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의 눈물>은 전형적인 공상과학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물론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그에 비해 아쉬움이 너무도 크다. 마이클 코디의 명성은 익히 들어 왔기에 읽기 전부터 어느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뭐 어때, 재밌으면 됐지- 하며 입맛을 쩝 다시고 나니,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만저만한 범작이라는 생각이다.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어야 할 SF소설에서 더이상 새로운 발견은 없었다. 한치의 오차없이 그는 할 말을 다 했고, 나는 어떠한 충격이나 교훈조차 얻지 못한채 책을 덮었다. 비주얼적인 면만 충족되었었을 뿐, 찝찝하다. 혹 그가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해도 다음 작품, 그 다음 작품에서도 똑같은 내용으로 울궈먹지만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우리가 아는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는 대개 이렇다. 일단 초반부에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 놓는다.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인류애를 무시하고 구현된 미래.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고... 배후에는 어떠한 음모 세력과 그에 맞서는 소수가 있다. 그리고는 인간이 가져야 할 도덕적 가치를 새삼 강조하며, 점차적으로 세계관을 유토피아로 돌려세우는 식이다. <신의 유전자>와 <크라임 제로>에서 보았듯 마이클 코디는 '(인류의 미래에 있어) 진실과 정의만이 승리한다'는, 어쩌면 너무 식상한 아포리즘을 갖고 있는 듯하다. 반사회적 음모론을 제기할 것.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메시지를 포함할 것. 현재에 대한 경고, 혹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되 결말은 독자에게 맡길 것.

이 <루시퍼의 눈물> 또한 그러한데, '옵티넷'이라는 새로운 광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류의 미래는 스스로 시험받게 된다. 옵티넷이 정신적 영역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은 영혼과 육신을 잇는 사후세계의 영역까지 손을 뻗치게 되고, 그로 인해 비밀은 걷잡을 수 없는 형태로 제각기 번져나간다. 사후세계. 이것이 이 책의 포인트라면 포인트겠다. 또한 '영혼진리교'를 전면에 내세워 가톨릭의 폐소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종교와 과학의 접점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속 캐릭터는 사비에르와 브래들리, 그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마일즈와 엠버를 축으로 선악의 구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과거의 아픈 기억, 미래에 대한 환상과 허상, 개인적인 고뇌, 갈등, 사랑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실감나게, 그러나 너무 많이 버무려 놓았다. 그것이 이 작품을 그저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도 그가 마지막에 구원에 대한 정의를 유보한 것에는 감사하다. 사견을 곁들이자면, 신의 뜻을 받든다는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신념과 관계된 행동이기에 모두가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애당초 삶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고, 그래서 살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예측불가능하고 이런 세계, 저런 세계가 공존한다. 더군다나 나는 사후세계에 대한 관점도 그리 뚜렷한 편이 아니다. 내게 죽음 이후의 삶은 언제나 몽롱하고, 혼탁한, 어떤 실존하지 않고 부유하는 바람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래서일까. 나는 식상할지라도 누군가가 예측해주는 미래를 보는 일이 즐겁고 스릴있다. 그가 보여주는 미래를 보며, 나는 굳이 그것을 긍정하고 싶지도 부정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럴 법하다- 는 것. 그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열린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나와 나의 세계를 규정하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오로지 자신의 믿음만이 실존을 정의한다. 내게, 루시퍼는 없었다. 오직 나만의, 나만의 세계가 있을 지어다.

<루시퍼의 눈물>은 전형적인 공상과학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물론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그에 비해 아쉬움이 너무도 크다. 마이클 코디의 명성은 익히 들어 왔기에 읽기 전부터 어느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뭐 어때, 재밌으면 됐지- 하며 입맛을 쩝 다시고 나니,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만저만한 범작이라는 생각이다.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어야 할 SF소설에서 더이상 새로운 발견은 없었다. 한치의 오차없이 그는 할 말을 다 했고, 나는 어떠한 충격이나 교훈조차 얻지 못한채 책을 덮었다. 비주얼적인 면만 충족되었었을 뿐, 찝찝하다. 혹 그가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해도 다음 작품, 그 다음 작품에서도 똑같은 내용으로 울궈먹지만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우리가 아는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는 대개 이렇다. 일단 초반부에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 놓는다.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인류애를 무시하고 구현된 미래.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고... 배후에는 어떠한 음모 세력과 그에 맞서는 소수가 있다. 그리고는 인간이 가져야 할 도덕적 가치를 새삼 강조하며, 점차적으로 세계관을 유토피아로 돌려세우는 식이다. <신의 유전자>와 <크라임 제로>에서 보았듯 마이클 코디는 '(인류의 미래에 있어) 진실과 정의만이 승리한다'는, 어쩌면 너무 식상한 아포리즘을 갖고 있는 듯하다. 반사회적 음모론을 제기할 것.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메시지를 포함할 것. 현재에 대한 경고, 혹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되 결말은 독자에게 맡길 것.

이 <루시퍼의 눈물> 또한 그러한데, '옵티넷'이라는 새로운 광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류의 미래는 스스로 시험받게 된다. 옵티넷이 정신적 영역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은 영혼과 육신을 잇는 사후세계의 영역까지 손을 뻗치게 되고, 그로 인해 비밀은 걷잡을 수 없는 형태로 제각기 번져나간다. 사후세계. 이것이 이 책의 포인트라면 포인트겠다. 또한 '영혼진리교'를 전면에 내세워 가톨릭의 폐소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종교와 과학의 접점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속 캐릭터는 사비에르와 브래들리, 그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마일즈와 엠버를 축으로 선악의 구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과거의 아픈 기억, 미래에 대한 환상과 허상, 개인적인 고뇌, 갈등, 사랑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실감나게, 그러나 너무 많이 버무려 놓았다. 그것이 이 작품을 그저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도 그가 마지막에 구원에 대한 정의를 유보한 것에는 감사하다. 사견을 곁들이자면, 신의 뜻을 받든다는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신념과 관계된 행동이기에 모두가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애당초 삶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고, 그래서 살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예측불가능하고 이런 세계, 저런 세계가 공존한다. 더군다나 나는 사후세계에 대한 관점도 그리 뚜렷한 편이 아니다. 내게 죽음 이후의 삶은 언제나 몽롱하고, 혼탁한, 어떤 실존하지 않고 부유하는 바람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래서일까. 나는 식상할지라도 누군가가 예측해주는 미래를 보는 일이 즐겁고 스릴있다. 그가 보여주는 미래를 보며, 나는 굳이 그것을 긍정하고 싶지도 부정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럴 법하다- 는 것. 그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열린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나와 나의 세계를 규정하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오로지 자신의 믿음만이 실존을 정의한다. 내게, 루시퍼는 없었다. 오직 나만의, 나만의 세계가 있을 지어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책이 심히 짜증스럽다. 소위 처세술 혹은 방법론을 가르치는 책들 말이다. 그것들은 대개 우리가 어떠한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을때 완벽한 해답을 제시해줄 것처럼 으스댄다. 100원으로 백만장자 되는 법, 10일안에 남자친구 생기는 법, 이렇게 운동하면 권상우처럼 될 수 있다, 우리아이 수재 만들기 프로젝트 등등. 어찌나 입에 발린 소리들로 헛된 꿈을 꾸게 하는지...차라리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따위의 조크가 내겐 더 영양가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책들을 골백번 접했지만 아직까지도 100원이 없어, 애인이 없어, 복근이 없어 절절매고 있는데다 수재는 커녕 그나마 머리가 굳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저자는 마법사라도 되는 모양이다. 본인이 모든 인생의 본보기라고 생각하는 나르시스트이거나, 혹은 조언을 얻고픈 인간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책 몇권 더 팔아먹으려는 상술에 빠진, 제법 돈독 오른 장사치임에 틀림없다. 너무 시니컬한가? 그러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낯짝 하나 변하지 않고 그런 위세등등한 허풍을 떨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 일에 대해 말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실로 말이 많은 세상이다. 뉴스, 신문, 책, 각종 매체들에 둘러싸인 우리는 하루종일 비판과 아첨, 조롱, 시시껄렁한 농담에까지 귀를 열어두고 산다. 조언도 그렇다. 너무 많아 포화상태에 도달한 것 같은데도 끊임없이 그들은 제2, 제3의 조언을 한다. 어떤 이는 착하게 살아야 복이 온다고 하고, 어떤 이는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고 한다. 그 수많은 조언들을 걸러낼 판단력이 없으니, 감언이설에 혹해 이리저리 줏대없이 채이는 이들만 늘어간다. 그래서 내가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본인이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약도 과하면 독이 된다고, 아무리 보기좋고 듣기좋은 말이라도 정도를 넘어서면 토악질이 나는 법이다.

그러나 조언이란 것이 본디 도움을 주기 위해 말하는 것이므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까지야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모든 존재는 흐르는 강물과도 같으므로, 미래를 생각하며 괴로워하지 말라' 는 의미의 말을 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얼마나 통찰력을 키워 삶의 깨달음을 얻을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조언은 조언일 뿐, 현재를 충실히 살면 그뿐이지 않은가. 내가 충실한 현실이 곧 또다른 삶에게 말할 수 있는 훌륭한 조언이 될 것이니까. 내 인생과 나의 미래는 분명 나만이 개척해나갈 수 있다. 그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사고며 라이프스타일이 각기 다를진대 설령 우리가 조언에만 의지하여 살아간다 하더라도 어차피 각기 다른 미래를 살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 결국 조언이란 삶이 경험에 비추어 도출해낸 나름의 최선일 뿐이다. 그렇게 조언은 아버지로부터,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책으로써, 지기의 애정으로써, 나를 아끼는 이의 충언으로써만 온전히 남겨져야 한다.

'대답의 책'이란다. 일언지하에 평가절하될만한 제목이다. 표지 또한 열쇠구멍에 모든 해답이 있는 양, 독자를 현혹시킨다. 대놓고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런 Q/A식의 책들은 하나같이 질문들이 뻔하므로 별볼일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쭈, 꽤 제법'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다. 선입견으로부터 나오는 실망스런 부분들을 차치한다면, 비록 그것이 온전한 조언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유쾌한 대답으로써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책 속의 대답들은 모든 물음의 근본적인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고 솔직해질 것을 요구하는데, 가령 이런 식이다. - '인생이 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신이 뻔해졌기 때문이지요' - 이처럼 그 여느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대답들이 이 책의 매력이겠다. 도발한 만큼의 기대치는 충족시켜주지 못하나, 조언에 신물이 난 한 사람으로써, 굳이 조언을 얻고자 한다면 차라리 이런 책을 읽으라. 질문도 대답도 가볍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게 느껴

것을. 모든 사람이 사랑을 알지만 모두가 사랑하는 것이 아니듯,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책을 덮자마자,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내 사진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살펴보았다. 여행 도중 거리의 예술사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는 김형경씨의 반토막 일화가 뇌리를 강하게 스쳤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길, 맨처음 찍은 사진은 인물이 가장 조그맣게 담겨 있었으나 나중에 찍은 사진일수록 인물이 점점 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자신이 피사체와 이루는 동일시에 대해 자각했기 때문이라고. 아니나다를까. 내 사진들 또한 같은 과정을 밟고 있었다. 예전 사진들은 거의 모두가 인물보다 배경에 초점이 강하게 맞추어져 있다. 인물은 정중앙에 있지 않고 늘 모서리 지점에 전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름대로는 그것이 배경과 가장 조화롭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점점 최근의 사진으로 넘어갈수록 인물의 크기가 커져간다. 나의 자의식 또한 그런 동일시의 과정을 밟고 있었던 것이구나, 싶었다. 세상과 따로 거리를 두고 견지하는 타자(他者)의 위치에서, 세상에 동화되고자 하는 주체적 위치로... 물론 거기에는 나르시시즘과 어떠한 무의식적 방어기제들이 포함되어 있겠지. 구도를 잡을 때, 나쁜 이미지는 사진 바깥으로 전치시키고 좋은 이미지만 투사하고픈 마음은 항상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자 마치 코구멍 하나가 파인더를 꽉 채울만큼,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후욱-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이전에, 내가 누구여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할 일이로구나. 세상 모두가 '나'의 얼굴을 하고 있다.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 게슈탈트의 말이 떠오른다. 이 책의 제목을 '사람풍경'이라고 지은 연유도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