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먼 이름의 그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어왔다. 여기저기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며 너도나도 인문학 전공자로 자청하며 책을 냈고, 강의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문학은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선뜻 시작하기를 꺼려한다. 나 또한 그랬다. 왜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대세니 왠지 해야 할 것 같고, 근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다 말았다.

그럴 찰나에 안상헌의 <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왜 인문학(고전) 공부가 필요하며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알게 되었다.

인문학 입문을 위한 좋은 안내서

안상헌 저자는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공부법>이란 책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자의 책이 인문학 전체에 대한 공부법, 즉 숲에 해당되는 내용이라면 지금 소개할 <고전공부법>은 그 숲에 있는 좋은 나무들을 친절하게 알려주며 그러니 당신도 한 번 보라고 말하는 책이다.

저자의 말을 빌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인문고전을 공부하는 독서가들을 위한 안내서이며 대표적인 고전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를 탐색한 책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책을 고를 때 목차를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이 책의 목차를 보니 ‘생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인상적이었다. 생각의 뿌리(사람과 인생 공부), 생각 넓히기(이야기를 읽는 방법), 생각의 원리(핵심을 발견하는 방법), 생각부수기(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으로 한 권의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의 힘을 키워 나가야 할 지가 그려진다.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나는 <고전공부법>에 소개한 총 20권의 책제목을 마주하면서 숨이 턱 막혔다. <카리마조프 가의 형제들>, <니코마코스 윤리학>, <장자> 등. 대단한 고전들이다. 제목만 들었지 선뜻 읽겠다고 호기롭게 다가가지 못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저자의 해석법을 따라 가다보면 어? 나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지도(안내서)를 가지고 가니 그 길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책을 읽는 내내 왜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고전이 얼마나 특별한 가치가 있는 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인문학이야말로 오랜 세월을 두고 내가 뜻을 두고 공부해야 할 과제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말한 실존을 위한 공부가 인문학 공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두 개의 공부가 있다. 먼저 생존을 위한 공부다. 학교 시험 공부, 토익 공부, 자격증 공부 등 우리가 공부한다고 말할 때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활동을 생존을 위한 공부다. 두 번째 공부는 실존을 위한 공부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같은 질문에 해답을 찾는 것과 관련이 있다.”(p224~225)

저자는 이렇게 공부를 두 종류로 나누고 있다. 그러면서 요즘은 실존을 위한 공부가 드물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존을 위한 공부야말로 존재적 지식이며 이는 사고체계를 풍요롭게 해주거나 폭넓게 만들어 준다.

고난과 역경이 있는 삶의 여정을 따라 가다 보면 우리는 정말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때 우리의 내면이 탄탄하지 못하다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삶의 안정감과 지향성을 갖고 살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실존을 위한 그런 공부, 즉 고전공부가 필요하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마치겠다.

“우리가 고전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그 속에 있는 생생한 삶의 정신과 치열한 고뇌의 현장을 느끼고 공감하기 위해서다. (중략) 삶에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기에 주어진 시간이 소중하다. 그 시간을 알차게 살아가려면 먼저 생각한 사람들에게 배워야 한다.”(p. 188~190)

 

b끕 언어의 저자 권희린 작가가 "인생독학"이란 책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독학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단다.

 

1. 읽을 독 (讀).  책에 관한 이야기.

 

2. 독 독 (毒). 깡다구. 독하게 살자 그런 의미

 

3. 홀로 독 (獨) . 스스로 헤쳐 나간다는 뜻

 

이 책에는 요 세 가지 의미가 묘하게 어울러져 있다.

 

책제목부터 무척 임팩트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권희린 작가가 아직 젊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 인생을 논하기엔 내공이 부족한 게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저자는 젊음을 무기로

톡톡 튀는 자기만의 스타일과 경험... 그리고 만만하지 않는 종횡무진 컨텐츠 읽기와 해석력으로 우리를 무장해제 시킨다

 

"미생은 바둑 용어다. 바둑은 두 사람이 서로 번갈아 가며 바둑판에 돌을 놓아 누가 집을 많이 가지는 가를 겨루는 놀이인데, 세력을 키우기 위해 전투를 벌이고 집을 확보하거나 깨부수다 보면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쫄깃해진다. 여기서 세력이란? 최소 두 집 이상이 되어야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완생이라 하고,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못하고  곧 죽을 세력을 가리켜 미생이라고 부른다. 사회라는 거대한 바둑판에서 매일매일을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들은 모두 미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중략)

인생 교과서, 직장 생활이 교본이라 불리는 <미생>을 끝까지 다 읽은 날, 나는 평생을 불평없이 묵묵히 일하셨던 아버지가 생각났고 사회라는 바둑판 위에서 상사에게 미친 듯이 까여 가며 새벽 근무를 하고 있는 남편에게 고마워졌다. 그래서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현장에 있는 두 미생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힘내요 사랑해!"

 

                  - 우리는 모두 미생이다. 직장 생활에 힘에 부칠 때 중에서 (p. 179)

 

최근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를 몰고 다니는 미생 이야기를 여기서 만나니 반가웠다.

 

저자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인륜지대사인 결혼... 여행, 독서, 우정 등에 관하여 자기만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관련 책과 영화, 웹툰, 드라마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 책이 당신의 대나무 숲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니 경계를 좀 늦추고 마음을 좀 풀어 놓아도 괜찮다. 이제, 가벼워진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자. 비밀스러운 이 곳에서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의 말 중에서 -

 

노교수에게는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철학자에게는 인생에 대한 깊이를...

 

각자의 위치에 맞게 배울 점이 있고 또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인생에 대한 가르침이나 깊이가 아닌 동시대를 함께

​

살아가는 이에게 자문자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다. ​

명상이란……깨어 있는 존재의 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명상을 통해서 마음껏 꽃 피울 수 있다. 자신을 안팎으로 조용히 지켜보라. 지켜보는 일이 곧 명상이다.

 

인생이 순풍에 돛단 듯 평화로우면 좋겠지만 꽃 같은 나이 20대에도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걸리고 넘어지고 상처가 생겼던 게 내 삶이었다. 그러다 서른을 넘기도 보니 어느 덧 안정된 직장에 ‘내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생기고 평온하다고 느끼는 찰나 몰아치는 직장 스트레스, 인간관계, 주변의 변화 등이 무섭게 몰아친다. 그럴 때마다 잠시 내려 놓지 못하고 무섭게 달려오기만 한 내 삶이 허무할 때가 있다.

올해 들어와서 나는 참으로 힘들었다.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와 건강 적신호, 삶의 무료함과 염증까지! 그 때 내가 만난 게 바로 ‘명상’이었다. 다른 어떤 의약적인 치유제보다 내 마음을 고요히 적셨던 명상!

 

 

#1 차(茶) 명상의 시작

“차 명상이란 차 생활의 유익한 측면과 다양한 명상 기법 등을 접목하여 심신의 안녕, 치유, 그리고 성장을 도모하는 것”(page 23)

 

우연히 다큐멘터리 ‘마음’을 보면서 명상을 알게 되었고 이후 우리 나라에 명상 관련 책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쉬워했다. 그런 아쉬움을 가진 시점에 이 책 <내 안에 고요를 만나다>(학지사)를 읽게 되었다. 처음 명상을 접할 때 ’명상‘이라는 개념이 참 모호해서 명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게 맞는 건지, 호흡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호흡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려고 하니 힘들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차 한 잔을 두고 명상을 한다는 게 호젓한 느낌도 들고 훨씬 명료한 개념으로 다가왔다. 직장에서도 ’차 한잔 하자.‘ 라는 말에는 차를 한 잔 마시는 행위보단 좀 쉬면서 한 템포 여유를 갖고 무겁게 짓눌리고 있는 일에 대한 약간의 해방감이 더 큰 의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어떤 차를 마시건 그 차를 마시는 행위 또한 우리 스스로를 만날 수 있고 우리의 삶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가 강할 것이다.

 

#2 다양한 차와 명상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다양한 성품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이겠지요.

사람도 그러하듯 차를 제대로 느낀다는 것은

차에 대한 치우지지 않는 온전한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page 74)

 

한 때 나는 커피홀릭이었다. 업무를 할 동안 하루에 3~4잔은 기본으로 마셨는데 건강에 적신호가 생기면서 커피를 끊고 몸에 좋은 차를 찾게 되었다. 차의 세계도 알고 보면 무궁무진하다. 사람에게도 그만의 향취가 있고 독특한 성품이 있듯이 차에도 그러한 성품이 있다고 한다. 보이차는 묵을수록 더 그윽한 차향을 내고 어린 녹차잎을 말하는 곡우전차는 젖비리내 미쳐 가지시 않은 연두빛이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꼭 맞는 차가 있을 것이다. 차의 독특한 빛깔, 그윽함, 맛을 느끼면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명상, 아름다운 중독

치유(治癒)는 스스로의 마음을 바라보고 정화 하는 데서 비롯된다. (page143)

 

명상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아시아권보다 미국과 같은 서양에서 많이 보인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사회가 고도로 발달할수록 사람에게 가하는 스트레스 수치 또한 증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신체적 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상은 자신이 원할 때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 시켜 몸의 이완을 돕는다. 즉 명상을 통해 사회가 주는 온갖 잡념과 걱정거리, 몸을 해치는 스트레스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사회는 초대형 변화들로 인해 인간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미래 학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정신적 구심점을 찾으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다.

명상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용서명상(겸허하게 자신을 내려놓음으로써 마음을 정화하는 방법)과 자애명상(절대자의 뜻대로 혹은 가야 할 흐름대로 상황이 잘 흘러가길,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 데 차 한잔을 두고 자신에게 필요한 명상 방법을 택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덮으몀서 차 한잔이 주는 명상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나를 무겁게 짓눌려 온 이름들을 잠시 내려 놓고 그 시간만큼은 자유롭고 열려 있는 있음을!