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햄릿>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문화적 혜택이다.

왜냐하면, 예전에 우리가 어린이였을 때, 셰익스피어는 만나기 힘든 인물이었다.

나이 차가 벌어지는 언니, 오빠의 책꽂에 꽂혀있는 '해석이 잘 안되는' 셰익스피어를

만나는 게 고작이었던 것이다. 그때의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이되, 전혀 닿지 않는

코드의 셰익스피어로 어떠한 감동도, 공감대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를 위한 햄릿>은 제목 그대로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햄릿이다.

원작은 분명 윌리엄 셰익스피어이되, 로이스버뎃이라는 캐나다에 실제로 존재하는

햄릿 공립학교의 교사가 어린이의 눈높에 맞게끔 재구성한 까닭이다.

실제로 이 책은 어른들이 아는 햄릿의 어린이 버전으로 각색되어 있다.

그런데 단지 어린이를 위한 각색에 멈추지 않고, 어린이의 순수한 생각까지

그대로 담아내, 본문과 곁들여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손보지 않은 어린이의 생각을 날것 그대로 접하면서 내 아이 역시

편집되지 않은 자신의 생각을 한번쯤 꺼내볼 용기를 내게 하는 힘이 있다.

 

책의 말미에는 햄릿 원서도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어,

다가올 여름방학, 아이와 함께 원서를 읽는 시간을 가져볼 만하다.

<술술~ 읽는 물리소설책>은 제목이 말해주듯

다소 어려운 개념의 물리를 소설처럼 술술 읽히게 구성한 책이다.

사실 초등 4학년인 아들이 아무리 과학을 좋아한다지만

다소 빽빽하다 싶은 글밥과 아직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은 '물리' 관련 책을

권한다는 것이 무리는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책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다독을 하지 않는 스타일의 아이인지라

적잖이 걱정을 품고 건넨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의 손에 건네지지마자 근래 들어 가장 애착을 가진

책으로 바뀌었다.

일단 꽂힌 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아이의 책읽기습관은

이 책에 더욱 강렬하게 적용되어, 아침에 학교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학원 버스 안에서, 심지어는 식탁 앞에서 밥이 차려지기 직전까지

끼고 읽었다.

'물리'를 저리도 재미있게 빠져 읽는 아이가 도리어 의아해진 나는

"그렇게 재미있냐?"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고.

결국 상당한 글밥과 분량의 책임에도 하루만에 거뜬하게 읽은 이 책을

신기한 기분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쯤에서 엄마인 나는 학교 다닐 때, 수학+과학에 노이로제를 안고 있을정도로

거부감을 느꼈다...ㅜㅜ)
이 책은 기억속에서 완전 가물가물해진 물리책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이 책의 매력은 구성방식의 차별화에 있다.

바로 소설이라는 비교적 편안하고 대중적인 책읽기가 가능한 방법을

물리에 접목시켰다.

즉, 피직즈호를 찾아 좌충우돌 모험을 펼치는 닥터 스키조와 따루, 나리스라는 주인공들이

이름만큼이나 코믹한 방법과 에피소드를 겪으며 물리를 자연스럽게 배워나가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코믹한 느낌으로 삽입되어 있는 그림의 힘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단지 물리에서 파생된 재미난 요소들만 소설적으로 엮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재미 뒤에는 아주 꼼꼼한 학습적 요소들이 버티고 있는 까닭이다.

이를테면 각 페이지마다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물리 용어들이 주석 형식으로

뜻 풀이가 되어 있어, 아이들이 어려운 용어를 절대로 그저 지나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개념노트가 따로 정리되어 있어 물리 학습서의 성격 역시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엄마 입장에서 가장 반가운 페이지는,

쳅터가 끝날 때마다 붙어 있는 물리실험이다.  이는 집에서도 간단히 응용해볼 수 있는 것들이어서

단지 눈으로 훑고 끝내는 물리가 아니라 실험을 통해 보다 탄탄하게 다지는

물리 공부를 가능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