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도권 교육을 통해 영어를 공부했다. 그리고 취업 준비를 위해 TOEIC, 공무원 영어 등을 공부해 왔다. 그 교육은 맨투맨영어 혹은 성문영문법 등을 통해 이루어 졌고, 그런 영문법 교재들은 일본에서 넘어온 것들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배운 영문법 교육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문법인 것이다. 즉, 영어를 영어권에서 만들어진 문법으로 배워야 하는데 일본에서 만들어진 문법으로 공부 했다는 것이다. 마치 프랑스 사람이 한국 문법책을 인도에서 나온 것으로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영문법을 실 사용을 목적으로 둔 것이 아니고 연구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엄청나게 복잡해 졌고, 외울 것 천지였다. 내가 공부 해 올 당시엔 다른 대안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노암 촘스키의 인지론적 언어 학습법이 개발되고 나서 부터는 좀 더 자연스럽게 영어를 학습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촘스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영문법 책도 국내에 출판되었다. (감으로 하는 영어)

얼마 전에 서점을 가서 거의 7년간 하지 않은 영어를 다시 시작하려고 영문법 책을 둘러봤다. 인지론적 영문법 책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간단하게 동사의 시제 중심으로 정리된 책이 있어 훑어 봤는데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그 책 제목은 [네 머리 속의 영문법을 바꿔라] 이다. 이 책의 저자도 역시 자연스러움에 중점을 두고 영문법을 표로 도식화하여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은 너무 쉬워서 책을 다 읽는 동안 사전이나 단어장은 전혀 필요치 않았다. 문법 설명보다는 원리를 설명하고 해석 하는 방법에 치중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은 <올바르게 해석하는 방법> 이다. 그래서 설명을 하면 반드시 2 페이지씩 연습을 할 수 있는 워킹북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특히 어려워 하는 과거완료 진행수동이나 미래완료 진행 등 해석하기가 난해한 구조를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다 연습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나 처럼 영문법을 한 번 정리하고 원서 읽기에 돌입 하는 사람에게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문법, 영어원서

살아오면서 영어는 항상 걸림돌 이었다. 원체 외국어에 익숙해지지도 않을 뿐 더러 평균 한국인의 영어학습량 보다 적은 학습량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살아가면서 점점 영어의 필요성은 점점 증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과 카페 등을 돌아다니고 결정한 것이 영어 원서 읽기였다. 왜 Reading 인가. 최근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TOEIC 이 사라지고 OPIC 으로 대체 되었다. 국내의 영어의 흐름은 수동적으로 듣고 읽는 영어에서 듣고 말하는 회화 중심으로 급격하게 이동되었다. 시대에 역행 하면서 왜 Reading 인가.

이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 [스피드 리딩]이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 필요한 뇌과학, 인지학 등을 동원하여 성인이 무언가를 배울 때 어떤 식으로 습득이 되는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태어태어나부터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이 있다고 한다. 좌뇌형 인간은 계산, 논리 등을 잘하고 우뇌형 인간은 창의, 예술 등을 잘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제도권 교육이 철저하게 좌뇌형에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학교에서 주의가 산만하고 수업 중에 공상을 자주 하는 아이가 바로 우뇌형 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단순히 뇌 뿐 아니라 오감을 느끼는 감각기관들까지 결합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좌뇌형 인간이 오른쪽 신체가 발달 했으면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는 우뇌형 인간이 오른쪽 신체가 발달한 경우다. 뇌가 통제하는 반대쪽 신체기관들이 발달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학습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눈이 발달 했는지, 귀가 발달했는지, 입이 발달했는지에 따라 어떤 사람은 읽기로 학습하는 게 효율적이고, 또 다른 사람은 귀로 들어가면서 학습하는게 효율적인 사람이 있다. 즉, 무조건 읽기가 좋다든지 무조건 리스닝이 최고라든지 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에 따라 발달한 뇌와 신체 기관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궂이 내가 이 이론에 나를 끼워 맞추려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영어를 학습한 과정을 뒤돌아 보면 나는 그래도 읽기가 좀 더 편했던 것 같다. 내 평생 영어를 공부한 기억은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배우고, 수능 준비하면서 공부하고, 취업 준비하면서 TOEIC 공부한 것이 전부인 것 같다. 전부 시험대비를 위한 시험 영어를 했다. 한마디로 요령만 공부한 것이다.

지금 나이 서른을 넘어서 다양한 책들을 읽고 하다 보니, 한글로 된 서적에 심한 공허함을 느꼈다. 특히 번역서를 보다 보면 이딴 걸 돈을 받고 번역해서 팔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번역서를 읽다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이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번역이 엉터리인경우가 대부분 일 것이다. 특히 전문 분야의 경우는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가면 한글 서적은 찾을 수가 없다. 특히 정보의 공유에 인색한 한국사람들의 특성일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이유로 영어 원서를 읽을 필요성이 느껴져서 다시 영어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스피드 리딩] 은 영어를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다만 영어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어떤 식] 으로 해야 되는지 구체성이 부족하다. 단지 영어 원서를 분당 150 단어 이상으로 읽으라고만 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좋을 뻔 했다. 그래도 영어 원서 읽기를 시도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동기 부여 용도로는 아주 좋을 것 같다.

영어원서, 스피드리딩

사실에 기반한 성배에 대한 주변자의 이야기

 

음모론과 전설, 성배, 장미십자회, 프리메이슨 등의 이야기는 중세 시대 에서도 이미 거론되었던 것 같다. 세상이 현대화 되고 점점 잊혀지고 있었는데 온 세계의 이목을 한 순간에 집중 시킨 소설이 있었으니 댄브라운의 [다빈치코드] 였다(국내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 보유). 이 엄청난 소설은 단번에 전세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영화화 되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기독교 보수 단체인 한기총(한국기독교 총 연합회)은 다빈치코드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영화 상영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까지 냈다. 물론 국내에서도 엄청난 히트를 쳤지만 전세계적으로 비판도 많이 받았고 소송도 몇 번 있었다. 그 소송 중 하나는 [성혈과 성배]의 저자들이 본인의 책의 대부분을 차용하여 [다빈치코드]를 썼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이나 영국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 후 성배 관련 이야기는 진부한 것이 되었는지 책도 별로 나오지 않았는데, 찰리 채플린의 며느리인 패트리스 채플린에 의해 [비밀의 도시] 가 출판 되었다. 본인이 겪은 일을 엮었다고 하며 주인공 역시 패트리스 이다. (이름만 나오고 성은 나오지 않는다.)

오랜만에 읽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다. 이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였지만, 명백하게 소설의 커다란 맥에서 비껴나 있다. 성배의 비밀을 가진 도시 지로나. 그리고 수 많은 전설과 음모론이 탄생한 도시 렌르샤토. 이 두 도시가 이야기의 무대이다. 10대 초반에 친구와 함께 집을 떠나 집시처럼 여행하던 패트리스는 지로나에 도착하여 남자 주인공인 조세를 만난다. 첫 시작은 우연이였으나 전개는 점점 둘간의 애틋한 애정으로 발전한다. 아주 담담한 어체로. 우리 말로 흔히 밀당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남을 계속 근근히 유지를 하며 어느새 주인공들은 나이를 먹어서 패트리스는 20대, 30대를 지난다. 세월이 지나면서 조세는 점점 패트리스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 처럼 보였다. 패트리스는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조세도 결혼을 하였다. 하지만 우연은 그들을 계속 인연의 끈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잠시 멈췄는데 조세가 서있기도 하였다.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가면 답답할 정도로 전개가 느리다. 이야기는 소니에르 신부가 렌르샤토를 거쳐 지로나에 왔었는가를 추적하는 패트리스를 따라 흐른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며 그들은 패트리스를 주변인 취급하며 때론 적대하며 핵심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체 성배란 무엇일까? 물리적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패트리스는 100년도 더 지난 사람들 끼리 주고 받은 편지 등을 수집하며, 비밀을 간직하고 알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소니에르 신부, 그 신부를 대리하여 지로나에 머물며 비밀문서들을 관리했던 마리아 투르드를 조사한다. 남자 주인공인 조세가 속 시원하게 모든 것을 알려줬으면 좋으련만 조세는 그러지 않는다. 집회의 참여자가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는 말로 둘러대더니 나중에는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면 신변이 위험해 질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점점 나이를 먹어 중년이 되었다. 패트리스는 아직까지도 성배의 비밀을 조사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가 기승전결이라면, 이 책은 기승전 만 있다. 제일 중요한 결이 빠져 있다. 작가는 너무 사실에 집착해서 소설을 쓴 것 같다. 소설 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픽션을 좀더 가미하여 결정적인 결말을 내주었으면 훌륭한 소설이 되었을 텐데 독자로서 참 아쉽다. 그래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방식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이야기에 집중이 된다. 하지만 극적반전이나 이 소설을 통해 성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기를 원한다면 이 책은 안 읽는 편이 낫다.

누군가의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읽었는데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이 책을 읽으니 [다빈치코드]와 [성혈과 성배]를 읽고 싶다.”

 

내 생각이 딱 이렇다. 다빈치코드는 소설도 읽고 영화도 봤지만, 다시 읽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