고를 떠올리기도 했다.

드라마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도화서'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넘어갈 수 있었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를 통해 조선시대 왕들의 변천사와 그 변천사 속에 녹아있는

조선시대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할 수 있게 된 아이는

아직 보지 못한 고려왕조실록과 고구려왕조실록, 신라왕조실록, 백제왕조실록도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

역사를 거꾸로 되짚어가는 셈이지만,

이렇게 시대별로 묶어서 읽으면, 한 시대를 한 몸처럼 기억하게 돼

역사공부에 매우 유리한 것 같다.

울아들처럼 기본적으로 만화에 익숙한 아이에게 보다 심층적이고 제대로 된

역사서를 접하게 하고 싶다면, 박영규 선생님의 <만화 조선왕조실록>만큼

현명한 선택도 드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